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제는 살아있다’, 위기 맞은 스마트팜 혁신밸리

전북 김제, 기반조성 착공 후에도 여전한 생태 파괴 논란
지역농민·전문가 모여 멸종위기종 서식 습지 보존 요구

  • 입력 2019.12.31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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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12월 23일 금강유역환경포럼 전북위원회 주최로 ‘멸종위기종 서식습지 보존과 스마트팜 혁신밸리 해법 찾기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12월 23일 금강유역환경포럼 전북위원회 주최로 ‘멸종위기종 서식습지 보존과 스마트팜 혁신밸리 해법 찾기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12월 20일 스마트팜 혁신밸리 1차 사업 대상지인 경북 상주시에서 착공식이 치러진 가운데 마찬가지로 기반조성을 시작한 전북 김제시에선 그 사흘 뒤인 12월 23일 금강유역환경포럼 전북위원회 주최로 ‘멸종위기종 서식습지 보존과 스마트팜 혁신밸리 해법 찾기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전철 전주대학교 생명자원융합과학과 교수 주제발표로 시작된 이날 토론회엔 지역 주민과 식생 전문가 등 약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와 생태 습지 공존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정현 사무처장은 “환경청 심의 결과에 따라 부용제에 서식하던 멸종위기종 독미나리 개체를 부지 내의 대체서식지로 이식해야하지만, 당초 10월로 예정된 작업이 늦어지며 12월 동절기가 된 후에야 영하의 날씨 속에서 작업이 진행됐다. 또 전문가 입회 없이 중장비를 들여 작업한 까닭에 독미나리 개체 상당수가 훼손됐고 반대위원회와의 현장 점검 결과 훼손된 개체를 버려둔 사실까지 확인했다”고 규탄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 “불완전한 실시계획과 부실한 보존 대책으로 이미 지역의 주변 농가들은 들러리 신세가 된 지 오래다”라며 “사업을 무작정 추진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미래 농업의 가치 창출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철 교수는 “부용제의 경우 농업사적 가치와 자연생태적 가치가 큰 데다 이탄 습지까지 형성돼 있어 보전 필요성이 충분하다”며 “부용제를 생태공원 등 자산으로 활용하는 한편 지역 특산물을 앞세운 체험관광 특화사업 등의 지역 발전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토론에선 조찬중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반대대책위원회 공동대표가 “부용제는 살아있다. 용도폐기 됐다는 이유만으로 김제시에선 물을 뺀 뒤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두꺼비가 산란하고 고니 등 여러 생물이 오가는 만큼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살아있는 부용제를 매립한다는 것에 많은 지역 주민들 역시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의장은 “지역에서 앞선 문제들을 오랫동안 이야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김제시 등에선 이를 들으려는 생각조차 없었다. 반대대책위원회에서 김제시장을 만나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사업은 진행됐고 현재 단계에선 부용제와 혁신밸리의 공존 방안에 대해 논해야 할 것 같다”며 “전북도와 지역 주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성호 이학박사는 “혁신밸리 사업이 결국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나 그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대한 길은 열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중립적인 입장에서 토론을 진행했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전북도나 김제시에서 관계자가 참석해 함께 들었으면 더욱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단체에서 더욱 힘을 모아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냈음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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