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혁신밸리,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 입력 2021.06.27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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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전북 김제시 백구면에 위치한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올해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북 김제시 백구면에 위치한 전북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올해 하반기 준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박근혜 농정의 귀환’, ‘스마트팜 적폐밸리’ 등으로 일컬어진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은 국민과 농민이 촛불로 일군 문재인정부의 ‘농업홀대’ 그리고 ‘농민무시’ 기조가 집약돼 가장 먼저 나타난 대표 농정이라 봐도 무방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한 2018년 4월 농업계는 거침없이 지탄의 목소리를 쏟아냈고 반발의 수위 또한 날로 높여 나갔지만, 이전의 적폐 정권과 다름없이 문재인정부 또한 당면한 농업 현안 등은 내팽개친 채 ‘청년농민 육성’과 ‘스마트팜 확산’이라는, 현장 실정과 동떨어진 이상만을 내세운 채 사업을 강행했다.

농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1차 대상지 공모에는 결국 시설농업 포화로 정신을 못 차리던 경상남도를 제외한 전국 8개 도 지방자치단체가 출사표를 냈다. 2018년 8월 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1차 사업 대상지로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를 선정했고 발표 당일 농민 1,000여명은 서울 광화문 복판에 모여 대정부투쟁을 선포했다.

“문재인정부 농정이 독재 정권의 묻지마 농정과 무엇이 다른가.”

“중소농 죽이고 대기업 살찌우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 반대한다!”

“생산시설보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스마트팜 적폐밸리 지금 당장 중단하라!”

당시 매서웠던 규탄의 목소리는 8월의 한여름 태양 아래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를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문재인정부를 향해 본격적인 투쟁을 결의한 당시 현장의 농민들은 2년 연속 하향세를 걷던 정부 농업 예산을 지적함과 동시에 △생산과잉에 인한 가격 폭락으로 최근 3년간 파프리카·토마토 등 시설작물 재배 농가에선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토목·건축업체 일감 밀어주기에 불과한 시설 투자 집중형 사업이라는 점 △제대로 된 관리 방안 없이 대규모 고비용 체계의 스마트팜을 청년농민에게 떠넘기기만 할 경우 빚쟁이 육성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 △운영에 대한 장기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 등을 사업 반대 이유로 짚었다.

아울러 당시 농업계에선 향후 사업 실패 시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의 정책책임자인 김현수 차관 등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는데, 그로부터 1년 뒤인 2019년 9월 김현수 전 차관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 9일 김현수 장관은 경북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 현장 점검에 나서 “혁신밸리에 청년과 기업이 모이고 첨단기술, 데이터, 노하우가 축적되면 스마트팜이 주변으로 포도송이처럼 확산될 것”이라며 사업 성공의 확신을 내비쳤다.

아직 준공은 물론 가동조차 되지 않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성패를 논하긴 성급한 면이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전국농민회총연맹과 농민단체들이 우려했던 사안들이 현실화 되고 있단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운영·관리 비용은 기초계획 당시를 비롯해 준공과 운영을 코앞에 둔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가 소요될지조차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심지어 그 예산은 시·군 지자체 재정으로 충당하는 것이 자명한 상태다. 청년농민을 육성하겠다는 정책에서 구체적인 사후 관리 방안도 찾아볼 수 없다. 기존 작물과의 판로 경쟁, 생산 과잉에 처한 작물과 중복 재배 등을 피하겠다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열대 작물 등 신품종 확산에 공력을 쏟겠다고도 했지만 해당 지자체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준공과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를 앞둔 상황에서 재배 작물은 ‘딸기·멜론·토마토’ 정도로 파악된다.

이에 <한국농정>은 스마트팜 혁신밸리 4개소의 사업 추진 현황을 톺아보고 그간 불거졌던 논란을 비롯해 농민들이 반대 이유로 내걸었던 우려 사항들을 짚어보려 한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평가를 받고 만 스마트팜 혁신밸리, 아직 경계의 눈초리를 거둬선 안 된다.
 

2018년 8월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농정 규탄 스마트팜 밸리 사업저지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스마트팜을 상징하는 모형을 불태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8년 8월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농정 규탄 스마트팜 밸리 사업저지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스마트팜을 상징하는 모형을 불태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이 당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민들이 당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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