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농민들

  • 입력 2023.12.24 18:00
  • 수정 2023.12.24 19:08
  • 기자명 편집국, 글씨 박홍규 화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도 날씨는 농민 편이 아니었다.

‘이상한 날씨’가 관행으로 이어져 온 농사 질서를 모두 혼란에 빠트렸다. 농작물 피해는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노지농사건 시설농사건 극심한 병해충에 온전한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었다. 덩달아 비료·농약 사용량도 급증해 환경에 대한 부담이 커졌을 뿐 아니라 당장 생산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전쟁 같은 1년 농사를 지었을 농민들에게 올해 농업정책이 어땠는지 묻는 것조차 미안할 지경이었다. 농민들은 “평가할 농업정책이 어딨냐”고 이구동성 반문했다. `빈 깡통 농정'이라고도 표현했다.

경남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딸기는 햇빛 투과율이 중요해 하우스의 비닐을 매년 갈아줘야 한다. 비닐값이 오르고 인건비도 올랐는데 딸기값에 이런 게 반영되기는커녕 올해 시세가 좋지 않다”고 근심했다. 생산비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한 달에 50만~60만원이 나오는 농사용 전기료를 보전해 준다고 석달치 4만5,000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았다고 했다. 제주도의 브로콜리 재배농민은 겨울이 하도 따뜻해 벌써 다 자랐고, 1월 수확기가 무색하다며 이상기후 현장을 설명했다. 단기간에 자란 브로콜리는 상품성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출하시기도 겹쳐 소득은 또 마이너스가 된다.

정부 역시 농민 편이 아니었다.

늘 그렇듯 물가관리에 농업은 희생양이 됐다.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농축산물이 국내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다. 대파, 무, 가공용 감자와 건고추, 생강을 비롯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축산물까지 무더기로 수입된 것이다. 그렇다고 서민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도 아니다. 농축산물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한 탓이다.

농민조합원을 위해 농협이라도 제 역할을 하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농협중앙회 2년의 시간은 ‘중앙회장 셀프연임법’ 하나에 집중됐다.

농민들 사정은 농민이 제일 잘 안다.

농사짓다 생긴 빚을 갚느라 또 대출을 받고 농지를 팔아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가장 밑에서부터 체념 대신 대안을 고민했다. 전국 곳곳에서 제2의 농민수당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장치로 필수농자재지원조례 제정 운동에 나섰고, ‘농민·농업·농촌정책기본법(농민기본법)’ 제정에도 힘을 쏟고 있다. 농민 관점에서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안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정권이 바뀌면서 탄소중립 농정이 실종된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윤석열정부가 가진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으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농식품부 장관이 바뀌어도 달라질 게 없다는 이유다.

그래서 농민들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부터 ‘농업’을 지키는 사람을 뽑자고 벼르는 중이다. 마을회관 한켠에서 웃음꽃이 피는 칼갈이 사업, 그 현장에서 농민들은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농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