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니아의 설움’, 법원도 외면

FTA 직불금 제외 행정소송
법원, 농식품부 재량권 인정
농민들은 반발 … 항소 검토

  • 입력 2020.08.30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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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FTA 피해보전직불금 대상품목에 아로니아가 제외된 데 대해 농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끝내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농민들은 법원의 판단에 불만을 제기하며 항소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10년대 들어 신규 고소득 작목으로 각광받았던 아로니아는 불과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며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고, 2018년부턴 아예 수확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폭락했다. 지자체·관련기관들의 무분별한 재배 유도에 국내 생산이 포화된 탓도 있지만, FTA 체결을 계기로 아로니아 분말 수입이 폭증한 것 또한 중요한 원인이었다.

FTA 피해보전직불제를 통해 적어도 수입에 의한 피해만은 보전받고자 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는 아로니아 농가를 외면했다. 아로니아 수입은 전량이 분말 등 가공 형태로 들어오므로 국산 생과엔 영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쓰고 떫은 맛 때문에 국산 생과 역시 가공 형태로 섭취해야 하는 아로니아의 특성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다.

아로니아를 FTA 피해보전직불금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농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지난해 1월 청와대 앞에서 열린 ‘아로니아 생산자 총궐기 대회’에서 폐업에 내몰린 농민들이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아로니아를 FTA 피해보전직불금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농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지난해 1월 청와대 앞에서 열린 ‘아로니아 생산자 총궐기 대회’에서 폐업에 내몰린 농민들이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듣고 있다. 한승호 기자

2018년 농식품부로부터 FTA 직불금 대상품목 선정 신청을 거부당한 아로니아 농가들은 1년여의 끈질긴 투쟁을 전개했고 지난해 6월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①농식품부가 농민들의 신청을 거부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②FTA 직불금 지원대상의 범위를 너무 좁게(생과 수입 한정) 해석했다는 게 요점이다.

지난 20일, 1년만에 나온 1심 판결은 원고 승소였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①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뤄진 ‘고시(FTA 직불금 대상품목 고시)’ 형태의 거부행위에선 특정 상대방에게 거부 이유를 제시할 필요가 없으며 ②대상품목 선정 과정에서도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없었다고 판결했다.

농민들이 특히 반발하는 부분은 ②의 판결이다. 농민들은 재판부가 농식품부의 재량권 일탈 여부를 판단하면서 원고 측 제출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분말 수입량이 1% 증가할 때 아로니아 가격이 0.032% 하락한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분석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며, ‘2017년 국내 생산량의 2.3%만이 가공됐다’는 통계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실제 현장에서의 아로니아 가공 경로를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2014~2018년 아로니아 가격 통계자료 또한 지자체의 지원이 이뤄졌던 단양 아로니아 가공공장 가격만을 인용해 실제 전국 시장가격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

농민들은 소송비용 부담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1심으로만 장장 1년 이상을 끌어온 지리한 싸움이지만, 관계자들은 항소심의 경우 1심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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