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둘러싼 ‘동상이몽’, 역시나 ‘지자체 예산’으로

개소마다 차이 있지만 매년 30~50억원의 재정 소요 전망

시설 감축·저렴한 임대료 탓 수익만으론 비용 충당 어려워

농식품부 “운영비 직접 지원 안 된다”는 입장엔 변함없어

  • 입력 2021.06.27 18:00
  • 수정 2021.06.27 21:07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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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사업 유치에만 그저 열을 올렸던 스마트팜 혁신밸리 대상 지방자치단체에선 최근 준공이 가까워지며 ‘운영·관리 비용 부담’이라는 역풍을 결코 피할 수 없게 됐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핵심시설 중 청년창업보육센터의 경우 농식품부가 2018년부터 운영 중인 ‘스마트팜 청년창업 장기교육 사업’의 교육비를 전용할 수 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외 임대형 스마트팜과 실증단지 운영·관리는 지자체가 소요 비용을 예상하고 재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 추진 당시부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에서 “자체적으로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이 되도록 구상했기 때문에 임대형 스마트팜이나 실증단지의 임대료와 시설 사용료 등을 수익으로 확보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밝혀왔던 만큼 “준공 이후 운영·관리에 소요되는 일절의 비용을 직접 지원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입장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반면 “운영 및 유지·보수에 얼마만큼의 재정이 필요할지 정확히 판단할 순 없으나 중앙 정부가 직접 예산을 들여 조성한 만큼 지원 방안이 뒤따르지 않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지자체에선 최근 농식품부에 지속적으로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운영·관리 비용 예측과 예산 마련에 불이 떨어진 실정이다.

우선 농식품부 당초 계획대로 스마트팜 임대료와 실증단지 사용료로 스마트팜 혁신밸리 운영·관리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이유는 ‘값싼 임대·사용료’ 탓일 확률이 크다. 실시 설계 과정에서 비용이 초과돼 4개소 대부분의 임대형 스마트팜 면적과 실증단지 면적이 줄어든 영향도 없진 않지만, 기본적으로「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시행령에 따라 지자체가 소유한 시설을 농민 등에게 경작용으로 임대할 경우 특례 조항이 적용돼 임대료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최근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자 모집 공고에 따르면 청년농민 1인이 500평의 스마트팜을 임대받을 경우 연간 임대료는 약 72만8,563원 정도로 파악된다.

이에 오는 9월 일부 시설 준공이 예정된 1차 선정지(전북 김제·경북 상주)에선 사실상 올해 말 4/4분기 운영이 당면한 과제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아직 준공이 되지도 않았고 정확한 비용을 예측할 순 없다. 임대형 스마트팜과 실증단지 시설 유지 및 보수, 인건비 등에 매년 3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 중인데, 실증단지는 김제시가 전문 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업무를 위탁했고 실용화재단은 정부 출연기관으로 향후 정부 승인을 거칠 경우 인건비 국비 지원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일단 내년부터 임대형 스마트팜에 5~6억원, 실증단지에 25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 같다. 농식품부에 지속적으로 국비 지원을 요구 중인 만큼 정부 보조가 이뤄진다면 그 이외의 나머지 금액을 도와 시가 나눠 부담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담당 지자체에 따르면 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경우 운영·관리비용이 연간 40~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9월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자를 모집 중임에도, 경상북도 및 상주시 담당자 역시 운영·관리에 소요될 금액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재정 마련에 대한 구체적 방안과 도·시 분담 비중에 대해서도 확실히 정해진 바가 없는 상태다.

내년 초 완공될 예정인 2차 대상지(경남 밀양·전남 고흥) 상황도 별반 다르진 않다. 경남 밀양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경상남도가 단독으로 사업소를 설립해 운영·관리를 도맡을 방침이고, 전남 고흥의 경우 시설 소유권 및 사업 시행·운영 주체를 두고 도와 군이 지난한 논의를 계속한 결과 부지와 시설 모두 고흥군이 소유하는 한편 운영은 전라남도와 고흥군이 함께 하기로 협의를 마무리 지어 가는 상황이다. 두 곳 모두 매년 수십억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대략 예상하고는 있으나, 재정 확보 방안이나 지자체 분담 비율에 대해선 어떠한 확답도 내놓지 못했다.

아울러 지자체 바람과는 달리 농식품부는 시설 운영·관리에 대한 직접 비용 지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농식품부가 기획재정부에 예산 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 2022년부턴 정부 지원이 가능할 거라 예상한다”고 언급했지만, 농식품부 담당자는 “올해 운영비 지원 예산을 기재부에 요쳥했던 건 사실이나 불가 통보를 받았다. 지자체 소유 재산의 운영비를 중앙 정부가 지원할 순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편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자승자박이다. 그렇게 앞뒤 안 재고 사업 유치에만 열을 올리더니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라면서 “당초에 사업을 반대했던 이유도 이와 같지만 지자체 농정예산의 일부가 소수의 특정 농민에게 매년 투입된다는 것은 분명히 형평성에 맞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덧붙여 이 정책위원장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특징이 바로 ‘자본집중형’이라는 점인데 장기 보육한 청년농민들에게 임대형 스마트팜 등의 혜택을 준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론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끔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 여러 사람한테 공평히 나눠주면 중소 가족농이 생활하고 농촌을 유지할 수 있는데 구조를 바꿔낼 생각은 않고 단 몇 사람에게만 투자를 집중하는 정책만 지속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며 “심지어 운영·관리 비용 대부분은 기자재 설비 구축 및 시설 개·보수, 농식품부와 농진청이 심혈을 기울이는 빅데이터 구축·관리 등에 소요될 것으로 예견된다. 농민 예산 뺏어서 업체 먹고 살라고 나눠 주는 것밖에 안 되고 나중에 청년농민이 이탈하거나 업체들이 실증단지에서 나간다고 하면 그 투자금은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 대책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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