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농업결산] 올해도 `이중고' 버틴 축산농가들

  • 입력 2023.12.24 18:00
  • 수정 2023.12.24 19:0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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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2월 12일부터 3일간 정부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함께 진행한 2023 수입바이어 초청행사에서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을 찾은 외국바이어들이 도축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한우자조금 제공
지난 12월 12일부터 3일간 정부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함께 진행한 2023 수입바이어 초청행사에서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을 찾은 외국바이어들이 도축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한우자조금 제공

 


수출 기반 새로 다진 한우업계... 내년엔 괄목할 성과 낼수 있을까

생산비 상승의 여파로 모든 농가들이 어려웠던 한 해였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고심이 깊은 이들은 역시 한우농가들일 것이다. 생산비 상승·홍수 출하 이중고로 인한 고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 한우업계는 수출활성화에 본격적으로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가격 파동이 기정사실화돼가던 지난해 전국한우협회는 이미 홍콩시장을 대상으로 사전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내수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수급 조절의 한계가 명확하단 점은 그간 여러 파동을 겪으며 모두가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었다.

공감대 형성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고, 올해 정부·기관, 한우협회·한우자조금, 유통업계 등은 협의회 아래 모여 수출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도구들을 신속하게 마련했다. 한우 수입국에서 해당 국가 언어로 한우의 정확한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우업계는 기존 수출시장(홍콩)에서의 판매 전략을 새롭게 가다듬는 한편, 말레이시아·캄보디아 등의 신규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말레이시아 방면 수출의 경우 한우의 할랄 인증까지 준비하는 등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봤는데, 마찬가지로 할랄 인증을 요구하는 아랍계 국가들로까지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올해 수출활성화에 재도전하며 세운 첫해 목표(100톤)는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동활 한우자조금 관리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간담회에서 올해 예상되는 총 수출량은 63톤 정도로 기대에는 조금 못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수출길을 새롭게 연 데는 성공했고, 또 더 많은 국가들에 한우를 소개하고자 하는 노력을 연중 계속했던 만큼 내년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대해봄직 하다.

 

올해도 ‘물가잡기’에 시달려

한우가 수급조절 실패로 인한 이중고에 힘겨웠다면, 다른 축종들은 정부의 ‘물가잡기’가 연신 발목을 무겁게 했다. 정권을 막론하고 늘상 지속되고 있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물가정책 기조는 그러잖아도 생산비 상승으로 이미 고충을 겪고 있는 농가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윤석열정부 이후 물가안정을 이유로 전 품목·축종에 걸쳐 무분별하게 추진되고 있는 할당관세 조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됐는데, 생산 환경 악화가 지속되며 수취가격에 더욱 더 예민해진 농가들의 시름을 불렀다.

대표적으로 돼지고기는 지난해 대비 도축물량과 재고가 모두 증가하면서 지난해보다 낮은 도매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하반기 공급물량 부족이 우려된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4만5,000톤 규모의 할당관세를 추진했다. 닭고기는 한술 더 떠 사실상 ‘연중’ 무관세 상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할당관세 조치가 지속 연장돼 왔으며 심지어 내년 1분기에도 추가로 3만톤 도입이 예정돼 있다. 그러는 사이 닭고기 수입량은 지난 2021년 대비 두 배 가까운 양인 21만톤 수준까지 증가했다.

우유 역시 지난 11월 원유 환산 53만톤 규모의 할당관세를 신규 적용한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사유는 역시나 ‘물가안정’이었다. 정작 많은 낙농가들은 생산비 증가로 인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높은 우윳값의 책임을 전가하는 언론의 공격에도 속수무책으로 노출됐다.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결국 낙농제도개편안에서 생산 이후의 과정에는 손을 대지 않았고, 최근 들어선 자급률 하락까지 우려되는 상황에도 추가적인 제도보완은 없었던 탓이었다.

 

 

지난 9월 6일 대구 한국국제축산박람회 현장에 모인 축산단체 대표자들이 정부의 자조금제도 개편 추진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9월 6일 대구 한국국제축산박람회 현장에 모인 축산단체 대표자들이 정부의 자조금제도 개편 추진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9월을 뒤흔든 자조금 자율성 침해 논란

올해 늦여름, 정부는 각 자조금관리위원회를 자조금법상 특수법인(가칭 자조금관리원)화하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 계획은 기본적으로 ‘축산단체들이 자조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인식 속에 작성돼 있어 이를 확인한 각 축종 생산자들 사이에서 큰 반발이 일었다. 계획에 따르면 축산단체는 관리원의 설치권한·법인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 중 절반의 추천권만을 가지는 등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다.

더욱 크게 반발을 산 부분은 자조금의 용도에 관한 언급이었다. 개편안에는 자조금들의 기존 주력사업인 홍보·소비촉진 대신 수급조절을 최우선 항목으로 삼고 방역·환경관리 분야에서도 인센티브를 자조금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등의 계획이 담겼는데, 농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정부가 예산을 들여 주도해야 할 사업들을 농가에게 떠넘긴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수입개방의 문이 나날이 넓어지고, 규제가 확대되면서 농가들은 정부 정책 또한 영농 활동의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인식하곤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조(自助)’를 위해 모은 돈조차 이미 정부 감독 하에 사용하고 있는데 그 자율성을 더욱 침해한다는 내용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음이 당연하다.

대부분의 자조금관리위원회와 생산자단체가 이에 반발하고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한 달여 만에 계획 추진을 철회했지만, 자조금을 바라보는 농가와 정부 간의 시각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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