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유통 구매권 갈등 봉합되나

팽팽한 노사 긴장구도 속

내부통합 일부 진전 양상

  • 입력 2022.04.0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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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유통 노사가 다소 완화된 갈등 구도 속에 은근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11월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산하 5개 유통자회사(농협하나로유통·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농협대전유통) 중 4개사(경제지주 직영 성격인 농협하나로유통 제외)를 ‘농협유통’ 이름으로 통합했다. 경영의 일원화로 효율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무적인 통합 계획과 내부 공감이 선행되지 않은 탓에 외관만 통합회사일 뿐 아직까지 기존의 분할 체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들에 일부 남아있던 구매권을 농협경제지주가 완전히 가져간다는 점이 자회사 노조를 크게 자극했다.

구매영업은 판매영업 못지않게 마트 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자회사로선 구매권 상실이 회사의 경영악화와 노동자 처우악화,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악재다. 단지 현실적 문제만이 아니라, 구매권의 중앙일원화는 각 매장과 지역농협·농민 간 단절을 초래하는 등 협동조합 가치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1월 26일 하나로마트 명절 총파업으로 갈등이 정점을 찍은 뒤, 농협경제지주와 자회사 노조(농협 유통4사 노동조합연대)는 비교적 원만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왔다. 노조는 경제지주가 작심하고 추진하는 구매권 이전을 마냥 막아서는 데 한계를 느꼈고, 경제지주도 구매권 이전으로 인한 자회사 경영악화 문제에 공감의 폭을 넓혔다. 최근의 논의는 구매권을 경제지주로 일원화하는 대신 농협유통에 대한 경제지주의 지원(판매장 현물출자, 장려금 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를 적정 수준에서 정례화·제도화하는 게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지원체계 구축이 전부는 아니다. 직원 인사·급여 등 기존 4개 자회사의 취업규칙 단일화조차 아직 완료되지 못했으며, 노조는 경제지주의 구매 결정 등에 각 판매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장치도 요구하고 있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난제인데, 경제지주의 기업적 구매시스템에 최소한의 협동조합적 가치를 구현할 요소인 데다 노조 스스로 투쟁의 명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유통엔 지난 2월 1일 신영호 대표이사가, 경제지주엔 지난달 26일 우성태 대표이사가 신규 취임했다. 과거보다 한결 완곡해진 분위기지만, 두 수장 앞에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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