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산 AI ‘딥시크’ 개발의 주역인 청년 CEO 량원펑과 핵심개발자 뤄푸리는 각기 광둥성과 쓰촨성의 농촌지역 소도시 출신이다. 1995년생 뤄푸리의 아버지는 전기기술자, 어머니는 교사이다. 뤄푸리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한다고 하니 부모들이 말렸다고 한다. “졸업하고 컴퓨터 수리하려고?”라며.
중국농촌에는 오래전 ‘맨발의 교사’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가난했던 시절 제대로 된 교사 양성 교육을 받지 못했던 마을 청년들이 교사로 재직한 것을 일컫는다. 중국 정부는 1980~1990년대를 거치며 대중교육을 강화해서 문맹을 퇴치하고 의무교육 9년제를 농촌을 포함한 전역에 도입했다. 이때 도시교육은 정부가 힘을 썼지만 농촌에선 마을 주민들이 노동력, 경제력을 추렴해서 학교를 만들었다. 맨발의 교사도 이런 모습을 상징한다. 농민들이 학부모로서, 지역주민으로서, 교사로서 이러한 교육혁명의 주체가 됐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양질의 산업인력을 양성해낸 것이, 개혁개방 후 40년간 벌어진 기적 같은 중국경제 성장의 비결 중 하나이다.
중국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이렇게 일군 부를 바탕으로 농촌과 지역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특히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마을 초등학교의 문을 닫고 읍면 소재지, 군청 소재지의 학교로 통폐합했다. 지금은 학생들이 깨끗하고 널찍한 건물, 최신 전자설비들이 갖춰진 학교에 다닌다. 교사들도 대부분 사범대학을 졸업한 이들이고, 농촌지역 교사로 선발·육성된 이들은 부임 지역에서 5년간 의무적으로 재직해야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통학 거리가 멀어져 버스를 운영하는데, 잦은 교통사고로 많은 아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대안으로 지나치게 어린 학생을 일찍부터 부모 곁을 떠나 기숙사에 머물게 조치한 것도 비교육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 도와 군 규모 지역 내에서 일정하게 평준화돼있던 학교시스템을 완전히 계층화한 것이다. 정부의 의도와 달리 도시와 농촌교육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직업학교 진학자들은 스스로를 낙오자로 여긴다. 진학률과 명문대 합격자 수에 따라 명문 학교들이 생겨났다. 부모가 농사를 짓거나 농민공인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농촌 초등학교에 남고, 읍내나 군청, 도청 소재지에 위치한 명문 학교나 사립학교로 우수한 학생과 교사들이 몰리면서 모든 학교가 피라미드 구조 속에 놓이게 됐다. 엘리트 교육을 받는 소수의 학생들은 과도한 경쟁에 몰리고, 농촌과 지역에 남은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별다른 의욕과 기대 없이 학교에서 시간을 때운다. 학벌 자본이 세습되면서 계급사회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이러한 역설이 발생한 것은 중국만의 경험이 아니다. 정부 예산을 투자해 농촌과 지역교육 살리기를 하는데, 인재들이 서울로 순유출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베이징대학의 린샤오잉 교수는 시골의 평범한 학교 출신이었던 자신의 1990년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중국 지방교육의 실태를 분석한 책 <지방학교 청소년들(縣中的孩子)>(2023)을 펴냈다. 교육의 문제가 실은 교육시스템 바깥의 사회구조에 기인함을 지적하면서 그가 제시한 해법은, 현지 주민이 교육자와 학교의 이해관계자로 남아 다시 교육의 주체가 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이 여전히 농촌과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 마나 한 이야기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