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상팬 “효과 좋아도 설치 엄두 안 나…지원 늘려야”

기후재해로 더 오르는 생산비에 농가 안간힘

지속 가능한 농업 위해 투자·지원 충분해야

  • 입력 2024.03.29 08:57
  • 수정 2024.03.31 21:07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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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꽃은 점점 빨리 피는데 널뛰는 봄날씨에 과수 농가들은 올해도 긴장 상태다. 지난봄 냉해에 결실 불량, 변형과 등 품질 저하에 생산량 급감까지 그 파고가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 홍천군 영귀미면에서 9000평 규모로 사과 농사를 짓는 최정식씨(전국사과생산자협회 부회장)는 다소 여유가 있었다. 지난해 열풍 방상팬 덕에 저온 피해를 어느 정도 비껴가서다. 씨알이 작고 표면이 거칠지만, 반타작도 못한 농가들에 견줘 수확량 30% 정도 감소니 ‘선방’한 셈이다.

‘꽃 피는 봄’이 왔다지만 지난 26일 찾아간 영귀미면엔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었고, 눈발은 오전까지 이어졌다. 눈발을 실어 오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방상팬 날개를 보며 최씨는 말했다. “2022년 설치해서 지난해 처음 가동했는데, 효과는 엄청 봤다. 냉해 안 겪고 정상 착과가 다 됐으니. 올해 냉해가 또 온다 해도 기계가 있어 일단 마음은 놓인다. ”

농업이 ‘스마트’해지고 있다지만 기후재해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예측이 정확하더라도 농사는 ‘농민과 하늘이 함께 짓는’ 것이니 기술로도 막기 어려운 피해는 상존한다. 다만 기후재해를 최대한 비껴가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열풍 방상팬도 그중 하나다.

기상재해 가운데 재난지수 비율이 가장 높다는 과수 개화기 저온 피해를 막기 위한 기술엔 이 밖에도 미세살수법·연소법·열풍 송풍법·영양제 살포가 있다. 열풍 방상팬은 설치 비용(1대당 750만~800만원)이 만만치 않지만 사용해 본 농가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으로 파악된다. 저온 피해 대비 기술이지만 농민들은 여름철 33℃ 이상일 때 과원의 열기를 식히거나 비가 많이 내린 뒤 습기 제거, 수확이 늦어질 때 보온하는 등 활용도도 의외로 다양했다.

심성찬 영주농협사과공선출하회장은 “온도센서가 있어 편리하다. 작년에 영주는 온도가 그렇게까지 떨어지진 않아 서리 피해는 없었지만, 수확이 늦어져서 그때 썼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다만 등유가 들어가는데 일반가나 면세가나 차이가 별로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강원 홍천군 영귀미면에 위치한 최정식씨 사과밭 사이에 설치된 열풍 방상팬 모습.
강원 홍천군 영귀미면에 위치한 최정식씨 사과밭 사이에 설치된 열풍 방상팬 모습.

방상팬의 원리는 위쪽의 더운 공기를 아래쪽으로 내려보내는 대류 현상이다. 열풍기를 추가하면 데워낸 공기를 위로 올려보낼 수 있다. 높이 약 10m 철제파이프 위에 2~4개의 회전날개( 전동모터로 구동)가 달려 있다. 과원이 일정 온도(2~3℃, 미리 설정)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작동된다.

열풍 방상팬은 민간업체 기술로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 농진청)은 이를 포함해 이상기상 대응을 위한 과원 피해 예방 신기술보급사업을 2019년부터 추진해 왔다. 열풍 방상팬은 이 시범사업을 통해 지난해까지 48개 시군, 253농가(147ha)에 보급된 상태다. 보통 900~1000평당 1대가 설치되며 방상팬 설치 지점에서 50~70m까지 보온 효과가 전달된다. 농민들은 최적의 효과를 보려면 600평당 1대 설치가 적당하다고 봤다.

“없는 사람은 엄두 못 내…충분한 지원 따라 줘야”

문제는 비용이다. 100% 국비 사업일 경우 자부담은 없지만 신기술이 접목되므로 실패 확률도 있다. 도비 사업인 경우, 검증된 설비로 보급되며 농가 자부담률은 30%대다. 올해 전북 익산시는 자부담 없이 농가 4개소에 방상팬, 관수시설(2농가), 미세살수장치를 지원한다. 전남도는 14억원(도비 10억원, 국비 4억원) 규모로 열풍 방상팬 등 과수 저온피해 예방 설비 지원에 나선다. 자부담률은 지자체·사업종류 등에 따라 10~50% 선이며, 지원사업 시행 여부는 지역마다 다르므로 문의가 필요하다.

최정식씨는 1대당 750만원에 총 6대를 설치하면서 1350만원(자부담 30%)이 들었다. 열풍기 12대 값은 3600만원. 최씨는 “부담이 많이 되니 농가들이 (설치를) 꺼리는데, 정부·지자체가 80% 지원하고 자부담은 20% 정도면 좋겠다”라며 “등윳값 지원도 필요하다. 냉해로 사과가 적게 달리니까 홍천군은 지난해 40~50대 설치를 지원했는데, 설치해 놓고도 안 돌린 농가들이 있다. 기름값 때문에 그냥 바람만 한 건데(열풍기 가동 없이 방상팬만 돌림) 그럼 불안하잖나”라고 전했다.

‘과수분야 시범사업의 경영성과 및 현장적용 실태에 관한 연구(박계원 지방농업연구관, 충북도농업기술원, 2020)’를 보면, 농가가 과수 신기술 시범사업을 수용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수용 시 소요되는 자금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열풍 방상팬을 도입한 농가들은 시범사업 확대를 위해 가장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원금 규모 확대(50%)’와 ‘방상팬 설치 대수가 적음(50%)’을 지적했다. 계속 사용할 의향(100%)이나 신기술에 대한 만족도·유용성(7점 중 각각 5.52점, 5.24점)은 가장 높게 나타나, 해당 연구는 “금전적·기술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박성식 충북농기원 원예기술팀장은 “천만원(평당 시설비 1만원) 투자해서 일 년 내내 활용하는 게 아니라 4월 한 달(약 20일) 쓰니 투자 가성비가 떨어지긴 한다. 유류비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저온 피해가 상시화하고 있으니 방상팬뿐 아니라 미세살수 장치 등 다양한 설비에 대한 필요성은 큰 상황이다. 효과는 투자한 만큼 있지만, 아무래도 품질을 중요시하고 자본이 되는 농가가 주로 활용하게 된다. 농산물 가격이 좋아야 투자 효과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정식씨는 “사과는 300평당 시설비용만 적어도 1000만원 정도다. 거기에 일소(열매 햇빛 데임), 우박, 냉해 등 재해 예방 설비와 방제 등 비용까지 더해지니 없는 사람은 농사 엄두도 못 낸다. 충분한 지원책이 따라 줘야 안정적 영농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기술개발과 적기 보급도 중요하다. 방상팬 기술개발로 보급사업의 토대를 제공했고, 꾸준한 신기술 연구(열풍, 360도 회전, 날개 추가 등)와 제품화를 시도해 온 주재식 ㈜에스엔제이유 이사는 저온 피해가 심화하는 만큼 관련 신기술에 대한 농정 당국의 적극적 관심과 보급 시도를 당부했다. 아울러 주 대표는 “지금 가장 애로는 사업 시행이 보통 3월부터라는 거다. 정작 냉해는 3~5월 중순에 발생해 농가들은 설치가 시급한데 3월에만 전국에서 주문이 300~500대씩 몰리니 직원들은 쉬지 못하고 농가 주문도 맞추기 어렵다. 앞당겨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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