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뭐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에 이런 말이 생겨났겠으나 시대가 변하면 이런 말들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코로나 유행 시기, 조금만 콜록콜록 기침해도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또는 집에서 쉬라고 다들 성화였습니다. 코로나 이전 직장인들은 조금 아파도 그냥 출근하는 것이 당연했는데 코로나 이후 세상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그에 맞게 우리 사고 체계가 변화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특히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깁니다.
사람의 정신건강은 자신의 몸 상태와 주변 환경에 대한 나의 인식이 일치하는가, 조화로운가, 또는 그렇지 않은가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자신의 몸이나 주변 환경이 변화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면 혼란스러워집니다. 자신이 아픈 이유가 이해되지 않고 ‘세상은 왜 이렇지’라고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면 정신건강이 피폐해집니다.
변화란 이상한 것이 아니고 당연한 것이며,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변화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 몸에서 24시간 내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4시간에 한 번 분열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심장에서 나온 혈액은 온몸을 돌아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는 데 약 1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피부 표피 재생 주기는 통상 28일입니다. 과하게 표현하면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변화는 당연한 것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요즘 인터넷 용어 중 고인 물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격언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요즘 시대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인데 사람이 고인 물이 되면 몸이 썩는 것이 아니고 정신이 황폐해집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단순 정체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도태되는 것입니다.
고인 물이 되지 않으려면 흐르는 물이 되어야 하고 흐르는 물이 되려면 사고방식의 유연함이 있어야 합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를 무조건 따라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것 자체가 또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됩니다. 변화란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반드시 필요하며, 결과적으로 차이란 것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주위 사물, 환경 그리고 타인의 인식에 대한 인정입니다. 인정은 근거 없는 긍정과는 아무 연관 없습니다. 근거 없는 긍정은 ‘잘 될거야, 잘 될거야’라고 주문을 외우는 것입니다. 주문을 외운다고 바뀔 것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