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갈수록 높아지는 결혼 ‘문턱’

  • 입력 2025.06.15 18:00
  • 수정 2025.06.15 18:15
  • 기자명 김유익 한중문화교류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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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익 한중문화교류 코디네이터
김유익 한중문화교류 코디네이터

 

“20만위안(한화 4000만원 상당)도 넘게 썼어요!” 노동절 연휴 고향에 돌아갔다 온 마을 친구 아리는 아들 약혼식을 무사히 마쳤다며 한숨을 쉰다. 내역은 이렇다. 신랑 가족이 신부 가족에게 주는 현금 신부대 12만위안, 결혼식에서 신부가 치장할 금붙이 5만위안, 연회비용과 다른 지역에서 온 신부 측 손님들에게 나눠준 여비 등이다. 결혼식 비용은 그보다는 적게 들지만, 아들에게 이미 사준 28만위안짜리 자동차, 그리고 도시의 신혼집 선지급금 일부 등을 모두 고려하니 100만위안은 족히 들 것 같다.

부유하지 않은 내륙지역 후난성 농촌 출신 아리 부부는 20년 넘게 대도시 광저우에 거주하는 40대 후반의 정착 농민공 가정이다. 고향인 농촌마을 근처 읍내에 새로 집을 지어서 시부모님이 살고 있고, 외동아들은 전문대 졸업 후 후난성 성도 창사에서 직장생활을 한다. 부부는 여전히 광저우에 있지만, 남편이 은퇴한 후엔 고향으로 돌아가 연금으로 생활할 것이다. 성실한 중위소득 이하 노동자 가정의 삶을 어느 정도 대변한다.

농촌과 소도시 출신의 평범한 중국 서민들이 모두 아리 가족처럼 비교적 원만하게 자녀 결혼과 은퇴 후 생활문제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부터 매년 중앙 1호 문건은 농촌 지역의 고액 신부대 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농촌으로 시집올 신붓감이 적다는 이유 때문에 형편에 걸맞지 않게 신부대가 높이 형성된 지역이 있고, 심지어 ‘먹튀’ 사기결혼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근년의 가장 희비극적인 일은 산시성 다퉁의 농촌 지역 소도시에서 벌어진 약혼자 강간 사건이었다.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만난 커플이 약혼식을 마치고 신혼집에 쉬러 갔다가 남성이 여성의 의사에 반해 강제 성관계를 맺었다. 분개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했는데 결국 남성은 강간죄로 복역하게 됐고, 최근 2심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문제는 남성의 부모를 비롯한 대중의 여론 속 판결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는 경찰이 남성을 입건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가족들이 당사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합의를 시도한 일 때문이다. 약정한 신부대 잔금을 즉시 지불하라고 요구했고, 결혼 1년 후 신혼집 등기에 추가하기로 한 여성의 이름을 미리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여성이 결혼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합의 배상금을 요구한 셈이 돼버렸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금전적 탐욕 때문에 오도됐다.

농촌과 소도시에선 금전 문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대도시의 상황이 더 낫다고 하기 힘들다. 한국의 사정과 마찬가지로 대도시의 중국 청년들은 연애와 결혼, 출산을 점차 기피하고 있다. 집을 자력으로 장만하려면 수십년 간의 노동소득으로도 감당하기 힘들고, 번듯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어찌저찌 결혼하고, 대출로 집을 장만한 커플들도 치솟는 자녀양육비 때문에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의 대표 대도시 상하이의 작년 합계 출산율은 한국 평균과 비슷한 0.72이고, 중국은 2022년부터 이미 총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대도시 광저우의 교외 지역에 위치한 필자의 동네에는 도시민과 농촌주민이 함께 공생한다. 집안 형편이 넉넉한 경우가 아니면, 도시 출신 고학력 청년들 대부분이 결혼을 미루는 반면, 대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은 그래도 농촌 배경의 전통적 가족관을 가진 청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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