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 IPEF 반대한다”

전국민중행동·한종협, 윤석열정부 IPEF 참여 강력 규탄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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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국민중행동이 지난 8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앞에서 IPEF 공청회 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민중행동이 지난 8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앞에서 IPEF 공청회 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민중행동이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윤석열정부를 강력규탄했다. IPEF 가입은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포위망에 참여하는 일로, 대한민국의 최대교역국인 중국과의 갈등을 낳을 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국민중행동은 지난 8일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앞에서 IPEF 공청회 대응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이창양, 산자부)의 IPEF 공청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전국민중행동은 공청회에 앞서 IPEF의 문제점을 알리고자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한국의 IPEF 가담이 미국의 패권주의적 정책에 놀아나는 행위임을 강조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우리나라는 외교정책 상으로나, 경제정책 상으로나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식의 길을 선택할 수 없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가가 중국인데, 미국의 뜻에 따라 중국을 배제하고, 러시아를 배제하는 식의 선택은 우리의 국익에 맞지 않다”며 “IPEF 가담은 한국의 고립을 자초하는 선택이므로 절대 안 된다. 전국민중행동은 정부의 행보를 계속 예의주시하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고창건 전농 사무총장은 IPEF에 대한 농업계의 우려점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IPEF에서 강조하는 ‘탈탄소’ 관련 규범 마련이, 최근 우리 농지를 침탈하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벌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대문제를 더욱 부추길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둘째, 위생·식물검역 조치(SPS) 관련 규제 완화로 우리 과수·축산업을 붕괴시킬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이 쿼드(미국·일본·인도·호주 참가 4자 안보협의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참가 외교안보 3자 협의체), ‘5개의 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의 군사동맹이자 정보네트워크)’ 등의 협의체를 통해 자국의 패권정책 및 대(對)중국 압박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사무총장은 “IPEF도 미국과 그 동맹국 간 공급망을 강화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태동했기에, 위의 쿼드, 오커스, ‘5개의 눈’과 마찬가지로 미국 패권정책의 산물”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미국 패권전략의 노리개로서 놀아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작 중국 압박정책을 주도하는 미국은 자국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對)중국 관세인하’를 검토하고 대(對)러시아 제재 완화 가능성도 언급하는 상황에서, 윤석열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 압박 선봉장을 자임하고 있다. 이는 자국 경제와 국민의 안위보다 미국의 패권을 중시하는 사대적, 망국적 행태로서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지난 8일 코엑스 컨퍼런스룸 앞에서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가 ‘IPEF 졸속 추진 산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8일 코엑스 컨퍼런스룸 앞에서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가 ‘IPEF 졸속 추진 산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민중행동 기자회견에 이어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상임대표 이학구, 한종협)도 ‘IPEF 졸속 추진 산자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민중행동이 윤석열정부의 ‘IPEF 가담’ 자체가 문제임을 규탄했다면, 한종협은 정부의 IPEF 논의 과정에서 ‘농어업 패싱’, 즉 산자부가 농어업계의 입장을 무시한 채 IPEF를 졸속 추진한 점을 규탄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번 IPEF 공청회에서 농업계는 논의구조에서 배제됐다. IPEF가 기존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농업부문의 시장개방을 직접 다루지 않고 관세인하 관련 내용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농어업계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종협은 이어 “(IPEF엔) 먹거리시스템, 농업제도, 농촌 탈탄소를 포함해 SPS 규범 마련 등 민감한 농어업 통상의제가 IPEF 핵심의제 내에 포함돼 있다”고 한 뒤 “특히 지금까지 꾸준히 농수산물 추가개방을 요구해 온 미국이 IPEF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국산 농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IPEF에 시장접근 규정을 포함해야 한다는 미국 의회의 의견이 내부적으로 계속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IPEF가 어떤 형태로 출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IPEF 내용 중 농어업분야 추진과제를 예의주시하며 농어민의 생존권 침해 사안에 대해선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한종협의 입장이다.

지난 8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진행된 IPEF 공청회 중 각계 전문가들의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일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진행된 IPEF 공청회 중 각계 전문가들의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건의 기자회견 뒤 열린 IPEF 공청회는 대체로 산자부 등 정부관계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의 ‘장밋빛 미래’ 전망 위주로 진행됐다. 다만 그 와중에도 농업분야에선 SPS 규제 완화 등에 따른 문제 발생 가능성 우려가 일부나마 제기됐다.

양기욱 산자부 FTA 정책관은 “IPEF는 전통적 무역협정과 다른, 새로운 이슈 중심의 신(新)경제협력플랫폼”이라며 “신통상질서 주도,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 산업계의 해외진출 기회 확대를 위해 초기부터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초장부터 IPEF 참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IPEF의 골격을 이루는 내용인 4개의 ‘기둥(pillar)’은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이다. 미국 측은 이 중 ‘기둥 1’인 무역 부문에선 농업 관련 의제도 다루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농업분야와 관련해 △SPS 등 농업분야 규제 관련 투명성 제고 △과학에 기반한 의사결정 및 수입허가, 증명 등의 절차 개선 △기후변화 및 식량안보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 마련 등의 의제가 논의될 것이라는 게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의 설명이다.

여기서 ‘과학에 기반한 의사결정’ 및 그에 따른 절차 개선의 경우, 미국이 계속 한국 측에 압박했던 생명공학기술 관련 규제완화, 예컨대 유전자조작생물체(GMO. 유전자가위 기술 산물도 포함) 관련 규제완화 문제를 포함하는 사안이다. ‘과학적 의사결정’을 통해 GMO 관련 규제절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김 실장은 농업분야에서 IPEF 가담을 통해 “식량안보 확보와 공급망 강화·다변화, 스마트농업 수출, 농업생산성 관련 기술협력 강화 등이 기대된다”고 한 뒤 “한편으로 수입국의 위생검역 의무 강화에 대비해, 선제적 위생검역 행정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공청회 후반부 종합토론에서 문한필 전남대 교수는 농민단체들이 갖고 있는 SPS 규정 완화 관련 우려를 전했다. 문 교수는 “SPS 관련 내용이 ‘기둥 1’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농민들은 SPS 규정 완화가 과수분야의 ‘실질적 시장개방’으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크다”며 “아직 논의 수준과 주제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만약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수준의 SPS 규정 완화 조항이 들어간다면 농업계의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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