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토론] ‘농작물 자연재해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토론회

  • 입력 2020.08.09 18:00
  • 기자명 강선일·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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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농작물 자연재해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좌장인 윤석원 명예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늘어나는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농작물 자연재해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좌장인 윤석원 명예교수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윤 교수는 “늘어나는 자연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승호 기자

 

보험계약 내용 변해도 제대로 설명도 없어
- 노봉주 나주배 냉해피해비상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현재 배 농가의 70% 가량이 농작물재해보험의 ‘적과 전 종합위험’ 상품에 가입해 있는데, 나는 감히 이 적과 전 종합위험 보험에 대해 ‘사기보험’이라 정리하고 싶다.

왜 그런가? 첫째, 적과 전 종합위험 보험 대상인 4가지 과수 품목(사과·배·떪은 감·단감)의 수입구조가 다른데 이를 똑같이 적용하는 게 잘못이다. 둘째, 적과 전 종합위험 보험은 생산비에 투입된 인건비 기준이 아닌, 전체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에 가입하기에 보험료 480만원 중 농가 부담이 107만원에 달한다.

셋째, 보험 고지 의무가 위반됐다. 보험계약 내용이 3년 동안 너무 많이 변하면서 가입한 농민들로서는 혼선을 겪었음에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 올해 보험의 경우 가입시기가 11월에서 2월로 변경되면서 그에 대한 상품설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외면당했다.

향후 농작물재해보험 제도 개선을 위해 △표준가격 결정(kg당 단가)의 세부적 내용 변경 △불합리한 낙과 피해 구성률 개선 △착과수 기준을 농촌진흥청 표준 착과수 기준으로 설정 등을 제안하고 싶다. 또 수분수 비율에 따라 보험료 할증, 할인율을 적용해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보험 인프라 뒤따라야 촘촘한 경영 안정 가능
- 김미복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년간 농작물재해보험은 외연적으로 성장했고 괄목할 성과도 이뤘다. 하지만 보험 제도가 현실을 많이 뒤따라가지 못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최근의 경우를 살펴보면 재해가 어쩌다 한 번 발생하지 않고 매년 발생하며, 그 영향 역시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보험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재해대책과 연계해 위험을 관리하고 경영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 충분히 공감한다.

보험은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것들을 보험만으로 보장할 순 없다. 농작물정책보험의 질적 개선이 이뤄지기 위해선 인프라 구축이 중요한데 그 첫 번째는 바로 통계다. 재해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생산비 등 매출 통계 등 정교한 자료가 필요하다. 자료가 제대로 취합돼야 정확한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체계화다. 제도 개선에 있어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제도 도입 시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제도를 바꾸거나 일몰시킬 때 역시 제대로 된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어느 계층까지 논의할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 체계가 구축될 필요성이 있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인프라가 확실히 구축된다면 농민의 경영안정 역시 촘촘히 이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특정 농가군 과도한 보험금 조절 필요하다
- 박하다슴 농협손해보험 농업보험개발팀장

농협손해보험에서도 2001년 농작물재해보험 사업을 시작한 이래 예산 확보를 비롯해 여러 노력을 해왔다. 초기엔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보니 가입률도 낮았던 만큼, 가입률 제고에 초점을 맞춰 노력해왔다.

2002년과 2003년 각각 태풍 루사와 매미로 농가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뒤 많은 보험사들이 농작물재해보험 분야를 정리하던 중에도 농협만 남아 독점사업자가 됐다. 지난해 태풍이 7개 지나간 뒤 또 위기가 온 듯하다. 2001~2019년 기준 누적손해율이 103.7%다. 누적손해율이 100%를 넘다 보니 보험의 기본원리인 수지상등을 못 맞추고 지급이 좀 많은 상황이다. 농협손해보험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 여러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제한사항과 관련해, 농협손해보험 입장에선 가입농가 수요나 경영가능 예산 등 복합적 상황을 고려해 한정된 예산을 농민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걸 목표로 삼다 보니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농작물재해보험이 자연재해를 다루다 보니, 자연재해 발생 시 현장 농민들의 기대 수준과 보험 원리로 보상해주는 수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해 많은 어려움이 있는 걸로 이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농가군이 보험금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부분이 없도록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농협손해보험도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실질적 보상 전제되는 농업재해보상법 필요하다
-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은 ‘농업 및 어업 생산에 대한 재해를 예방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농업 및 어업의 생산력 향상과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그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해대책법은 농지나 시설물에 대한 보상지원 기준만을 제시할 뿐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피해 지원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에 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재해로 인한 생산물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면 농가 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농촌 이탈로 이어진다. 정부는 농민이 농촌을 이탈했을 때 농업 지속성 담보를 위해 필요한 비용과 재해 발생 시 농산물 보상에 소요되는 비용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전농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공약 요구안으로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안한 바 있다. 중소농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여건 상 1.5ha까지 면적을 한정하는 한편 재해로 인한 모든 피해는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해준다는 내용이다. 1.5ha 이상의 피해는 현행 정책 보험을 통해 상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응하면 된다.

결국 빈번해진 기후위기와 연계해 농민의 역할 강화를 전제하고 재해는 국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기회에 정부와 농민, 전문가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선택할 수 있는 보장수준의 다양화 노력하겠다
- 박선우 농림축산식품부 재해보험정책과장

현재의 농작물재해보험 문제와 관련해, 농식품부에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품목 간 보장수준의 균형 조절 △지역 간 보험료 산정방식 타당성 강화 △개인별 보험금 수령 이력 중심 할인·할증 수준 현실화 등의 대안을 모색 중이다.

다만 재정의 현실적인 부분도 양해해줬으면 좋겠다. 현재로선 ‘보험상품의 다양화’ 방안은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선택할 수 있는 보장수준의 다양화 등을 통해 보험상품을 좀 더 폭넓게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려 한다.

보험상품 보상 수준의 변경과 관련해선 굉장히 뼈아프게 생각한다. 현재보다 보장수준이 불리하게 된다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보험상품 변경 상황 발생 시 사전에 농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하는 구조를 만들겠다.

저는 재해보험 뿐 아니라 재해대책도 같이 관리하는 입장이다. 현행 농어업재해대책법의 경우 기본적으로 복구를 위한 지원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여기서 사유재산에 대한 손실을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보상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데, 현재로선 사유재산에 대한 보상은 농작물 대상으로만 이뤄진다. 사유재산에 대한 지원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에 대해 향후 관계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

 

반복·심화되는 재해, 국가 책임 커질 수밖에 없다
- <좌장>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강원도 양양에서 5년째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례발표와 토론내용을 듣다 보니 무슨 심정으로 말씀하시는지 이해가 간다.

40여년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근무할 당시 농작물재해보험 연구팀이 있었다. 보험 도입을 위해 3년 정도 연구원들이 준비하는 걸 본 적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지금 20년 됐는데 많이 발전했지만 미흡한 점 있다는 데 동의한다.

재해 대책과 관련해 정부는 정부대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농민들과 또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게 많은 것 같다.

향후 자연재해가 점점 늘어날 것이란 건 자명한 일이다.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책임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제가 농촌에 5년 살고 있는데 진짜 주변을 돌아보면 눈물이 날 지경이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우리 농촌과 농업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 농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 중이다. 최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첨단 시설에서 손가락만 가지고 농사짓는 기술까지 만들어내며 필지 별 적정 시비도 산출해 낸다. 그런데 왜 정교한 재해보험 하나 못 만드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가 강조하는 첨단기술을 잘 활용해 농민들이 정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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