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경제로 지역 살릴 방법, ‘협치’와 ‘다양한 실험 유도’

사회연대경제 발전 앞장선 청양군 사례 눈길
중앙정부 관련 정책에 참고할만한 여지 많아

  • 입력 2025.06.15 18:00
  • 수정 2025.06.15 18:1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0일 충남 청양군 청양읍에 새로 개관한 충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진행된 2025년도 청양군 사회적 경제 창업경진대회 ‘퐁당청양' 행사장에 전시된, 청양 농산물로 만든 반려동물 목욕비누. 이 비누는 청양의 사회적 기업인 (주)이플아토에서 제작했다.
지난 10일 충남 청양군 청양읍에 새로 개관한 충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진행된 2025년도 청양군 사회적 경제 창업경진대회 ‘퐁당청양' 행사장에 전시된, 청양 농산물로 만든 반려동물 목욕비누. 이 비누는 청양의 사회적 기업인 (주)이플아토에서 제작했다.
지난 10일 충남 청양군 청양읍 충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열린 2025년도 청양군 사회적 경제 창업경진대회 ‘퐁당청양' 행사장에 전시된, 청양 제철 농산물로 만든 반찬 밀키트. 이 밀키트는 청양의 협동조합인 청양사랑만세 협동조합에서 제작했다.
지난 10일 충남 청양군 청양읍 충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에서 열린 2025년도 청양군 사회적 경제 창업경진대회 ‘퐁당청양' 행사장에 전시된, 청양 제철 농산물로 만든 반찬 밀키트. 이 밀키트는 청양의 협동조합인 청양사랑만세 협동조합에서 제작했다.
지난 10일 충남 청양군 청양읍에서 진행된 충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개관식. 이날 개관식을 찾은 내외빈들이 '혁신', '가치', '지속', '상생' 등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상징하는 꽃들에 물을 주는 상징의식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0일 충남 청양군 청양읍에서 진행된 충남사회적경제혁신타운 개관식. 이날 개관식을 찾은 내외빈들이 '혁신', '가치', '지속', '상생' 등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상징하는 꽃들에 물을 주는 상징의식에 동참하고 있다.

시장경제 영역에서 사실상 ‘돈’이 안 돼서, ‘효율성’이 낮아서 외면하는 문제가 수두룩한 가운데, 최근 농촌 지역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도 사실상 시장경제 주도자들의 시야 바깥에 있다.

시장경제 주도자들은 농촌 지역에 대중교통이 부족해도 효율성이 낮다고,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려 해도 효율성이 낮다고 여겨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 달리 말해 어차피 인구도 점차 줄어들어 ‘소멸’할 지역에 뭐하러 돈을 투자하냐는 뜻이고, 사람 많이 사는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게 낫지 않냐는 뜻이다. 최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러한 논리를 노골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지역소멸 위기’는 점차 심화한다.

한편 시장의존형, 자본의존형 경제의 반대급부로서 사회적 경제, 또는 다른 표현으로서 사회연대경제 영역이 거론된다.

사회연대경제란 단어는 2014년 프랑스가 제정한 「사회연대경제법」에서 유래했다. 말하자면 구성원간 연대와 협력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3년 윤석열정부에 의한 사회연대경제 예산의 대대적 삭감은 사회연대경제 주체들로선 ‘내란’과도 같은 일이었다. 사회연대경제를 파괴하다시피 한 내란수괴는 파면됐고, 지난 3일 이재명정부가 새로 들어섰다.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은 나름대로 기대감을 품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던 지난달 15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2025 사회연대경제인 정책 한마당’에 모인 사회연대경제인 1000여명은 대선 후보들에게 사회연대경제 정책 활성화를 위한 12대 정책을 제안했다.

그 내용인즉슨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차기 정부 국정과제로 포함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 및 법제도 개선 △사회연대경제를 통한 지역균형발전 도모 △시민참여형 에너지 협동조합 활성화 등을 통한 에너지 전환 △통합돌봄 촉진 △포용적 일자리 창출 △사회주택 활성화 △도시지역 공동체 재활성화 △창업 및 사업 활성화 지원 △자활기금, 사회적기업 모태펀드 등 사회적 금융 확대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천 확대 및 판로지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 확대 등이다.

한국사회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본격적·구체적 사회연대경제 실현 드라이브가 걸린 적이 없다 보니, 중앙정부의 구체적인 ‘사회연대경제 실현 매뉴얼’은 없기도 하고, 그걸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나름의 ‘참고사례’는 없지 않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사회연대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충남 청양군의 사례다(청양군에선 ‘사회적 경제’라 표현).

청양군의 사회적 경제 정책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무엇일까? 첫째, 민·관 협치 체계에 기반해 돌아간다. 청양군의 경우 행정조직인 청양군 사회적경제과(농촌 지역의 몇 안 되는 사회적경제과), 중간지원조직인 청양군 지역활성화재단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민조직인 청양사회경제네트워크(청사넷) 등 3주체가 협력 모델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사회적 경제 관련 정책의 기획은 행정 영역의 청양군 사회적경제과가, 참여와 실행은 청사넷 등 주민 주체들이, 정보 공유는 중간지원조직이 맡은 가운데 유기적 협력이 진행된다.

정책 주체들 간에 칸막이 없이 협력을 진행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노승복 청양군 지역활성화재단 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은 “청양군에선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통합돌봄 △푸드플랜 등의 영역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로 연결된 채 ‘단절 없는 통합형 지역순환모델’을 실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마을만들기 ‘삼삼오오’ 사업을 통해 형성된 공동체가 일정 수준의 성숙도를 갖추면, 자립 기반을 갖춘 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해 청양군의 사회적경제 창업경진대회 ‘퐁당청양’에서 사업화 기회를 획득하는 식이다.

둘째, 돌봄과 일자리, 공공서비스를 엮는 실험이 진행된다. 청양군이 전개하는 사업인 ‘주민 심부름꾼, 부르면 달려가유(주민 심부름꾼)’는 일종의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다. 청양군에서 지정한 ‘심부름꾼’이 농촌 주민들을 위해 △공공기관 업무 대행 △약 타오기 △장보기 △병원 동행 △쓰레기 배출 등 일상적으로 꼭 필요한 ‘심부름’을 대행하는 것이다. 불편한 교통, 농민 고령화, 일손 부족 등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 기반 생활지원사업이 주민 심부름꾼 사업이라는 게 노승복 센터장의 설명이다.

돌봄 인력의 경우 지역 내 사회적기업이나 마을조직 소속으로, 은퇴 어르신이나 경력단절 여성, 지역 청년 등이 참여한다. 청양군은 농림축산식품부와의 농촌협약을 통해 해당 사업을 마을돌보미 사업으로 확장해 가는 중이다.

셋째, 창업과 정착이 연결되는 구조다. 청양군에선 매년 ‘퐁당청양’을 열어 ‘고추빵’, ‘이맘때 찬키트’ 등 지역 특산물로 만든 상품들을 꾸준히 배출했다. 청양군 차원에선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회적 경제 주체들을 위해 창업공간 마련·자금 지원·판로 확보 등을 진행한다.

넷째,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주도하는 지역 시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청양 주민과 사회적 경제 기업들의 주도하에 2018년부터 개최한 ‘달빛마켓’은 지역 내 농산물 판로로서 톡톡한 기능을 할 뿐 아니라 청년 창업자들에게 초기 판로 확보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 주민 교류의 장으로서도 기능한다.

다섯째,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적 경제 교육이 이뤄진다. 청양군에선 ‘사경(사회적 경제) 배움터’란 이름하에 초등학생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 사회적 경제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교사·공무원 대상 교육 및 마을리더 양성 과정 진행, 활동가 학습모임 등도 운영하며 마을 단위 사회적 경제 실천 주체를 체계적으로 육성 중이다.

이와 연계해 진행하는 ‘상생투어’ 사업의 경우, 외부 지역 청년이 청양군에 머물며 지역 사업을 체험하고 창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청년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진행한다.

청양군의 모델을 그대로 광역지자체, 나아가 중앙정부에 적용하긴 쉽지 않다. 다만 민·관 협치 체계 속에서 칸막이 없는 협력 및 정책 간 상호연결을 통해 사회연대경제 주체들의 새로운 실험을 촉발·지원하고, 돌봄·일자리·공공서비스를 엮어 지역 주민의 힘으로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일을 수행하게 하는 청양군의 사례는 사회연대경제 정책 실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