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니아 농가 등진 농경연 … 농가 아닌 행정 돕는 연구

아로니아 농가, 농경연 면담
무책임한 농경연 태도 비판

  • 입력 2019.03.0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아로니아 농가들이 지난 22일 전남 함평 이개호 국회의원 사무소 앞과 전남 나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앞에서 연이어 집회를 열었다.
아로니아 농가들이 지난 22일 전남 함평 이개호 국회의원 사무소 앞과 전남 나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앞에서 연이어 집회를 열었다.

아로니아 농가들은 지난달 22일 함평 집회(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를 마친 뒤 나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 농경연)으로 이동해 2차 집회를 열었다. 농민 대표 5명은 농경연 FTA이행지원센터 책임자 2명과 직접 면담을 갖고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했다.

농경연은 아로니아가 FTA 직불금에서 배제된 데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기관이다. 분말 수입량 증가와 국내 생과 가격하락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음을 공인해준 게 바로 농경연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농식품부의 행정편의적 태도와 더불어 여기에 면죄부를 부여해준 농경연에도 똑같은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농경연은 품목별 FTA 피해를 계산할 때 가공품과 신선농산물을 별개의 품목으로 간주한다. 가령 FTA로 김치 수입이 아무리 늘어난들 배추가 받는 피해는 0으로 보는 것이다. 이같은 모순적 설정에 모든 품목이 피해를 제대로 산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아로니아는 특히 문제가 크다. 100% 가공 형태로만 수입되는데다 국산 생과 또한 가공 형태로 유통돼 이들 수입산과 직접 경쟁하기 때문이다.

문한필 농경연 FTA이행지원센터장은 “2011년 센터 설립 후 어떤 품목까지 동일품목으로 볼지에 대해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신선·냉장·일시저장 형태만 동일품목으로 본다는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지만, 정완조 전국아로니아생산자총연합회(연합회) 비대위원장은 “법이나 규정 어디에도 담겨있지 않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농경연의 잘못된 보고로 인해 우리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일갈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방문한 아로니아 농가 대표들이 FTA 수입피해 분석 책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방문한 아로니아 농가 대표들이 FTA 수입피해 분석 책임자들과 면담하고 있다.

농경연은 또한 분말과 생과를 동일품목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분말 수입 증가는 FTA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센터장은 “2011년 한-EU FTA 발효 후 3~4년이 지나 2015년부터 수입이 증가했고 철폐되기 전 관세도 8%로 낮은 수준이었다”며 “국내 아로니아 폭락은 FTA보다 수요의 급변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에 “수입업자들은 국내 가격동향을 살펴 얼마에 들여오면 얼마를 챙기겠구나 하고 가격을 맞춰 들여온다. 정부가 관세를 낮췄기 때문에 들여오는 것”이라고 반론했다.

도현수 연합회 총무는 사비를 들여 조사한 20여개의 아로니아 수입가공품 품목분류를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FTA 이전 아로니아 분말 관세는 8%지만 30% 이상의 고관세 가공품도 확인된 것만 12종이다. 전체 수입량대비 비중은 분말이 46%며 고관세 품목 12종은 37%다. 애당초 FTA 피해가 ‘아니다’라고 단정하기엔 이들 품목에 대한 세밀한 조사·연구가 결여된 것이 사실이다.

도 총무는 “농어촌 발전을 위한 기관이라는 농경연이 농민들을 위해 뭘 했나. 이같은 자료를 공공기관은 그냥 분석할 수 있지만 개인이 분석하려면 건당 수십만원이 든다. 농민들이 살려달라, 살려달라 할 때 농경연은 대체 뭘 했나”라며 거듭 추궁했다.

농경연이 일부 대응의 미흡했음을 인정하기도 했지만 이날 면담은 큰 성과 없이 서로가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농민들은 농경연에 아로니아 재배면적과 재고량, FTA 영향조사 등 보다 성실한 분석을 요구하고 면담을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