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협 조직의 핵심적인 존재 이유를 들라고 하면, 농민조합원 절대다수는 ‘경제사업 활성화’, 그리고 이를 통한 농민소득 증대를 들 테다.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농협 조직의 본령을 소홀히 하는 지역농협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 본령을 지키고자 조합장 등 전체 임직원이 발 벗고 나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농협(조합장 차성준)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제주 농민들도 특정 작물의 생산량이 유독 늘어나는 쏠림 현상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락 상황을 수시로 겪는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많이 생산되는 양배추 역시 수시로 가격 폭락을 겪는 작물 중 하나다.
한림농협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신규 소득작물 육성·판매에 나섰다. 일반 양배추보다 크기는 작으면서 이름대로 달콤한 맛이 강한, 작은 공 모양새의 양배추 품종 ‘달코미’. 한림농협은 해당 품종 개발자 측과 독점계약을 맺어, 이 품종을 한림농협만의 고소득 전략 품종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일반 양배추와 비교해볼 때, 달코미는 △크기가 작아서 소비자 입장에서 조리용으로 쓰기도 용이하며 △당도가 대체로 13~17브릭스 사이로 나타나는 등 단맛이 강해 어린이 소비자들도 선호하고 △생산농가 입장에선 비료를 덜 투입해도 돼 상대적으로 재배가 수월하다는 등의 특징을 갖는다. 이와 함께, 한림농협은 달코미 특유의 단맛을 활용하고자 착즙액 가공에 나섰다. 한림농협의 ‘달코미 양배추즙’은 별도의 첨가물 없이도 달코미 특유의 달고 시원한 맛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차성준 한림농협 조합장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2020년부터 달코미 양배추의 시범재배에 들어갔다. 그 전까지 일반 양배추와 브로콜리 등을 재배하던 농가들에 달코미 양배추를 재배하도록 설득해, 약 1만평 농지에서 10농가가 달코미 시범재배를 시작했다. 차 조합장은 이에 발맞춰 달코미 홍보 및 판촉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육지부’도 수시로 오갔다. 지난해 12월, 차 조합장 등 한림농협 임직원들은 서울 양재동·창동 등 서울 관내 7개 하나로마트를 돌며 달코미 양배추 소비촉진 및 착즙액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외에도 각지의 하나로마트를 돌며 달코미 판로 확보를 위해 분투해 왔다는 게 한림농협 측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사실상 호평 일색이었다. 한림농협이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을 통해 달코미의 홈쇼핑 판매를 진행한 후 시행한 고객 만족도 조사 결과, 소비자의 약 98% 가량이 달코미에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달코미의 판로는 농협 하나로마트를 넘어 대형마트에도 뻗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마트 측이 소량의 달코미 물량을 받아서 판매해 보니 소비자 반응이 좋아서, 이후 이마트에서 한림농협 측에 지속적으로 달코미를 판매하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높은 소비자 만족도 및 판로 확대에 발맞춰, 한림농협은 지난해부터 4년간의 시범재배를 공식적인 계약재배로 전환했다. 일반 양배추는 평당 계약가격이 4500~5000원 선인 반면, 달코미는 평당 1만원에 계약한다는 게 한림농협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약 5만평이었던 달코미 재배면적은 올해 약 13만평으로 늘렸다. 달코미의 판로 확보 양상을 보며 다수의 지역 농민들이 계약재배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기 때문이다.
차성준 조합장은 지역 내 여타 작물의 소득 확보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다. 예컨대 단호박의 경우 개별 농가들이 판매에 나설 시 제값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차 조합장은 2021년부터 단호박 공선회를 조직해 농가소득 향상 노력을 기울였다. 기존에 약 30여 농가가 가입했던 단호박 공선회엔 올해 24농가가 신규 가입했다. 달코미 품종의 판로 확보 및 생산량·가격 조절이 가능한 만큼, 여타 작물 가격의 폭락 역시 방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든 것이 주효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