지난달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과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대전환’ 등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계획을 포함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앞서 7월 31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소규모 전력망’ 구축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에너지와 물이 필요하다. 이에 전국 곳곳을 가로지르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연결되는 장거리 송전선로와 변전소 설치 문제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한때 우리 사회 갈등의 상징이었던 밀양 송전탑 문제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속에서 지역 시민사회는 초고압 송·변전 인프라 확충에 대해 “지방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졸속 정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며 지방을 에너지 식민지로 만들 게 아니라 반도체 산업 자체를 전기가 풍부한 지방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신속 조성’을 공약한 바 있다. 지역 시민사회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우리나라 전체 전기 사용량의 15%를 집중시키기에 망국적인 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 심화할 거라 보고 있다. 14개 노선과 1153km에 달하는 345kV 특고압 송전선로 건설로 막대한 환경적·사회적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21일 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의 전력 공급 계획에 대해 “탄소중립 정책과 충돌한다”라며 “전력 공급 및 연료 조달의 책임 문제를 계약 단계부터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를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연결되는 송전탑 문제는 기존의 중앙 집중식에서 벗어나 ‘분산형 전원’, ‘지산지소’ 방향을 약속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도 정면 배치하는 이율배반 정책이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화와 존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마당에 농민을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의 충고를 저버리고 제2, 제3의 밀양 송전탑 사태를 반복한다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