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사회대개혁은 어떻게?

  • 입력 2025.06.01 18:00
  • 수정 2025.06.01 20:23
  • 기자명 하승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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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대표.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 19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해 왔다. 현재는 농촌·농업·농민을 옹호하는 공익법률단체인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예산감시운동 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승수 대표.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 1990년대 중반부터 다양한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해 왔다. 현재는 농촌·농업·농민을 옹호하는 공익법률단체인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예산감시운동 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6.3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12월 3일 일어난 내란을 종식시킨다는 의미가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누적된 한국 사회의 문제를 개혁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 그래서 내란 이후 광범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서 결성한 연대체의 명칭에도 ‘사회대개혁’이 들어가 있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내란청산·사회대개혁비상행동’으로 이어진 문제의식의 핵심에는 단지 내란종식 만이 아니라 ‘사회대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2016~2018년에서 경험 얻어야

그러나 윤석열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사회대개혁’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내란 세력의 저항이 매우 강했기 때문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은 반성은커녕 극우세력에 기대어 한남동 관저에 들어앉아서 저항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속이 됐지만, 법원의 황당한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 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탄핵 여부를 둘러싼 혼란이 커졌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이례적인 판결선고로 인한 혼란도 컸다. 그러면서 ‘내란이 과연 종식될 수 있을까’라는 위기감이 커졌고, 그에 따라 사회대개혁에 대한 논의에 힘이 실리기가 어려웠다.

어렵게 탄핵 결정이 내려져서 조기대선이 치러지게 됐지만, 대선에서도 사회대개혁을 위한 정책과제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지금 상황을 보면, 대선 이후에 사회대개혁이 힘있게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내란에 책임있는 자들에 대한 책임추궁, 트럼프에 대한 통상·외교 차원의 대응, 긴급한 경제·민생 대책 등을 이유로 사회대개혁 과제들은 뒤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이미 2016년 가을부터 2018년 사이에 경험했던 것들이다. 박근혜 탄핵 이후에 문재인정권이 들어섰지만, 근본적인 개혁과제들은 뒤로 밀렸다. 문재인정권이 일차적으로 내세웠던 검찰개혁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출현이었다.

헌법개정도 좌초됐고, 선거제도 개혁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매우 미흡한 수준으로 왜곡됐다. 불평등은 심화됐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좋아진 게 뭔가’라는 실망감과 회의감이 확산됐다. 이 경험을 또 반복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파면으로 시작된 조기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지방선거가 1년 남는다. 그 1년 동안 지역사회를 대개혁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2026년 지방선거를 ‘사회대개혁’의 공론장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 이튿날인 지난 4월 5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대행진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민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윤석열 파면으로 시작된 조기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지방선거가 1년 남는다. 그 1년 동안 지역사회를 대개혁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2026년 지방선거를 ‘사회대개혁’의 공론장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 이튿날인 지난 4월 5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8차 범시민대행진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민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사회대개혁은 지역에서부터

대선은 내란 종식의 중요한 계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끝은 아니다. 그리고 다시는 내란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면, 헌법과 법률을 고쳐야 할 것들이 많다. 군과 경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사회대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회대개혁 운동은 지역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이번에도 서울에서만 응원봉과 촛불을 든 것이 아니다. 수많은 지역에서 주권자들이 모여 내란을 규탄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했으며, 사회대개혁을 외쳤다.

그리고 2016년에서 2018년까지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바뀐 정권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사회대개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내가 사는 지역에서부터 사회대개혁을 이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국가적인 개혁을 관철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법이다.

얼마 전 필자를 찾아온 어느 지역의 시민사회 대표자들은 지역 차원의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런 지역이 한두 지역이 아닐 것이다. 지역에서부터 부패와 부조리를 근절하고, 지역 정치와 행정을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에서부터 주권자들의 의사가 조례·예산·계획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밑바탕에는 지역에서의 민주주의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이 자리 잡고 있다. 지역의 기득권 카르텔, 이권 카르텔들이 공고하고, 지역의 정치가 무능하고 기득권화돼 있다. 지역에서부터 주민들이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수동적인 ‘행정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역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이기도 하다. 그동안 친환경 무상급식, 정보공개제도, 참여예산제도, 농민수당 등을 선도적으로 만들어왔던 곳은 지역이었다. 국가를 한꺼번에 바꾸기가 어렵다면 지역에서부터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또한 지역에서는 ‘공생의 정치’도 충분히 가능하다. 중앙정치의 이슈를 둘러싸고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역의 문제를 놓고 토론하면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야말로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것이고, 민주주의를 풀뿌리에서부터 단단하게 하는 것이다. 마침 2026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2026년 지방선거, 사회대개혁의 판으로

대선이 끝나면 지방선거가 1년 남는다. 그 1년 동안 지역사회를 대개혁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2026년 지방선거를 ‘사회대개혁’의 공론장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정책으로 채택되기 이전이라도, 지역 차원에서 조례나 예산, 방침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나 많다. 국가의 법령을 명시적으로 위반하지 않는 내용이라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서 여러 제도들을 만들고 강화할 수 있다. 새로운 조례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있는 조례를 개정해서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농지 전수조사도 국가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서라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농민수당이나 농산물가격안정과 관련된 조례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도 있고, 농촌의 의료·교통·도시계획·돌봄·문화·환경 등과 관련된 조례들도 제정·개정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주민들의 삶을 위해서 사용되도록 예산개혁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농촌의 경우 주민 1인당 세출 예산액이 1000만원 이상이거나 그에 육박하는 곳들이 많다. 그런데 이 돈이 과연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예산개혁을 위해서는 형식화돼 있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불투명한 예산들을 개혁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지역에 있는 ‘지방의원 재량사업비’ 같은 숨겨진 예산들을 투명하게 해야 하고, 수의계약 남발 같은 문제들도 개선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사업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타당성 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각 부서가 제출하는 예산요구서를 공개하게 하는 등 예산 편성의 전체 과정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주민참여기본조례를 제·개정해서 주민주권의 정신을 지역에서부터 실현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민참여기본조례는 지방자치단체의 헌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농촌의 난개발과 환경오염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조례가 필요하다. 환경오염시설들에 대해서는 미리 주민들에게 사전고지를 하도록 하는 ‘사전고지 조례’도 필요하고, 이런 시설들의 입지를 제한하려면 ‘군(도시)계획조례’의 실효성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시설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사전심의를 하게 하는 ‘환경정책위원회 조례’도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읍·면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 부분도 상당 정도 조례나 방침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의 대표성과 역할을 강화하는 것, 각종 계획을 수립할 때 읍·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상향식으로 수립하도록 하는 것, 읍·면에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 고향사랑기부금 같은 제도를 읍·면 중심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 읍·면장 주민추천제 등 읍·면장 임명과정에서 주민 참여를 보장하는 것 등은 지역 차원에서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지방자치에만 국한될 것도 아니다. 지역의 검찰, 경찰의 개혁도 요구할 수 있다. 지역에 있는 환경청, 노동청 같은 특별지방행정기관들의 개혁도 요구할 수 있다. 헌법 제1조에 나와 있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지역에서부터 실현해 나간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런 활동들을 지역에서부터 해 나가면 좋겠다. 이런 활동들을 벌이는 지역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지역에서부터 사회대개혁의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2026년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난다면, 국가적인 사회대개혁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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