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 들판에 바람이 부나요

  • 입력 2025.07.20 18:00
  • 수정 2025.07.20 22:55
  • 기자명 이영규 괴산 목도사진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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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 시, 콩밭의 허수아비가 새 쫓을 준비를 한다.
새벽 다섯 시, 콩밭의 허수아비가 새 쫓을 준비를 한다.
수확을 못 한 밭에서 지인들에게 나눠 줄 옥수수나마 거두어 보려고 한 청년농부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확을 못 한 밭에서 지인들에게 나눠 줄 옥수수나마 거두어 보려고 한 청년농부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포대에 옥수수를 담는 여성농민의 표정이 밝지 않다.
포대에 옥수수를 담는 여성농민의 표정이 밝지 않다.

비 한 방울 없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지가 며칠째다. 더위에 잠을 설치다 일어나 들판으로 나갔다. 새벽 다섯 시, 여전히 바람 한 점이 없다. 요즘같이 더운 날은 해 뜨기 전부터 들판에서 일이 시작되는데, 오늘 아침은 콩밭에 허수아비가 제일 먼저 아침 작업을 개시했다. 드넓은 초록 들판, 옥수수는 한껏 키를 올리고, 가을에 수확할 콩밭도 한창 초록이다. 논의 모들은 초록으로 물결을 이루고, 논둑과 밭둑의 느티나무와 함께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름답기만 한 새벽 들판은 사실 ‘100m 미인’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풍경과는 달리 가까이 다가가 보면,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싸우는 전쟁터 같다. 요즘 충북 괴산은 한창 옥수수를 수확할 때인데 폭염과 가뭄 때문에 알이 차지 않아서 아예 수확을 포기하거나 수확을 해도 상품이 되질 않는다고 한다. 때 이른 담뱃잎 수확도 한창이다. 7~8월에 키를 한껏 돋우고 커다란 담뱃잎을 따야 하는데 아직 채 크지 않은 잎들이 강제로 노랗게 변하는 바람에 수확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멀리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들판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니, 지치고 힘든 작물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 옆에서는 가을에 거둘 옥수수 모종 순치기가 한창이었고, 수확하지 못한 옥수수밭 사이에 심은 콩이 싹을 올리고 있었다. 새가 먹지 못하도록 옥수숫대를 베어내기 전에 콩을 심는다고 한다. 버릴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농살림이다.

올해가 가면 또 내년이 오고, 농사는 이어지고, 들판은 다시 초록이 될 것이다. 새벽 다섯 시, 정말로 들판에 시원한 바람과 비 한줄기 지나가길 바라본다.

아침 일곱 시 반인데 벌써 뙤약볕이다. 아직 채 크지 않은 담뱃잎을 수확하고 있다.
아침 일곱 시 반인데 벌써 뙤약볕이다. 아직 채 크지 않은 담뱃잎을 수확하고 있다.
가을에 수확하려고 늦게 심은 옥수수 순치기가 한창이다.
가을에 수확하려고 늦게 심은 옥수수 순치기가 한창이다.
옥수숫대를 베어내기 전에 그 아래 콩을 심는다.
옥수숫대를 베어내기 전에 그 아래 콩을 심는다.

 

이영규 괴산 목도사진관 대표

오랫동안 출판일을 하면서 사진 작업을 하다, 지금은 충북 괴산군 불정면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문화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괴산의 청년농부들을 만나면서 <청년농부>라는 첫 책을 냈고,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면서 사람과 풍경을 함께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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