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사회를 살아가는 ‘농업의 요람’, 농업고등학교

  • 입력 2018.07.01 00:38
  • 수정 2018.07.02 10: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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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27일 충남 공주시 신관동 공주생명과학고 유리온실에서 원예경영과 학생들이 한낮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확한 토마토는 상품으로 판매되거나 즙으로 가공된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7일 충남 공주시 신관동 공주생명과학고 유리온실에서 원예경영과 학생들이 한낮의 더위에도 불구하고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확한 토마토는 상품으로 판매되거나 즙으로 가공된다. 한승호 기자

아직은 우리나라에 농경사회의 면모가 많이 남아있던 70년대 이전까지 농업고등학교는 남부럽지 않은 입지를 자랑했다. 정확한 통계는 남아있지 않지만 최소한 시군마다 1개씩의 농고가 있었다는 게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증언이다. 농고가 지역 제일의 명문고 자리를 꿰차는가 하면 대도시인 서울에조차 농고가 있었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산업화를 거치며 조금씩 설 땅을 잃어 가던 농고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대대적으로 정리되며 오늘에 이르렀다. 올해 기준 전국 농업계 고등학교 수는 64개, 학생 수는 1만7,677명이다. 전국 160만 고등학생의 1%가량만이 농업계 고등학교를 다닌다. 그나마 순수 농업계열 특성화고는 37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개 공업 등 다른계열에 농업계열을 병행하는 학교들이다.

이기수 FFK연합회(한국영농학생연합회) 사무국장은 “농업 기피현상이 나타나면서 많은 농고들이 일반고로 전환하고 생명과학고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 최근엔 농고 교과 또한 순수 생산보다는 스마트팜·수경재배 등 첨단농업이나 조경·식품 쪽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졸업생 동향을 보면 안타까움은 더 깊어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매해 농고 졸업생 중 영농 종사자 비율은 1~3%에 불과하다. 인원으로 따지면 연간 6,000~7,000명의 졸업생 가운데 200명 미만이다. 그나마 영농 이외 농업 관련분야 취업률은 사정이 좀 나아서 매년 20~30%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10~20%의 졸업생들은 농대 진학을 선택한다. 그러나 영농 의지를 가진 졸업생들이 대거 농대에 진학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농대 졸업자의 영농 진출 또한 비율로는 한자리수, 인원으로는 500명 안쪽에 그친다.

하지만 비록 규모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농고가 농업의 산실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농고를 통해 매년 수백명의 젊은 농부들이 탄생하고, 적어도 매년 2만명 가까운 농업의 ‘우군’이 확보되고 있다. 전국 11개 자영고를 비롯해 실습환경이 좋은 학교들은 분위기가 한층 고무적이어서 학생들의 영농 진출 확대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농정공약 중 하나인 청년창업농 육성정책엔 농고에 대한 청사진이 일부 포함돼 있다. 영농기반과 영농의지가 있는 농고생을 유치하고 실습교육 및 영농 승계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28.3%인 농고 졸업생의 자영 및 취·창업률을 37.6%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수치화된 목표다.

다만 인사와 예산 등 농고 운영이 대부분 교육부의 관할하에 있어 부처간 협동이나 역할분담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최근 농식품부가 직접 지원하는 ‘미래농업선도고교’ 확대를 통해 농고 정책을 풀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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