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재해대책, 이젠 바꿔야

  • 입력 2020.08.0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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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농산물 가격 보장 제도 마련! 냉해 보상! 코로나19 대책 마련!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냉해 보상을 촉구하는 머리띠를 한 채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맨 위).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요구 기자회견’에서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농산물 가격 보장 제도 마련! 냉해 보상! 코로나19 대책 마련!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한 한 농민이 냉해 보상을 촉구하는 머리띠를 한 채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맨 위). 지난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요구 기자회견’에서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월 온도계의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갔다. 이상저온은 며칠간 계속됐고 당시 과수 농민들은 동이 트기도 전부터 과원 곳곳에 방풍팬을 설치하고 불을 피우는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분투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일찍 피어버린 꽃들은 새카맣게 타죽고 말았다.

피해가 전국적으로 심각하자 정부는 복구비 지원을 서둘렀다. 하지만 재해대책법상 복구비는 그야말로 재해 복구를 위한 비용에 불과했고, 농민들에겐 그간 수세 유지를 위해 투자한 생산비의 일부밖에 되지 않았다. 농민이 기댈 곳은 보험뿐인 실정이다.

하지만 과수 4종을 대상으로 하는 농작물재해보험은 올해 적과 전 재해에 대한 보상률을 80%에서 50%로 낮췄다. 지난 2017년 이후 거듭 발생한 자연재해로 NH농협손해보험의 적자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약관 개정에 앞서 일련의 논의 과정이 있었지만 농민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특히 올해는 보험 가입기간이 전년 11월에서 당년 2월로 변경됐다. 바뀐 기한 내 가입을 서두르다 보니 농민 대부분은 약관 개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보험에 가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몇몇 농민들은 피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보상률이 30%나 줄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이상저온 피해 이후 농민들은 평년보다 약해진 나무를 살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코로나19로 인건비마저 많이 올라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 농약을 살포했고 비료를 뿌리는 등 과수원 관리에 몰두했다. 보상률 원상복구를 위한 노력도 멈추진 않았다.

사과·배 등 과수 주산지의 냉해 농민들은 시·군청과 도청, 농림축산식품부와 NH농협손해보험의 문을 두드리며 보상률 회복을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교섭력 강화를 위해 꾸린 피해지역 및 전국농민회총연맹의 비상대책위원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수차례 개최했고, 순회토론회로 농민들과 현 상황을 고민하며 대책 마련에 골몰했다.

늘 그렇듯 농민들의 쉽지 않은 투쟁은 지속되고 있다. 역대 최장 기간 강우 기록을 갱신하던 지난 5일 경북 청송과 전남 영암 등 과수 주산지 농민들은 다시 상경길에 올랐다. 지난 5월 집회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5일 “꼭두새벽 차에 몸을 싣고 올라왔다”던 전남 영암군의 대봉감 재배 농민은 “농작물재해보험의 불합리함은 상식을 벗어난 지 오래다”라고 성토했다. 이날 NH농협손해보험과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국회를 방문한 농민들은 강한 어조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농민은 3~4배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피해는 2~3년이 넘도록 지속된다”며 “위기를 기회 삼아 현행 재해대책의 불합리한 점들을 모두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투쟁은 재해보상법 제정을 촉구하던 30년 전 이미 시작됐다. <한국농정> 역시 농민들과 함께 재해대책 개선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농작물 자연재해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농업재해대책, 이젠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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