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위원장 임미애)가 30일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정부의 대한(對韓) 통상압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트럼프정부의 무도한 통상압박 중에서도 특히 농업분야 추가 개방 요구가 국내 농업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외침이다.
이날 이른 아침 대사관 정문 맞은편에 민주당 전국농어민위 부위원장들과 국회의원 9명이 집결했다.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임미애 위원장은 마이크를 들고 미 대사관을 향해 연신 규탄 구호를 외쳤고, 대사관 정문에서 ‘트럼프 규탄’ 1인 시위 중인 정혜경 진보당 의원과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선 의원들이 차례로 규탄 발언에 나섰다.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미국은 우리에게 쌀·소고기·사과·GMO 무엇이든 내놓으라 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전략적 판단’을 운운하고 있다. 언론에선 국익을 우선하라 하고 있다”고 개탄하며 “대한민국 농업·농민은 더 이상 쥐어짤 마른 수건이 아니다. 미국은 더 이상의 통상압력을 중단하고, 언론이나 정부는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발언의 강도는 대체로 평소보다 높은 편이었다. 미국 통상압력에 대해 서삼석 의원은 “바위로 계란을 깨는 일”이라고 성토했고, 윤준병 의원은 “상식과 도덕을 결한 폭력”, “깡패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깡패다”라고 매도했다. 이병진 의원은 “신제국주의·패권주의에 몰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미애 위원장은 특별히 미국산 소고기와 관련해 “30개월령 제한을 풀려면 대한민국 국회에서 심의해야 하는데, 이 소고기가 안전하다는 게 확실하게 증명됐을 때, 수입해도 된다는 확실한 국민 여론이 조성됐을 때라야 정부가 국회에 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의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나라가 WTO와 한-미 FTA 이후 성실하게 국제 무역질서에 협력해 왔고 그 결과 국내 농업이 이미 괴멸적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의 소고기·쌀·사과 개방 요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그 불평등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자 했으나, 대사관 측이 대면수령 거절 의사를 전해옴에 따라 우편 발송키로 했다. 이들은 “민주당 전국농어민위는 미국의 일방적 농축산물 개방 요구에 맞서 대한민국 농업인들의 생존권과 농업·농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끈질기게 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