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한수 기자]
10년 전인 2014년 6월 11일 경남 밀양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저지를 위해 몸을 쇠사슬로 감고 농성하다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왔다. 그 자리에는 밀양이 아닌 다른 지역 전기 공급을 위한 송전탑이 들어섰다. 농성하던 밀양 주민들은 아직도 국가폭력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밀양 행정대집행 10주기를 맞아 주민들과 송전탑 저지를 위해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지난 8일 경남 밀양 둔치공원에 모였다. 이날 밀양·청도 주민들과 서울·부산·전주 등 15개 지역에서 온 기후, 탈핵, 환경, 노동 등 단체 활동가 1000여명(주최측 추산)이 모여 ‘윤석열 핵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회에 앞서 참가자들은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민들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참가자들은 밀양 송전탑 투쟁을 상기하며 이를 막기 위해 핵발전소를 더 지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은숙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주민대표는 “우리 마을 140여세대는 지금까지도 합의하지 않고 살아간다. 10년 전 농성장에서 우리 몸의 쇠사슬을 끊던 경찰들의 눈빛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며 “윤석열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신규 핵발전소 4기를 더 짓는다고 한다. 그러면 송전탑을 더 만들것이고 밀양 행정대집행과 같은 끔찍한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부회장은 “핵발전소 앞에 살며 이주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10년째 농성 중이다. 방사능이 누출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들 피폭됐다”라며 “우리가 피폭되고 암에 걸려도 정부는 늘 기준치 이하라며 이주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궁석 홍천군 송전탑반대주민대책위원장은 “강원도 홍천군에는 송전탑·양수발전소·골프장 등 난개발이 추진 중이다. 10년 전에 밀양 주민들이 전기는 누군가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할 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홍천군에 송전탑을 세운다 해서 그 눈물의 당사자가 되니 그 의미를 실감한다”며 “주민 못 살게 하는 송전탑이 들어서면 안 되고 당장 멈춰야 한다. 농촌은 도시의 식민지가 아니며 농민도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정 기후위기 비상행동 활동가는 “국가폭력에 밀양이 짓밟힌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공동체가 부서졌고 상흔도 깊은 곳”이라며 “제2, 제3의 밀양을 막기 위해 핵발전소를 멈춰 세우고 송전탑을 뽑아야 한다. 누군가의 삶터를 저당잡고 송전탑을 세워서는 안 되며 생명의 땅과 사람을 희생시켜서 만든 에너지는 결코 우리 것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무대에 올라온 20여명의 학생들은 “편리를 위해 너무 많이 잃지는 않기, 너와 나 지구를 위해서”라는 가사를 따라 부르며 율동을 선보여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함께 율동 공연을 했던 이응 활동가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2018년 밀양에 왔었다. 밀양에서 사랑을 배우고 생명이 존귀하다는 걸 배웠다. 나만 잘 사는 사회가 아니라 다 같이 사는 공동체적 삶을 원한다. 그러려면 누군가를 착취하지 말고 함께 평화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며 “여기 다시 모인 것은 이곳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며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다짐을 하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송전탑을 뽑아내자”,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핵폭주 막아내자”는 구호도 외쳤다. 이어 결의문에서 △밀양 송전탑 투쟁의 폭력 진압 책임자 김수환 경찰청 차장의 사죄 △기후위기 가속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중단 △밀양과 청도 송전탑을 철거하고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 철회 등을 요구하며 대회를 끝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