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농정신문, 18살 농고생을 만나다

  • 입력 2018.07.01 00:40
  • 수정 2018.07.02 10: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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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장마와 함께 찾아온 장대비가 한바탕 지나간 뒤 빗줄기가 약해졌다. 지난달 26일 수업을 마치고 영농과제 실습장을 찾은 여주자영농고의 신동혁(18, 왼쪽)군과 이권우(18)군이 지난 봄 파종한 감자를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신군은 가방도 그대로 맨 채다. 애써 수확한 감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신군이 답했다. “고생한 만큼 아버지에게 비싸게 팔아야죠. 하하” 얼굴에서 묻어나는 미소가 싱그럽다.한승호 기자
장마와 함께 찾아온 장대비가 한바탕 지나간 뒤 빗줄기가 약해졌다. 지난달 26일 수업을 마치고 영농과제 실습장을 찾은 여주자영농고의 신동혁(18, 왼쪽)군과 이권우(18)군이 지난 봄 파종한 감자를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다.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신군은 가방도 그대로 맨 채다. 애써 수확한 감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묻자 신군이 답했다. “고생한 만큼 아버지에게 비싸게 팔아야죠. 하하” 얼굴에서 묻어나는 미소가 싱그럽다.한승호 기자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네 명의 대통령이 지나갔고 다섯 번째 월드컵이 돌아왔다. 어어 하는 사이 속절없이 열다섯 건의 FTA가 체결됐고, 그 팍팍한 여건 속에서도 농민들은 열여덟 번의 농사와 열여덟 번의 수확을 어김없이 치러냈다.

그래도 세월의 무게가 실감나지 않는다면 사람을 바라보자. 주름과 흰머리가 빼곡해진 친구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마냥 쓸쓸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배꼽에 태를 달고서 밤낮으로 울어젖히던 갓난아기들이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난 모습은 비할 수 없이 놀랍고 또 고마운 일이다.

<한국농정>이 창간한 2000년은 소위 ‘밀레니엄 베이비’들이 세상에 나온 시기다. 이후 18년, 한국농정>이 대체 불가한 진보적 농업전문지로 자리매김하는 사이 밀레니엄 베이비들은 고등학생이 됐다. 그들 중 일부가 농고 학생이 돼서 우리와 농업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자들에게 각별한 반가움이 아닐 수 없다.

농업은 사양산업이다. 투입한 노력과 비용이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다반사다. “국민 혈세 농민들에게 다 퍼준다”고 흰소리 하는 이들은 있지만 그 말을 믿고 옳다꾸나 농업에 뛰어드는 이는 없다. 정작 정부 정책은 농업을 자꾸만 외곽으로 몰아내고 있다.

하지만 농업은 기간산업이다. 식량주권 침해는 국가경제와 국민건강을 뿌리부터 무너뜨리고, 농촌 공동화는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에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안긴다. 누군가는 반드시 농업을 지키며 현실에 맞서 싸워야 한다.

젊은이들이 떠나가 돌아오지 않는 농촌현실 속에서, 농업고등학교는 농업의 미래를 그리는 학생들이 수두룩히 모여 있는 꿈만 같은 공간이다. 청소년과 농업 사이에 가교를 잇는 농고가 있기에 우리 농업은 간신히 소멸의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농업이 쇠락하고 있는 마당에야 농고의 현실 또한 녹록지는 않다. 현재 농고 학생 수는 전국을 통틀어 봐야 겨우 1만7,000여명. 그야말로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 할 수 있다. 자녀를 농고에 보내고 싶다는 서울대 교수의 말 한 마디가 ‘핫’한 뉴스거리가 되는 세상이다.

농고생은 농업에 있어 두말할 나위 없이 든든하고 희망적인 존재다. 하지만, 반대로 농고생들이 농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는 아마도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을까. 학교에선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장래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을까.

<한국농정>이 창간 18주년을 맞아 친구를 만나러 나섰다. 세상에 태어나 걸음마부터 시작해 18년을 함께 성장해 온 친구. ‘비주류 산업’인 농업의 울타리 안에 함께 발을 들여놓고 있는 친구. 우리 농업의 미래를 또한 함께 짊어지고 있는 친구. 18세 농고생들이다. 오늘만큼은 독자님들도 18세 청년의 마음으로 친구들의 학교를 구경해 주시길. 지각종 울리기 전에 어서들 따라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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