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틀’ 깬, 전국단위 새로운 도매시장의 출범?

시·공간 제약 두지 않고 거래 후 물류 뒤따르는 구조
단순해지는 거래 주체 … ‘판매자’와 ‘구매자’로 구분

  • 입력 2023.09.24 18:00
  • 수정 2023.09.24 20:4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을 단위로 한 도매시장,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기존 오프라인 공영도매시장의 각 주체들인 산지출하조직과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과 대형마트 등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출하된 채소의 품질을 확인하는 가운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을 단위로 한 도매시장,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기존 오프라인 공영도매시장의 각 주체들인 산지출하조직과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과 대형마트 등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출하된 채소의 품질을 확인하는 가운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시·공간에 제약이 없는, 전국을 단위로 한 도매시장의 출현.’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시범 운영 및 출범을 앞두고,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농업·유통업계 전반에서 퍼지고 있는 말이다. 당초 우려와 달리 온라인 도매시장의 개설이 새로운 ‘기회’가 될 거란 기대감도 어느덧 함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상물일치형’ 거래가 아닌, 거래 후 물류가 이뤄지는 구조에 있다. 농식품부는 거래 단계마다 상품이 운반되는 상물일치형 거래의 경우 비용 증가를 당연히 수반할 수밖에 없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취급하는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경매된 상품이 다시 지방으로 분산되는 ‘역물류’ 등 현재의 오프라인 도매시장이 물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 최근 각 산업 분야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디지털 전환’을 농업 유통 분야에 도입했다. 이에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에서는 거래가 확정된 이후 물류가 뒤따를 예정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플랫폼은 원활한 대량 거래가 가능하도록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 운영 시스템을 대거 준용한다. 농식품부가 지도·감독을 맡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영·관리를 도맡는 한편, 입찰과 정가거래를 중심으로 할 계획이며 예악·발주 등 일부 오프라인 공영도매시장에서 실행할 수 없었던 다양한 거래의 가능성도 열어둘 예정이다. 제3자 판매 금지 등의 거래제한과 경쟁제한도 폐지한다. 취급 품목 등을 규제받던 일부 도매시장법인 등에서 TF까지 꾸려 온라인 도매시장 참여를 준비하는 이유다.

이밖에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거래 주체는 판매자와 구매자로만 구분된다. 산지출하조직과 도매시장법인, 공판장 등이 판매자로, 중도매인과 대형마트, 가공업체 등이 구매자로 참여할 전망이다. 대금정산 등은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이 운영하는 통합정산소를 통해 구현되며, 올해 11월 30일 정식 출범 직후 거래가 용이한 38개 품목을 우선 거래하고 추후 품목을 다변화해 농산물뿐만 아니라 농식품까지 플랫폼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물론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 대비 저렴한 ‘수수료’도 온라인 도매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원활한 온라인 도매시장의 정착을 위해 기존 도매시장보다 저렴한 요율의 수수료 상한을 설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시장이용수수료와 정산수수료, 위탁수수료 모두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 대비 저렴하게 책정됐다. 판매자가 시장에 납부하는 이용수수료는 0.3%로, 기존 시장이용수수료인 0.5~0.55%보다 낮다. 구매자가 시장에 내는 정산수수료와 출하자가 위탁판매자(도매시장법인 등)에 납입하는 위탁수수료도 각각 0.2%와 최대 5% 수준이다. 정산수수료는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의 절반 정도며, 위탁수수료도 최대 7% 대비 2%p나 낮다. 나아가 정부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안정적인 초기 정착을 위해 출범 후 약 3년간 이용수수료 등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통합정산소 운영에도 구매자와 판매자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농식품부의 노력이 담겼다. 대금정산 방법은 현금결제와 통합정산소 여신, 기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간 개별약정으로 나뉜다. 특히 통합정산소를 통한 여신 정산은 구매자에게 한도를 부여한 뒤 정산소가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면 구매자에게 15일 이내 대금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정산 약정은 1년 이내며, 수수료는 정산소 이용금액의 0.2%로 저렴한 편이다.

농식품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개설·운영을 위한 예산을 약 624억3,400만원가량 편성했다. 온라인 도매시장 운영을 뒷받침할 산지 농산물유통센터(APC) 조성·확대 등의 예산까지 전부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농식품부가 오롯이 온라인 도매시장 개설·운영 명목으로 편성한 예산의 대부분은 온라인 거래 출하 촉진을 위한 결제자금(융자) 360억원과 온라인 도매시장 정산지원(통합정산소) 자금 160억원이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 플랫폼 구축 및 운영비용에 편성된 예산은 104억3,400만원 정도다. 판매자와 구매자에 대한 융자·여신 지원이 온라인 도매시장 관련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한편 온라인 도매시장의 경우 전국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온라인 시장에 모이고, 산지에 물건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출하자의 가격 선택권이 확대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농식품부가 농업소득 증진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날 도매시장의 경우 산지에서 시장으로 물건이 운반된 이후 거래가 이뤄지는 까닭에 입찰로 인한 경락가가 출하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상품을 다시 다른 시장으로 옮기기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온라인 도매시장에선 저장시설만 뒷받침된다면 출하자가 원하는 가격에 물건을 납품할 수 있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