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반쪽’ 통합 강행하는 농협 … 노조, 결국 ‘추석 전 총파업’ 예고

경제지주, ‘하나로유통’ 제외한 4개사 통합 추진

‘구매-판매’ 분리 방침에 통합사 경영악화 우려

농민·소비자 권익 침해, 노동자 고용불안도 가중

  • 입력 2021.09.01 16:46
  • 수정 2021.09.02 18:5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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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이 농협 5개 유통자회사의 완전 통합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1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정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이 농협 5개 유통자회사의 완전 통합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중앙회 건물에 붙은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라는 슬로건이 무색하게도 농협경제지주가 현재 추진 중인 유통자회사 통합은 농민과 소비자, 4개 유통자회사 노동자 모두를 무시하는 졸속 통합에 불과하다. ‘반쪽짜리’ 통합을 중단하지 않고 강행한다면 오는 6일 추석을 앞두고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무섭게 퍼붓던 비가 감쪽같이 멈춘 1일, 농협유통·농협충북유통·농협대전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유통4사) 노동조합연대(농유노련)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이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개 유통자회사 완전 통합 추진을 재차 촉구했다.

농유노련은 앞서 지난달 5일 같은 자리에서 유통4사 노조위원장들의 삭발식을 진행하며 ‘경제지주 5개 유통자회사 중 하나로유통만을 제외한 졸속 통합’에 반대 의사를 강력히 전달한 바 있다. 이후 지난달 20일에는 1차 경고파업에 돌입하며 4개사 반쪽 통합과 이를 위한 유통이사회 중단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이사회는 예정대로 진행됐으며, 경제지주는 하나로유통을 제외한 4개사 통합 추진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유노련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6년부터 ‘경제사업 활성화 및 소매유통 경쟁력 제고’를 위해 5개 유통자회사 통합을 추진해 왔으나, 나머지 4개 유통자회사와 달리 금융노조 NH농협지부에 소속된 하나로유통의 통합 반대에 부딪힌 까닭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농유노련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김병원 전 회장에 이어 당선 공약으로 내세운 유통자회사 통합은 2020년 2월을 목표 기한으로 내세웠으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하나로유통과 금융노조 NH농협지부 반대에 부딪혀 지난 7월부터는 4개사 통합이라는 반쪽짜리, 생색내기용 개편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하나로유통만 제외하는 것도 문제지만 도매사업은 경제지주가 맡고 통합유통사는 판매에만 주력하도록 하는 통합안 자체도 큰 문제다. 이 경우 유통4사가 갖고 있는 축수산 도매사업도 경제지주로 이관되는데 이로써 발생하는 세전손익만 143억원이며, 임차료 인상 등의 요인도 함께 발생해 통합유통사는 1년 차부터 300억원의 손실이, 3년 차에는 자본잠식 상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관련해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은 “본말이 전도됐다. 우수 농산물 저가 공급으로 서민 먹거리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은 어디 가고 4개 유통자회사만 말라죽이는 통합안이 추진되고 있다”라며 “이대로라면 물가안정은 고사하고 유통자회사의 손실만 쌓여 노동자·소비자 모두에게 불안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농민을 살리고 소매유통 경쟁력 제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정당한 투쟁에 민주노총도 힘을 더해 승리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양정석 전농 사무총장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유통도 크게 달라졌다. 농협은 농협이 가진 장점을 제대로 발휘해 농민과 소비자, 노동자 모두를 위하는 방향으로 유통 체계를 꾸려야 한다”며 “하나로유통과 나머지 4개 자회사, 두 노선으로 가는 건 실정에 맞지 않는다. 5개 유통사 모두가 하나 돼야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반쪽 통합은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고 투쟁에 힘을 보탰다.

연대발언에 나선 전병덕 농협대전유통 노조위원장은 “구매와 판매를 별도로 분리하겠다는 개편안은 모든 실익과 수익을 경제지주가 가져가겠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유통4사 손익 악화는 결국 불 보듯 뻔한 거고 벌써부터 경영 안정화를 위한 인력감축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돌아 노동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라며 “더 중요한 건 이대로 졸속 통합이 이뤄진다면 지역 현장의 농산물 등을 전부 안성 물류센터로 일단 올린 다음 유통4사를 통해 다시 지방 등에 출하하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약 8% 수준의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농협의 본질을 완전히 잃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사업특성과 설립배경 등이 다른 만큼 유통자회사 통합을 분리 추진하는 게 효율적이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농협경제지주는 하나로유통·4사 분리통합을 위한 준비 격으로 하나로유통의 분할합병을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유노련이 4사 졸속 통합에 반대하며 오는 6일 총파업 준비를 선포한 만큼 11월 농협경제지주의 통합유통자회사 출범 계획 추진에 대한 논쟁은 한동안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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