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유통자회사 ‘반쪽짜리’ 통합, 노조 반대 거세

하나로유통 제외 4개 유통자회사 통합 시도

‘경제지주 배 불리고 통합회사는 쪽박’ 우려

  • 입력 2021.08.12 20:03
  • 수정 2021.08.15 22: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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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농협대전유통 등 4개 유통회사 노조위원장들이 지난 5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며 통합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공
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농협대전유통 등 4개 유통회사 노조위원장들이 지난 5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하며 통합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공

농협경제지주가 휘하 5개 유통자회사 중 4개 회사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해당 회사의 노조들이 통합을 강력히 반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농협경제지주엔 농협하나로유통·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농협대전유통 등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5개의 유통자회사가 있다. 산재된 유통회사를 통합해 사업 효율을 높이는 건 농협의 오랜 숙원이었으며 이성희 현 중앙회장도 선거 당시 이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올해 어렵사리 이들의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는데, 문제는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4개 회사만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짜여졌다는 것이다. 일반적 계열사인 4개 회사와 달리 농협하나로유통은 농협경제지주의 직영회사 성격이 강하다. 4개 회사와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이 수월치 않고 당연히 농협하나로유통 직원들도 통합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가장 덩치가 큰 하나로유통을 제외한 4개 회사만의 통합은 비용대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삭발한 채 팻말을 들고 투쟁 중인 염동훈 농협부산경남유통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공
삭발한 채 팻말을 들고 투쟁 중인 염동훈 농협부산경남유통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공

더 큰 논란거리는 ‘구매-판매 분리’ 방침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이번 유통자회사 개편과 함께 구매사업은 경제지주 자체업무로, 판매사업은 자회사 업무로 분리시킬 계획인데, 이것이 통합회사의 경영사정을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유통자회사들은 당초 구매·판매 사업을 모두 독자적으로 수행하다가 200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상당수 품목의 구매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했다. 현재 축·수산 도매권을 비롯해 일부 품목의 구매권이 이들 자회사에 남아있는데, 판매수익 못지않게 회사를 지탱하는 중요한 수익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경제지주가 이 구매권을 마저 가져갈 경우, 통합회사는 3년 내에 자본잠식이 시작되리라는 게 4사 노조의 입장이다.

정대훈 농협유통노조위원장은 “4개사를 통합했을 때 절약되는 비용도 있겠지만 경제지주가 구매사업을 가져가면서 연간 1,600억~1,800억원이 넘어가게 된다. 판매장에 대한 지원책은 구체화하지도 않고 ‘일단 합쳐놓고 보자’라는 식의 통합은 전혀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4사 노조는 지난 5일 농협중앙회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며 본격적인 반대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농협하나로유통을 포함한 5개사 통합과 구매·판매사업 보장, 통합 이후의 고용안정 대책 마련이 요구사항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오는 10월 통합자회사 출범을 계획하고 있으며 4사 노조는 추석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강한 투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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