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유통 노동자들, ‘구매권 수호’ 위해 이 악물다

설 대목 앞둔 26일, 전국 46개 하나로마트 총파업

  • 입력 2022.01.30 18:00
  • 수정 2022.01.30 23:1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유통이 결국 관할 하나로마트 총파업이라는 사태에 직면했다. 농협유통에서 노조 파업이 일어난 건 처음 있는 일이며 심지어 그게 설 대목(26일) 전국 총파업이다. 구매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결의가 심상치 않음을 말해준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11월 오랜 숙원이었던 유통자회사 통합을 단행했다. 하지만 5개 자회사 중 직영회사 성격인 농협하나로유통을 통합에서 제외한 데다, 자회사들의 구매권을 경제지주로 일원화하면서 기존 4개사 노조의 반발을 샀다.

구매권은 유통회사의 심장과 같은 존재다. 노조는 구매권 일원화로 경제지주의 수익편취 및 자회사 경영악화 현상이 발생하고, 구매사업 자체도 지역 조합과 조합원에 밀착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농협유통’이란 이름으로 회사는 통합됐지만 내부는 격랑 상태며, 그 중심에 바로 이 구매권이 있다.

전국 2,200여개 하나로마트 가운데 지역 농·축협과 농협하나로유통이 운영하는 점포를 빼면, 통합된 농협유통이 운영하는 점포는 46개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하나로마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서울 양재·창동점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매장이 포함돼 있다. 26일 총파업엔 이들 46개 매장이 전부 참여했다.

농협 유통4사 노동조합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26일 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서 구매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전국 46개 하나로마트가 파업에 돌입했다.
농협 유통4사 노동조합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26일 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서 구매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전국 46개 하나로마트가 파업에 돌입했다.

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서 열린 파업집회에서 이동호 농협유통 노조위원장(농협 유통4사 노동조합연대 의장)은 “농협유통은 1994년 농안법 파동 당시, 도매시장의 ‘장난질’에 맞서 생산자-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개혁을 이루겠다는 사회적 책임으로 만든 회사다. 그런데 농협경제지주는 농민·소비자·노동자를 모두 배신하고 농협유통에 빨대를 꽂아 수익만 챙기려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명진 농협충북유통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200억원 흑자를 낸 농협하나로유통이 올해 385억원 적자 계획을 세운 건 구매권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우리 역시 구매권으로 200억원의 손익이 갈린다”며 “구매권이 없다면 바로 수년 내에 우리에게 구조조정이 닥칠 것”이라고 투쟁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노조는 올해 농협유통의 100억원 이상 적자를 확실시하고 있다.

전국 46개 하나로마트 노동자들은 이날 하나로마트 양재점과 창동점에서 연이어 집회를 열었다. 소속 하나로마트는 기획·총무 담당 인력들을 비롯한 비조합원들이 총동원돼 영업을 유지했지만 일부 매대에선 다소간의 물량차질을 빚기도 했다.

파업은 이튿날인 27일까지 예정돼 있었지만, 27일 새벽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하면서 26일 하루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핵심 요구인 구매권 보장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농협경제지주까지 포함한 더 큰 단위의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농협유통은 다음달 1일 신영호 신임 대표이사 취임이 예정돼 있다.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의 통합 대표이사로서, 구매권 없이 불안한 수익구조에 놓인 두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노조는 신임 대표이사를 상대로 구매권 논의를 진척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