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사수’ 내건 농어민, ‘서울서 나락 쏟고 제주선 도심 행진’

전농,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서 전국농민결의대회 개최

성난 농심, 대통령실 향해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보장하라”

제주 농어민 1천여명, 범도민대회 후 일본총영사관까지 행진

CPTPP 가입 저지·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한목소리’

  • 입력 2022.11.11 11:15
  • 수정 2022.11.13 19:09
  • 기자명 장수지·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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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김태형 기자]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 농민생존권 보장! 전국농민결의대회’에서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쌀값 보장 등을 촉구하며 대통령실로 행진하려다 경찰에게 막히자 나락을 뿌리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 농민생존권 보장! 전국농민결의대회’에서 전국에서 상경한 농민들이 쌀값 보장 등을 촉구하며 대통령실로 행진하려다 경찰에게 막히자 나락을 뿌리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8일 전국 각지 농민들이 정부에 근본적인 쌀값 안정 대책과 농민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오는 16일 열리는 전국농민대회를 알리기 위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모였다. 이어 9일에는 농어민 등 1,000여명이 제주도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CPTPP 가입 저지와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 전기요금 인상 철회 등의 구호를 내걸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삼각지역 앞에서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쟁취! 농민생존권 보장! 전국농민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모인 농민들은 윤석열정부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농기계와 볏가마를 반납한다는 항의의 뜻을 담아 트럭 100여대에 트랙터 4대와 볏가마, 곤포 사일리지(원형 볏짚 더미)를 싣고 왔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대회사에서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하고 생산비는 폭등하면서 농민들이 한 해 동안 농사지은 결과가 막대한 부채로 돌아왔다”며 “게다가 금리까지 폭등하며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결국 올 겨울 대금 정산 시기가 돌아오면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그동안 100%에 가까운 자급률로 우리의 식량을 책임져왔던 쌀 농업마저 흔들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옥희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도 “(농촌에는) 생산비가 폭등했고, 인건비를 올려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 쌀값도 폭락했다”며 “이 정부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은 전부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거나 가루쌀처럼 허무맹랑한 것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대회에는 농민들의 현장 발언이 쏟아졌다.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은 “시골에서는 농협이 벼 1kg을 1,000원 주고 가져가면서 나중에 벼값이 조금 오르면 정산해서 돌려준다고 하는데, 농협과 정부는 벼 1kg 기준 1,500원 정도로 예측하는 것 같다”며 “폭등한 농자재값 등을 따져보니 1kg에 2,000원은 받아야 적정한 것 같다. 벼 1kg 가격 2,000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대종 전농 전북도연맹 의장은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할 수 있다’를 ‘해야 한다’로 문구를 바꾸면 마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정부와 국민의힘은 마치 법이 통과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우리 농민의 운명을 맡겨서 해결되는 게 있겠냐. 오는 16일 투쟁에서 윤석열정권 퇴진 구호를 전면에 내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양곡관리법은 수확기에 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가격이 평년 대비 5% 이상 떨어지면 정부가 쌀을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의무조항으로 바꾸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지난달 19일 여당의 반대 속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장 60일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대회를 마친 농민들은 대통령실 앞에 나락을 적재하기 위해 벼 40kg 한 포대씩을 어깨에 짊어진 채 행진하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일부 농민들은 항의의 표시로 나락을 쏟아내고 경찰이 설치한 철제 펜스 너머로 볏가마를 던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농민들은 오후 4시쯤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으로 이동해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인근 도로 안전지대에 40kg 벼 포대 200여개를 적재한 뒤 해산했다.

지난 9일 열린 제주 범도민 결의대회,

“오는 16일 투쟁으로 농어업 지킬 것”

지난 9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농어민 생존권 사수·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CPTPP 가입 저지’ 제주 범도민 결의대회에 참석한 농어민 1,000여명이 대회를 마친 후 노형동 일본총영사관까지 행진하며 생존권 사수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9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농어민 생존권 사수·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CPTPP 가입 저지’ 제주 범도민 결의대회에 참석한 농어민 1,000여명이 대회를 마친 후 노형동 일본총영사관까지 행진하며 생존권 사수를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결의대회 다음날인 9일에는 ‘농어민 생존권 사수·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CPTPP 가입 저지’ 제주 범도민 결의대회가 제주도청 앞에서 개최됐다. 농민단체와 어민단체, 시민사회단체 및 정당 등 81개 단체 1,000여명이 운집한 이날 집회에선 제주특별자치도를 뒷받침하는 농어업 1차 산업에 닥친 위기 상황을 호소하는 목소리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어민과 도민 전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의지가 모아졌다.

가장 먼저 연대 발언에 나선 김성보 제주도수협조합장협의회장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제주 1차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농어민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CPTPP 가입까지 추진 중이다.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국내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인한 어민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지도 않은 채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강동만 품목별생산자협의회장은 CPTPP 가입 시 예상되는 농어업 피해 현황에 대해 설명하며 강력한 연대로 CPTPP를 막아내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임기환 민주노총제주본부장은 “제주도의 산업구조상 제주 농어업의 붕괴는 제주지역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농어민과 제주 전역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및 CPTPP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남은 것은 투쟁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진 연대사에서 하원오 전농 의장은 “어제(8일)도 전국 농민들은 화물차에 나락을 싣고 서울 용산 윤석열 집무실 앞에 모여 쌀값 보장과 CPTPP 반대를 외치며 농민을 막아서는 경찰을 향해 나락을 뿌리고 강력히 시위했다”라며 “윤석열정부는 문재인정부가 시작한 CPTPP를 그대로 이어받아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일본의 눈치를 보기에 바쁜 모양새다”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농어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전국 농민들이 투쟁으로 농어업을 지키고 국민 먹거리 또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후 김윤천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한국전력공사의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김 의장은 “감염병과 기후위기, 식량난 등 농어업을 위협하는 온갖 위기 속에 농어업용 자재비와 인건비, 대출금리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인상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 와중에 농사용 전기는 지난달 35%에서 많게는 74% 이상 인상돼 농어민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면서 “농업용 전기는 한국전력공사가 생산하는 전체 전력량 중 단 4%에 불과하지만 한전은 자신들의 적자를 이유로 농어민에게 요금 인상 폭탄을 안겼다.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이 적자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전기요금 인상으로 제주의 1차산업이 무너지면 결국 제주도도 무너진다. 1차산업 종사자인 농어민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의 안전한 먹거리와 식량주권 사수를 위해 앞으로 더욱 가열차게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결의대회에서 한용선 제주양식수협조합장과 김만호 전농 제주도연맹 부의장은 삭발 상징의식을 통해 강력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삭발을 마친 뒤 김만호 부의장은 강순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제주시회장과 함께 농어민 생존권 사수를 위해 CPTPP 가입 저지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철회,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규탄 등의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낭독했다. 결의문 낭독 이후 대열을 정비한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일본총영사관까지 2.2km에 달하는 행진을 시작했다. 제주 전역에서 모인 농어민들은 거리 행진 내내 도민과 관광객들을 향해 CPTPP 가입 시 예견되는 농어업 피해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 농어업 생존권 사수 필요성 등을 선전하며 이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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