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CSA 운동과 중국의 사회생태농업

  • 입력 2024.05.19 18:00
  • 수정 2024.05.19 19:21
  • 기자명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지역사회 지원농업’ 혹은 ‘공동체 지원농업’으로 불리는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CSA)’를 중국에서는 ‘사회생태농업’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불린 것은 아니다. 2010년경 CSA가 중국에 처음 소개될 때는 중국에서도 ‘공동체 지지농업’ 또는 ‘공동체 호조(互助) 농업’ 등으로 불렀다. 이후 중국에서 CSA 운동이 활발해지고 CSA 운동의 목적과 본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사회’와 ‘생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CSA를 ‘사회생태농업’으로 명명하게 됐다.

중국 CSA 운동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스옌 박사다. 그는 중국 삼농문제의 저명한 학자인 원톄쥔 교수의 제자로 박사과정 중 미국에 가서 CSA를 접하고 중국으로 돌아와 학자의 길을 가는 대신 베이징 근교에 ‘당나귀농장’이라는 시민농장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CSA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운동만으로는 CSA의 가치를 온전히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베이징 외곽 순이구에 ‘분향수확(分享收穫, Shared Harvest)’이라는 CSA 농장을 만들어 유기농산물 생산 및 판매를 하며 CSA 운동을 주도했다. 그는 현재 중국 CSA네트워크의 대표이자 세계CSA연맹(URGENCI)의 의장을 맡으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안식년을 맞아 베이징에 머물면서 이 농장을 종종 찾았다. 농장에서 스옌 박사를 만나 한국과 중국의 삼농문제에 관해 여러 얘기를 나눴고, 직원의 안내로 농장 구석구석을 관람할 수 있었다. 농장은 두 군데였는데, 한 곳에는 농장의 사무실과 채소농장이 있었고 다른 한 곳엔 가축사육시설과 교육시설 등이 있었다. 채소농장에는 북방지역에서 볼 수 있는 중국식 비닐하우스인 ‘따펑(大棚)’이 20여동 있었고 그 안에선 각종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한쪽 벽면이 황토로 돼있고 온실 바닥을 1m 정도 낮게 파서 만든 따펑 안에서는 겨울인데도 가온을 하지 않은 채 토마토가 자라고 있었다. 가축사육 농장에는 중국의 토종닭 등이 방사 형태로 길러지고 있었다. 전부 유기농 재배였고 환경친화적 사육이었다.

이 농장이 중요한 것은 중국 내 CSA 운동의 핵심거점이자 유기농업 전파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 농장에서 특히 역점에 두고 있는 사업은 교육과 홍보다. 이 농장에서는 중국 내 유기농업, 향촌 건설 등에 뜻을 두고 귀농한 청년 혹은 귀농을 준비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 후에는 귀농 청년들이 중심이 돼서 향촌 건설과 유기농업의 가치를 고향에서 적극적으로 전파한다. 현재 중국 CSA네트워크에는 약 500여명의 농민(농장)이 전국 각지에서 참여하고 있는데 매년 한 차례 중국 CSA 대회 개최를 통해 중국의 유기농업과 도농상생의 협력 모델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중국 CSA 대회는 지난 3월 베이징 순이구의 한 대학에서 개최됐다. 벌써 15년째다. 올해의 주제는 ‘생태인, 생태촌, 대식물관(大食物觀)’이었다. 대회에는 원톄쥔 교수를 비롯해 학자들과 정부 유관인사들, 소비자 대표, 유기농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유기농산품을 전시·판매하는 부스를 만들어 도시민들도 성황을 이뤘다.

중국의 CSA 네트워크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조직이 중국의 실질적인 농민운동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중국은 제대로 된 농민운동조직이 없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마오쩌둥은 중국의 주축 세력인 농민을 추동해 공산혁명을 성공시켰지만,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의 농민은 오히려 정치경제적으로 배제되고 도외시 됐다. 그렇다 보니 중국 농민은 변변한 자체 조직 하나 없는 상태이다. 한국의 농민운동을 부러워하고 한살림 모델을 선망해 한국에도 여러 번 온 적이 있는 스옌 박사는 한국과의 교류를 더욱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도연합에서 중국 연수를 왔을 때 이 농장 방문을 중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향후 양국 농민운동진영 간 교류협력이 확대되길 바란다. 결국 우리의 생명창고는 이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