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고가 있어 내가 있다

김기명 청년농부

  • 입력 2018.07.01 00:28
  • 수정 2018.07.01 00:29
  • 기자명 김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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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명청년농부(경남 하동)
김기명
청년농부(경남 하동)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16살 어린 나에게 인문계고등학교와 전문계고등학교를 사이에 두고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께서는 용 꼬리 보다는 뱀 머리가 낫지 않겠냐며 전문계고등학교인 경남자영고등학교(농업계고등학교)를 권유해 주셨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 시절에는 농업계 고등학교는 공부 못하는 친구들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아주 강했던 시절이었다. 입학식 때 내가 차석 입학이라는 소리를 듣고 ‘
비교적 공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이 왔구나라는 확신을 한 번 더 했다.

학교생활은 시끌벅적 했다. 교실 안팎으로 공부에 집중하기 보다는 본인 삶에 집중 하는 친구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사이에서 나름 공부를 한답시고 하다 보니 전교 1등이라는 것을 처음 경험 해보았다. 지금껏 살아온 학교생활과는 달랐다. 1등을 한 번 하니 이 자리를 놓치기 싫어 나름의 노력을 했던 기억이 난다.

농업계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은 지금 생각해보면 선택의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 시기에 많은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요리, 제과제빵, 조경, 식품가공, 농기계, 원예산업, 종자산업, 농산물 유통, 선진농가 견학, 체험 등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하기도 힘들고 할 수도 없는 많은 경험을 교육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 생각한다.

또 이 기술과 교육과정을 전국의 농업계 고등학생들을 모아 경진대회도 매년 실시하여, 전국에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도 만들어 준다. 나 역시 그런 대회에 참가하여 수상도 하고, 자신감도 얻고, 많이 배웠다.

흔히 말해 경운기 배우고, 농사기술 배우는 곳이 농고가 아니다. 고등학생들에게 농사기술을 가르친다 한들 얼마나 활용도가 있겠는가? 그 나이에 맞게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농업을 떠나서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험이 서울대학교 농대 또는 농협대학 진학을 꿈꾸던 나에게 직접 농업에 도전 해봐야지라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친환경농업과 지역특산물의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노력하는 하동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재 농촌에 청년농부라 불리는 젊은 농업인의 비율이 전체 농업인 200만명 중 1만명, 약 0.5% 정도 밖에 없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1차 생산 위주의 농업이 농업의 기본이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농촌이 살고, 청년들이 농업에 도전 할 것인데 나 역시도 1차 생산 농업만 가지고는 생계유지가 힘들어 가공, 유통, 때로는 아르바이트까지 하면서 농촌에서 생활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농업계고등학교 마저 없어진다면 우리나라 농업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고·농대에서의 직·간접적 경험과 교육이 없었다면 내가 이 농촌을 택했을까? 과연 어떤 청년이 농업에 도전을 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든 중·고등학교에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해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농업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친구들 중에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가 만들어 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농업을 아는 현명한 소비자로써 우리나라 먹거리 산업에 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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