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가까운 데도 해결 요원한 생태 파괴 논란

부지 내 서식 중이던 ‘멸종위기종’ … 이식·보존 성공 여부 여전히 ‘미지수’

  • 입력 2021.06.2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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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2일 전북 김제시 백구면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부지에 마련된 유수지에서 농민들이 독미나리 등 멸종위기종의 이식 관리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이들 모습 뒤로 한창 건설 중인 스마트팜 시설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2일 전북 김제시 백구면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부지에 마련된 유수지에서 농민들이 독미나리 등 멸종위기종의 이식 관리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이들 모습 뒤로 한창 건설 중인 스마트팜 시설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역 주민과 농민들이 나타낸 불굴의 반대에도 착공을 밀어붙인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이 사실상 마무리를 향해가고 있지만, 당초 불거졌던 논란 해결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특히 사업지 4개소 중 멸종위기종 서식으로 불거진 생태·환경 파괴 논란과 지하수 관정을 이용한 1일 1,000톤의 용수 마련 방안 등으로 주민과 적지 않은 갈등을 빚은 전라북도와 김제시의 경우 주민 반대대책위원회와 ‘공존·상생’을 내걸고 지난해 2월 가까스로 협약까지 체결했지만, 약속된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용수 문제는 금강 수계와 인근 만경강 지류를 활용하는 등 합의 내용대로 풀리고 있으나, 멸종위기종 이식·보존의 경우 성공적이라고 확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김제시 백구면 일원의 사업 현장에서 만난 조찬중 전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은 공통적으로 “부지 내 생태습지 기능 보완을 위해 마련된 유수지에 독미나리를 2,500개체나 이식했지만, 살아남은 건 100개체 정도다”라고 밝혔다.

조찬중 전 공동위원장은 “김제시와 전북도, 반대대책위원회 등이 함께 꾸리기로 한 상생협의체는 구성조차 되지 않았고 멸종위기종 이식·관리 모니터링 과정에도 주민 참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업 진행에 대해서도 전혀 고지받질 못하는 상황이고 사실상 거주지 바로 옆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주민들은 가림막 없는 공사 현장에서 날아오는 먼지만 잔뜩 뒤집어 쓴 채 눈 감기고 귀 닫힌 지경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위원장은 “협약 핵심 내용으로 꼽히는 습지 역할의 유수지는 당초 약속했던 1만평에도 미치지 않는다. 멸종위기종인 독미나리의 경우 지난해 1월경 영하 15도에 이르는 한겨울 강추위 속에 이식이 진행된 데다가 원래 서식지 내에 존재하던 퇴적물들을 다 바깥으로 빼내 버려 개체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돼 버린 탓에 90% 넘는 개체가 살아남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사무부총장은 “사업 부지는 북방계 식물인 독미나리와 남방계 식물인 물고사리가 함께 서식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 곳이었다. 물론 이식 과정과 결과가 완벽하다고 할 순 없지만 독미나리는 대체 습지인 유수지를 마련해 이식했고 환경청에 따라 지자체는 3년간 업체 용역을 통해 모니터링 해야만 한다”라면서 “살아남은 개체가 많진 않지만 이식 이후 경쟁식물 제거 등 환경 관리 등의 조치가 일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나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물고사리다. 기존 서식처인 논을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에 그대로 유지하고 보존을 위한 경작을 지속할 방침이긴 하나 기반 조성 이후 지난해 경작지에서 물고사리가 발견됐다거나 몇 개체가 존재한다라는 등의 사후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또 이 사무부총장은 “지자체가 원형보존을 결정했기 때문에 환경청도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황인데, 서식지 주변에 둑이 조성되는 등 환경 변화가 수반된 만큼 물고사리 서식 확인 모니터링과 더불어 구체적인 보존·관리 방안이 수립돼야 한다. 경작자 선정도 공개 입찰 등의 방식이 아닌, 마을에 위임하거나 주변 초등학교와 연계해 친환경적이고 생태 보전적인 농법이 계속 이뤄지도록 하는 게 맞다”라며 “대규모 스마트팜 시설 한가운데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논이 자리잡은 경우는 어디서도 본 적 없다. 미래농업과 전통농업이 공존하고 자연과 상생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제대로 조성·유지·관리되도록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라북도 및 김제시 관계자는 “상생협의체의 경우 주민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구성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독미나리 이식 역시 그 시기와 방법이 다소 적절치 못한 점은 인정하나 이식 후 살아남은 개체가 현재 확인되며 잘 생장해 종자까지 맺은 상태이므로, 용역 계약 업체와 3년 간의 모니터링 기간 동안 잘 가꿔 보겠다”라면서도 “물고사리는 서식이 확인된 논두렁의 반대 쪽에 수로를 조성한 것이다. 물고사리의 경우 개체 발견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원형 보존이 잘 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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