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이어 미국발(發) 파고 ‘IPEF’ 들이닥치나

미 농업계, 자국 정부에 “IPEF 통한 해외 농산물 시장개방” 촉구

  • 입력 2022.04.21 21:03
  • 수정 2022.04.22 14:1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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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등 아시아 각국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독촉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유튜브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등 아시아 각국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독촉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유튜브 갈무리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파고를 막기 위한 농어민들의 투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미국발(發) 파고가 들이닥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름하여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다.

IPEF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7일 발표한 구상으로, 인도·태평양 일대에서 미국이 주도하고자 하는 경제·안보 동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IPEF를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복원력 △청정에너지·탈탄소화·인프라 △조세·반부패 등의 사안에 대해 인도·태평양 일대 국가가 협력하는 체제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이래, 일본 등의 주도하에 TPP의 후신으로서 복원된 CPTPP에는 가담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자국 주도하의 IPEF를 구성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에서의 정치·경제적 주도권을 잡으려는 상황이다. 미국의 IPEF 참가 제안대상은 인도·일본·호주·인도네시아·태국 등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지만, IPEF는 사실상 경제 영역에서 미국의 경쟁상대로 부상하는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반(反)중국 연합전선’에 가깝다. 미국의 의도는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등 친중 성향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IPEF 제안대상에서 제외된 걸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인도·일본·호주가 가담한 ‘4개국 안보회담(Quad)’을 한 축, IPEF를 또 다른 축으로 삼아 대(對)중국 포위 성격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행하고자 한다.

IPEF는 구상단계라 구체적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선언적 수준의 일부 내용이 공개됐을 뿐이다. 그러나 IPEF 내용 중 농업 관련 내용이 논의될 예정임은 확인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IPEF의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분야에서 농업 및 노동·디지털경제·규제 투명성·환경 및 기후변화 등의 내용이 다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보낸 IPEF ‘초대장’은 한국에도 날아왔다. USTR은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 직후인 지난달 11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 산자부)에 IPEF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전달하며 사실상 IPEF 참가를 종용했다.

산자부는 “IPEF를 주도하는 미국 USTR·상무부와 지난해 10월 이래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IPEF 민·관 태스크포스 회의에서도 업계와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이 IPEF 논의에 참여한다면, 특히 우리가 강점이 있는 디지털 통상, 글로벌 공급망,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유리한 입지를 지원할 수 있으며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등, IPEF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는 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여한구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6차 통상추진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IPEF와 관련해 “정부는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경제협력 효과, 우리 기업에의 영향 등을 중심으로 대응방향을 검토하고 있으며, IPEF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역내 국가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아직까진 IPEF에 직접적으로 시장개방 관련 요구를 담진 않았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USTR을 통해 발표한 ‘2022년 무역정책 의제'에 따르면, 미국은 IPEF를 통해 중국의 아시아 내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내용과 함께, 국제농업시장을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개편해 미국 농업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미국 국내에선 IPEF를 ‘농산물 시장개방의 장’으로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공화 양당의 하원의원 91명은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톰 빌색 농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IPEF를 통한) 미국의 식품안전과 동식물 건강감독 체계의 강점을 인식하며 인증 또는 등록요건을 제거하거나 간소화하는 시의적절한 결과는 농식품 분야에 종사하는 수백만명의 미국인에게 의미있는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IPEF는 (중략) 미국 농산물 수출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사과산업계를 대표하는 조직인 ‘유에스애플(US Apple)’의 짐 베어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보복 관세가 (사과 수출에)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이 채워야 하는(팔아야 하는) 사과 시장이 있지만 배에 싣기 전 훈증 요구사항과 같은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인해 채워질 수 없다”며 “IPEF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가능한 한 빨리 (우리의 요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크리스타 하든 미국유제품수출위원회(USDEC) 대표는 IPEF에 관한 하원의원들의 ‘초당적 대응’을 호평하며 “낙농업자와 (유제품) 제조업자는 이 서신에 제시된 권장사항에 부합하는 프레임워크(기본 틀)가 필요하며, 이는 농부에서 노동자, 제조업자에 이르기까지 미국 낙농산업이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USDEC는 지난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산 유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5%, 17% 성장했으며, 동남아시아 시장 또한 관세 불이익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고 평했다.

미국이 현재 표방하는 무역정책 및 최근 미국 국내의 요구를 같이 살펴보면, IPEF는 농업분야에서도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추동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동맹 강화’를 내건 윤석열 당선인은 다음달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지는데, 이때를 전후해 IPEF의 구체화된 내용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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