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농업결산] 농산물 가격에 위기 더한 ‘정부 수입’과 유통 분야 새바람

  • 입력 2023.12.2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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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7월 1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올해 햇마늘의 첫 경매를 알리는 초매식이 열린 가운데 마늘 농사를 짓는 박윤환(86)씨가 경매장 한편에 앉아 마늘 경락가가 나타나는 전광판을 응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7월 1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올해 햇마늘의 첫 경매를 알리는 초매식이 열린 가운데 마늘 농사를 짓는 박윤환(86)씨가 경매장 한편에 앉아 마늘 경락가가 나타나는 전광판을 응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매년 반복되는 양상이지만, 올해는 유독 농산물 가격폭락으로 인한 농민들의 원성이 거셌다.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운 채 강제·반복된 저율관세할당물량(TRQ)·무관세 농산물 수입 때문이다.

특히 수입 물량으로 수급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는 마늘·양파 재배 농민들은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와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를 필두로 올해 초부터 윤석열정부의 TRQ 수입 중심 농산물 수급정책을 강도 높게 규탄했다. 지난 2월 두 협회는 성명을 통해 “윤석열정부는 135% 관세를 10%로 낮추며 지난해 양파 7만톤을 수입해 놓고 지난 1월 2만톤 수입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비자 물가를 운운하며 4,000톤 수입 연장까지 발표했다. 마늘 또한 지난해 7월과 11월, 12월 등 시도 때도 없이 관세 360%를 50%로 낮춰 수입하더니 국산 깐마늘 시장가격이 오르면 언제든 TRQ 물량을 수입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지러운 분위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조생양파 출하 시기와 겹쳐 불거진 민간 수입양파 과적·밀수 의혹까지 결국 사실로 확인되자 농민들의 투쟁은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갔다. 게다가 정부가 성출하기에 양파 수입을 공고하고, 양파 TRQ를 2만톤이나 증량하는 입법안까지 예고하자 농번기가 한창인 지난 5월 양파·마늘 농민들은 TRQ 수입 전면 중단과 공공비축을 활용한 선제적 수급 안정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며 아스팔트 도로 위에 나서기도 했다.

수확기 양파 TRQ 증량은 도입 시기를 고려하는 쪽으로 수그러들었지만, 정부는 올 한 해 내내 대파와 무, 가공용 감자와 건고추, 생강 등을 비롯해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농축수산물의 TRQ를 증량하거나 할당관세를 인하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이처럼 정부가 수입으로 국내 시장 가격을 지속적으로 어지럽힌 결과, 올 한 해 대다수 농산물 품목의 수매가와 경매가 역시 농민들의 예상보다 한참 낮게 책정됐고 생산비 폭등의 여파까지 고스란히 떠안은 농민들은 정부를 향해 수급정책 개선을 수차례 촉구했다.

하지만 겨울대파 출하기를 앞두고 정부에선 다시금 무관세 대파 수입을 추진했다. 지난 11월 무관세 대파 2,000톤 수입을 결정했고 이는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서 ‘상장경매’되기까지 했다. 그 결과 겨울대파 가격은 1kg 3,000원 수준에서 최근 1,000원대로 급락했고 농민들은 가격 폭락으로 인한 봄철 폐기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농산물 수급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대책 없이 시장시세가 조금이라도 오를라치면 앞장서 무관세·TRQ 수입을 반복한 정부로 인해 농민들은 생산비 폭등과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 그리고 가격 폭락이라는 악수를 겪어내며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는 한 해를 보내게 됐다.

 

농산물 유통의 ‘새바람’

아울러 올 한 해 농산물 유통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농산물온라인도매시장’의 출범과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이었다. 물론 의무화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배추 하차거래도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먼저 지난 11월 29일 출범한 농산물온라인도매시장은 △오프라인 도매시장 물류 비효율성 개선 △거래 규제 완화 및 경쟁 촉진을 통한 물류 최적화 △시·공간 제약 없는 전국 단위 통합 거래 실현 등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물품의 기존 시장 반입 문제, 도매시장 주체별 거래방식 제한 논란, 부실한 산지 저장·유통시설 지원 등이 아직도 완벽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며 업계 안팎에서 제기됐던 거래 활성화 및 실적 우려는 속단하기 이르지만 농식품부 장관 교체 등의 영향을 받아 기정사실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 역시 농민들의 속을 어지럽히기 충분했다. 농민들은 휴업 이후 물량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 매일 출하해야 하는 시설작물 등의 상품성 문제 등으로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월동작물 주출하지인 제주를 중심으로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또한 배추 하차거래 의무화는 예견됐던 대로 농민과 산지 유통인들의 원망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실정이다. 비용 증가와 장소 제한 문제는 수확기를 겪어내며 농민과 산지유통인 사이에서 더욱 확산된 추세며, ‘현대화’라는 명목 아래 추진 중인 강서시장 수박 팰릿출하 의무화 등도 이와 다를 바 없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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