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농촌농협이 제 역할 할 수 있도록 … 회원조합 뒷받침하는 중앙회 만들어야”

[농협중앙회장 출마예정자 인터뷰]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 입력 2023.12.10 18:00
  • 수정 2023.12.10 18:4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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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우리 농협, 넓게는 농업의 4년 명운을 가를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중앙회장 연임제 이슈가 늘어지면서 선거판 상황은 역대 어느 때보다 오리무중이지만, 그럼에도 선 굵은 인물들이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본지는 이달부터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인물들을 한 주에 2명씩 만나 차례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주차별 섭외 순서는 무순(기자 출장여건 및 대상자들과의 일정 조율을 고려)이다.

 

경남 합천은 4년 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두 명의 후보를 내놓은 지역이다. 강호동 율곡농협 조합장과 최덕규 당시 가야농협 조합장. 두 후보가 단일화만 했다면 선거의 판도가 달라졌으리라는 분석도 드물지 않다. 쓰라린 아픔을 겪었던 강호동 조합장이, 4년의 시간을 기다려 권토중래하고 있다.


지난 선거의 패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며, 이번 선거의 상황은 어떤가.
패인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합천에서 동향 후보를 못 끌어안은 게 첫 번째 이유고, 지난 선거까진 대의원 간선제였다보니 내 농협 혁신 기조를 대의원들께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것도 있다. 이번 선거부터는 1,111명 조합장 직선제인 데다 시대 흐름에 따라 농협의 혁신·변화를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졌을 걸로 본다. 나는 직원부터 시작해 36년 동안 농협에 헌신하면서 누구보다 농업·농촌에 대한 애절함, 간절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혁신과 변화를 가장 잘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만약 강호동이 농협중앙회 4년을 경영했다면, 지금의 농협중앙회와 어떤 차별점이 있었을까.
아마 ‘지역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는 확실히 이루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선거 때 무이자자금 13조원을 20조원으로 확대해 농촌농협마다 최하 200억원부터 500억원까지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타 후보들이 그 재원을 어떻게 할거냐고 물었을 때, 당시 6,800억원이었던 중앙회 당기순이익을 1조5,000억원까지만 끌어올리면 조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경영혁신을 하고 중앙회 전 임직원의 허리띠를 졸라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최근에 중앙회가 1조5,000억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냈으니 그게 허황된 얘기가 아니었음이 증명된 거다. 여기서 중앙회장의 의지와 결단만 있었다면 지역농협 경제사업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 수 있었다.

그동안 농협 조직과 관련해 어떤 고민을 해왔나.
내 캐치프레이즈가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이다. 지난 60년이 농협중앙회를 위한 농협이었다면 앞으론 중앙회가 여러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역농축협 중심으로 가야 한다. 나도 조그만 농촌농협 조합장이지만 협동조합은 작을수록 농업인들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자본 등 경영여건이 안돼 못 하는 게 참 많다. 농촌이 고령화·영세화돼 있는데 농협만 규모화한다고 만사가 아니다. 소규모 농촌농협이 농촌의 현실 속에서 지역민들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가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그게 미미하다 보니 지역농협의 어려움이 계속 가중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공약들을 구상하고 있나.
전국에 지역농협이 1,111개, 점포수로는 6,000~7,000개다. 한 점포에서 10년에 한 번만 사고가 나도 농협은 매일 사고나는 곳으로 비쳐질 수 있다. 국민에게 불신받지 않도록 전산시스템이나 사고방지 규정을 철저히 만들어야 한다.
회원조합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해 상호금융의 대내외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상호금융을 독립화(법인화) 내지 연합회로 만들어 신협법에 제재받지 않는, 제1금융권에 버금가도록 만들겠다는 게 지난 선거 때 공약이기도 했다. 또한 도시-농촌농협 양극화 해소 방안도 중요하다. 이건 중앙회가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되고 도시농협들과의 많은 소통을 통해 방법을 고민하고 제도화해야 할 문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우리 농협이 지난 60년 동안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새로운 60년은 받은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하는 농협이 돼야 한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농협이 역할을 확실히 해서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으로 갈 수 있도록 농협 10만 임직원의 이념을 바꿔나갈 것이다. 열심히 노력할테니 국민들도 변치않고 농협을 사랑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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