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농업결산] 예산삭감‧공적 먹거리사업 축소 … 올해도 친환경농업은 위태로웠다

  • 입력 2023.12.24 18:00
  • 수정 2023.12.24 19:0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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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래세대 친환경먹거리 예산 복원을 위한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1,000여명의 농민들이 `친환경 직불 확대'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1월 12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래세대 친환경먹거리 예산 복원을 위한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1,000여명의 농민들이 `친환경 직불 확대'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23년 올 한 해도 대한민국의 친환경농업은 위태로웠다.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도 친환경농업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 821억200만원이었던 정부 친환경농업 예산은 내년엔 705억7,700만원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친환경농산물 직거래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 280억원에서 내년 228억원으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 예산은 54억5,000만원에서 50억2,000만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지난 6월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2023 유기농데이 대축제’ 당시, 김인중 전 농식품부 차관은 ‘친환경농업직불금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다른 예산이 삭감돼도 친환경농업직불금이나마 늘림으로써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 강화 의지를 확인시켜야 했으나, 해당 직불금 예산은 “직불금을 늘려야 한다”는 한국친환경농업협회 등의 지속적인 설득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인 228억3,2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됐다.

친환경농업 예산이 삭감되는 판에, 친환경농산물의 주된 소비 창구인 공공급식 영역 상황이 괜찮았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올해 1월, 기획재정부는 임산부 친환경농산물지원사업 예산 157억8,000만원,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사업 예산 7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로 인해 각 지자체는 먹거리 관련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게 됐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4만8,000명의 도내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2만명 분으로 짜놓은 국비 예산이 올해 초 ‘증발’함에 따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기도는 김동연 지사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도 예산 23억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을 계속하기로 했다.

반면 범세계적으로 호평받던 지자체 사업을 스스로의 손으로 사실상 폐기하던 지자체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을 서울 관내 어린이집 등에 공급하던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의 ‘개편’을 선언했다. 산지 지자체-서울 자치구 간 연계를 통한 친환경먹거리 공급을 중단하고, 서울시 학교급식 공급을 담당해 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산하 서울친환경유통센터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떠맡게 한 것이다. 지역 농민과 서울시민을 친환경먹거리로 연결시킨다는 점을 인정받아 2018년 밀라노 도시먹거리정책 협약상까지 받았던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은, ‘전 시장 흔적 지우기’에 집중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의해 도농상생의 취지가 퇴색된 사업으로 전락했다.

예산삭감, 줄어드는 공적 영역의 판로 등으로 고뇌가 깊어지던 친환경농민 중 일부는, 올해도 ‘제도 자체의 한계’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잔류농약 검출 여부를 핵심 가치로 삼는 ‘결과 중심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는 올해도 억울한 피해농가를 다수 양산시켰다.

그나마 올해 정부 친환경농정의 몇 안 되는 성과로 지난 13일 단행된「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친환경농어업법)」시행규칙 개정을 들 수 있다. 잔류허용기준이 ‘완전한 불검출’에서 식약처 잔류허용기준의 20분의 1 이하 수준까지 완화된 것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현장 친환경농민들은 그 상위법인 친환경농어업법의 개정, 그리고 농민을 ‘몰래 농약 치는 범죄자’마냥 단정 짓는 농정당국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앞으로도 ‘선의의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리라는 입장이다.

2023년 막바지, 친환경농업계는 올해 농정을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 21일 서울 한살림연합 지층회의실에서 ‘환경농업 먹거리농정 대전환 공동정책단’ 주최로 열린 ‘환경농업 먹거리농정 대전환 공동정책 민-민 거버넌스 –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체계 구축 정책과 입법 과제’ 토론회에서 송원규 전국먹거리연대 정책위원장은 “본격적으로 윤석열정부의 농업 정책 기조를 담은 첫 예산인 2024년도 예산에서 드러난 방향성은 △기술 중심의 기후위기 대응 △친환경농업 정책에서 스마트농업 정책으로의 농정 중심축 이동 △농업·먹거리 공공정책의 후퇴 등이었다”고 총평을 내렸다.

김광천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내년 과제로서 △친환경농업 분야 재해보험 확대 △친환경농업직불제 확대 △임산부, 초등돌봄교실 사업 대상 먹거리지원사업 입법화 △친환경농산물 판로 확대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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