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경제지주 유통자회사의 구매권 갈등이 다시 임계점을 넘었다. 농협유통 소속 4개 노조는 20일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26~27일 전국 하나로마트 총파업을 결의했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11월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5개 유통자회사 중 4개를 ‘농협유통’ 이름으로 통합했다. 그런데 통합 과정에서 기존에도 반쪽짜리였던 4개 회사의 구매권을 사실상 경제지주가 모두 가져가버리면서 4개 회사 노조의 반발을 샀다. 구매권이 없는 유통회사는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으며 농민중심적 유통사업에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통합회사는 출범했지만 노조들은 농협 유통4사 노동조합 연대(농유노련)의 이름으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구매권 쟁취를 위한 농유노련의 파업 결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추석 직전이었던 9월 16~20일 총파업을 결의했으나 당시 장철훈 농협경제지주 대표가 직접 노조를 만나는 등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철회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수 차례의 회의가 성과 없이 흘러갔고, 경제지주의 태도에 분개한 농유노련이 이번에 다시 총파업을 결정한 것이다.
20일 집회엔 290여명의 노조원들이 집결했다. 이동호 농협유통 노조위원장은 박근혜 탄핵 당시 외쳤던 ‘이게 나라냐’ 구호를 차용해 “농민조합원 실익 안중에도 없는 이게 협동조합이냐. 구매권도 없이 주는 대로 팔아야 하는 이게 유통회사냐”라고 개탄했다.
염동훈 농협부산경남유통 노조위원장은 “20년 전부터 경제지주가 통합을 빌미로 사업권을 하나 둘 훔쳐갔는데, 지난해 11월엔 아주 이상한 조직변경안을 내놨다. 돈 되는 구매는 자기들이 가져가고 우린 판매만 하란다. NH은행 본점은 예금만 받고 지점은 출금만 하라 하면 말이 되나”라고 비꼬았다.
노조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리농산물 판매에 성과를 낸 데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줄 것 △구매권·판매권을 가지는 정상적 유통자회사를 보장할 것을 소리 높여 요구했으며, 한편으로 농협경제지주 ‘갑질’에 연대해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하나로마트가 총파업을 단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파업이 예정된 26~27일은 설 연휴 직전으로 대규모 물류차질 및 회사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유노련은 이번 파업으로도 구매권 환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차, 3차 장기 투쟁으로 전개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