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RPC, 분식회계로 임직원 ‘성과급 잔치’

대손충당금 과다적립 등 편법

기록적 쌀값 폭락에도 ‘흑자’

농민들 등골 휘던 2022년에

농협 임직원들은 성과급 잔치

  • 입력 2023.05.11 16:03
  • 수정 2023.05.13 08:5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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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일단의 농민들이 11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RPC 분식회계 행태를 폭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일단의 농민들이 11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 RPC 분식회계 행태를 폭로하고 있다.

농협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운영하는 전국의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 결산을 흑자로 둔갑, 임직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 등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11일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식품부에 특별감사를 요구했다.

2021년산 쌀이 기록적인 낙차로 폭락함에 따라 RPC들의 지난해 결산은 지역을 불문하고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전농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농협 조공법인이 운영하는 각 지역 대표 RPC들은 올해 초 결산총회에서 대거 흑자를 기록했다.

비결은 분식회계였다. 이들 RPC들은 쌀값이 좋았던 2020~2021년 결산 당시 대손충당금을 과다적립한 후 이번 결산에서 이를 수익으로 환입했고, 회원조합들로부터 별도의 자금을 갹출시켜 ‘영업외 수익’으로 잡기도 했다. 회원조합 갹출은 물론이거니와 대손충당금 과다적립 역시 배임의 소지가 다분한 행위다. 한 조공법인 RPC의 경우 이 수법에 의해 ‘180억원 적자’가 ‘1,200만원 흑자’로 둔갑되기도 했다.

단 1원이라도 흑자 결산을 내면 임직원들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다. 전농은 이들 RPC 임직원들이 변동성과급 300%에 특별성과급 150%까지, 통상적으로 450% 안팎의 성과급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농민들이 쌀값 폭락과 생산비 폭등으로 극한의 어려움에 내몰렸던 해인데, 의혹이 사실이라면 RPC가 고통을 분담하긴커녕 부당한 방법으로 농민들의 재산을 갈취한 셈이다.

기자회견에서 김기형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은 “농협은 우리 농민들이 출자해 만든 우리 조직이라 항상 믿음을 갖고 있었는데, 회계부정으로 임직원 성과급 챙기는 데만 바빴다니 비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기형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가운데)이 농협 RPC의 회계비리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김기형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가운데)이 농협 RPC의 회계비리에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이는 단지 개별 RPC들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 RPC의 결산 자료는 매년 3월경 농협중앙회에 보고되지만 농협중앙회가 이를 전혀 바로잡지 못한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농식품부에도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다.

이용희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RPC를 관리감독하고 시정조치해야 할 농협중앙회가 결산지침서 하나 달랑 내려보내 놓고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단다. 그 결산지침서에도 대손충당금 과다적립은 분식회계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니 하지 말라고 적시해 놨다”고 지적했다. 지역농협 조합장 출신인 장재호 전농 경북도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범죄행위’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 모두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분개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 이후 농식품부 담당 사무관에게 RPC 특별감사, 부당성과급 환수,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근혁 전농 정책위원장은 “쌀뿐 아니라 다른 조공법인들도 유사한 문제가 있을 거라 추측한다.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가 오늘 이후 이를 똑바로 관리감독하지 않는다면 농민들로부터 규탄이 아니라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용희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오른쪽)이 농식품부 담당자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용희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오른쪽)이 농식품부 담당자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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