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전남 여성농어업인행복바우처카드 대상 80세까지 확대, 여성농민회가 해냈습니다. 이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의 회원들이 전여농과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수년간 줄기차게 노력한 결과입니다.
이 성과는 지난 정부에서 전여농이 파견한 농림축산식품부 여성농민정책팀장과 함께 만들어 낸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교육이 한몫 했습니다. 세상이 많이 좋아지고 공무원들도 친절해졌지만 아직도 성평등하지 못한 농촌에서 여성농민이 관공서의 문턱을 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교육은 마을회관으로 직접 방문하는 방식이어서 현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2022년 담양군의 여성농민회원들은 교육과 함께 토론도 하다 보니 그중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행복바우처 확대 내용에 집중해서, 600명 이상 여성농민들의 의견을 받아 담양군 농정과에 정책개선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촌, 행복한 농촌을 위한 가장 핵심은 여성농민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되는 것임을 몇 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공감하게 한 것이었죠. 담양군수와 공감대 형성이 된 후 정책으로 채택되고도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며 기다리는 몇 달은 손에 땀이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담당 주무관과 통화를 하며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2023년 6월, 드디어 승인이 나면서 담양의 여성농민들 뿐 아니라 전남의 여성농민들이 모두 기뻐하며 환영의 현수막을 곳곳에 달고 보도자료를 냈었습니다. 20세부터 75세까지는 군·도비 매칭으로 20만원, 20세부터 75세까지 군비를 추가해 10만원, 76세부터 80세까지 30만원은 전액 군비로 지급하는 확대안입니다. 이에 힘입어 무안군과 진도군이 지급 대상 연령을 80세까지 확대했고, 여성농민회는 도 농정과와의 간담회, 도청 앞에서의 수 차례 투쟁, 도의회에서의 여성농민정책 토론회, 시·군별로 시·군 농정과에 건의, 각종 언론 보도 등으로 여론을 조성해갔습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도 농정과도 일찍부터 공감은 하고 있었으나 예산의 문제에서 늘 부딪히곤 했습니다. 특히, 이번 정권에서는 지방교부세도 엄청 깎여서 내려오는 상황이라 농업예산도 일정 정도 축소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농촌이 지속가능하기 위해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지 고심이 많았을텐데, 여성농민을 앞에 둔 전라남도의 결정에 환영과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홍보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되니 각 지역 여성농민회는 포스터를 만들어 마을회관마다 설명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다들 정말 정말 좋아하시지만 아쉬운 것은 ‘80세’라는 연령제한입니다. 인권의 측면에서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신체 건강해서 85세라도, 90세라도 농업인으로서 훌륭하게 농사짓는 분들이 계시는데 81세가 되면 여성농업인으로서 대우를 못 받으니 나이 먹는 것이 죄인인 양 심경이 복잡하신 거죠. 신기하게도 여성농업인 정책들에는 연령제한이 있는 경우가 있답니다. 이유는 예산의 문제라고 한다지만 관점의 문제로 보입니다. 농업예산을 보면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몇몇 농가에 수억원씩 몰아주는 예산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제공되는 보편적 예산을 먼저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농가 세대주에게 지급하는 농민수당처럼 아직 갈 길이 멀기도 하지만, 전국에서 여성농민이 제일 많은 전남이라 예산 만들기가 쉽지 않음에도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여성농민 우선 편이장비, 소형 농기계 보급, 성평등 마을규약 만들기 지원 등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충남에선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개선되면서 행복바우처가 사라진 것은, 여성농민의 행복 및 가치와 관련한 특수한 상황을 알지 못하고 행복바우처 사업을 시혜성 지급 정책으로 보는 저급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생각합니다. 농촌사회에서 여성농민의 지위와 역할이 어떠한지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어려운 시기를 온 몸으로 지켜온 대선배 여성농민들. 여성농민이 충분히 대접받는 세상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계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