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낸 IPEF

한국·미국 등 IPEF 참가국들, 장관회의서 각료선언 합의
사실상 미국 농업계 요구 그대로 반영된 채 짜인 기본 틀

  • 입력 2022.09.16 11:09
  • 수정 2022.09.16 11:1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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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국민중행동이 지난 7월 8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앞에서 진행한 IPEF 공청회 대응 기자회견.
전국민중행동이 지난 7월 8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앞에서 진행한 IPEF 공청회 대응 기자회견.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농식품 수입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 지양’ 등 우리 농업에 위협이 될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미국과 한국·일본 등 14개 IPEF 참가국의 각료들은 지난 8~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개 기둥(pillar)에 대한 각료선언문 채택에 합의하며 공식 협상개시를 선언했다. 이번 장관회의엔 한국 정부를 대표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참가했다.

4개의 기둥 중 ‘기둥 1’인 무역 부문은 농업 관련 내용을 포괄한다. 장관회의에서 참가국 각료들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문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농식품 수입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 지양 △규제 절차의 투명성 증진 △과학과 위험(요소)에 기반한 의사결정 고도화 △규제·행정 요건에 관한 절차 개선과 협력 증진 △농식품 수출에 대한 부당한 금지 또는 제한조치 지양 등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농민들로서 우려되는 내용은 ‘부당한 농식품 수입 제한조치 지양’이다. 미국이 빠진 채 추진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도 동식물 검역(SPS) 전반에 대한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된 상황에서, 미국 또한 IPEF를 통해 각종 농식품 수입 제한을 완화하라고 압박할 여지가 생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말 IPEF 가동을 선언한 이래, 미국 농업계는 “IPEF에 미국산 농산물의 판로 확보를 위해 농산물 시장개방 관련 내용을 담으라”며 정치권에 로비를 지속해 왔다. 향후 IPEF 협상의 기본 틀이 될 각료선언문에서부터 미국 농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자국 농산물 판로 확보를 위한 타국 시장개방 압박’ 내용이 담긴 셈이다.

IPEF 각료선언문에 드러나는 ‘자유무역 체제 고수’ 입장

한편 IPEF 가담국 중 인도의 경우, IPEF의 ‘기둥 1’인 무역 부문 합의엔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IPEF의 무역 부문 내용이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차별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며, 무역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기둥’에만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WTO 협정이 기본적으로 ‘자유무역 활성화’를 기조로 삼는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하는 IPEF 장관회의 각료선언문 곳곳에선 사실상 기존 자유무역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관점이 드러난다.

각료선언문의 무역 부문에선 역내 무역 원활화와 관련해 △통관절차 간소화 및 투명성 개선 △참여국의 투명한 규제절차 확보 △시장경쟁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각료선언문에선 IPEF의 ‘기둥 2’인 공급망 부문과 관련해 “역내 국가 간 모든 공급망 협력 과정은 기업 기밀을 보호하고 시장교란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시장 원칙을 준수하며 추진하기로 했다”고 적시해, 기업 이익 보호 및 시장경제 체제 수호 입장을 드러냈다.

정작 IPEF 주도국인 미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자국 자동차 제조기업들에만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오히려 자신들이 내걸어 온 자유무역 구호에 위배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IPEF를 자국에 어떤 식으로 유리하게 활용할지, 한국은 IPEF에 어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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