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기후위기 최일선의 전 세계 농민들, 그들이 말하는 대안은?

  • 입력 2024.01.01 00:00
  • 수정 2024.01.01 00:1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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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타는 듯한 가뭄과 폭염, 하늘이 뚫린 것처럼 쏟아붓는 폭우, 태풍과 우박 등 기후위기와 그로 인한 피해는 날이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농민들은 최일선에서 이러한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콜롬비아 보고타서 열린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 8차 총회에선 ‘기후위기는 농업과 식량의 위기다’라는 공감대 아래 전 세계 농민들이 체감 중인 기후위기 사례와 이를 타개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세계 각국 농민들이 겪고 있는 기후위기와 그들이 주창하는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치열했던 토론의 현장을 중계한다.

지난해 12월 5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의 8차 총회가 진행됐다. 이날 총회에선 전 세계 농민들이 기후위기 사례를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5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국제농민연대체 비아캄페시나의 8차 총회가 진행됐다. 이날 총회에선 전 세계 농민들이 기후위기 사례를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칠레 농민 

칠레에선 양봉 농가가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숲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이러한 산불은 양봉 농가에 굉장히 많은 피해를 남기고 있다. 2023년 2월 초 중남부 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남겼고, 6월의 폭우와 홍수는 중부의 많은 지역을 파괴시켰다. 특히 홍수로 유서 깊은 지역의 포도밭이 상당히 많이 소실됐다. 이처럼 농업 생산기반을 파괴시키는 기후위기는 소농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튀르키예 농민 

2023년 튀르키예에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농업 생산량이 50~60%가량 감소했다.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것도 큰 문제지만 생산된 농작물의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는 게 더욱 심각하다. 이밖에도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농민들의 피해는 아주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튀르키예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많은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적절하지 않은 형태가 많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지만, 농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식이다. 아울러 전기자동차도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강조되고 있는데 배터리 생산에 광물이 필요한 까닭에 이를 위해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고, 이 과정에서 착취당하는 국가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 새로운 형태의 환경파괴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또 농지에 지열발전소를 설치·운영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지열발전의 경우 특히 농지를 파괴하고 지열발전을 통해 나오는 열기와 독성물질이 대기로 방출되며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농민들이 기후활동가가 돼야 하는 이유인데, 튀르키예 정부에선 이러한 농민 활동가들을 범죄시해 법원에 세우고 추징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후위기 대책을 농민이 직접 바로잡아야만 한다.

스리랑카 농민 

스리랑카에선 홍수와 가뭄이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홍수로 시냇물이 불어나 길이 끊기는 일도 빈번하다. 비가 많이 와서 농작물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기간시설이 파괴되는 일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리랑카 정부가 천연자원을 외부에 매각하는 사태가 발생해 다국적 기업에 농지도 팔아넘기고 있다. 기후변화의 여파로 숲이 이미 파괴되고 있는데, 다국적 기업이 깊숙이 들어와 코끼리가 살던 지역의 숲을 파괴하고 태양열 발전소 등을 세우고 있다. 이에 숲 근처에서 차를 재배하던 농민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 재배는 혼작하는 형태가 많은데 숲이 파괴되면서 단작 형태로 바뀌어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 농민 

캄보디아에서는 국민의 80%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기후위기로 태풍, 홍수, 심각한 가뭄이 반복되며 기후위기는 농민들, 나아가 국민이 당면한 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2023년 농산물 생산량이 30% 정도 줄었고, 10%가 심각한 병충해로 상품성을 잃었다. 농민들이 점점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농촌지역 청년들이 도시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이주하는 것에서 나아가 해외로 이주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는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큰 위기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후위기의 유일한 해결책은 농생태학이다. 농민들은 이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우리는 앞장서 대기업의 탄소배출 면죄부와 다름없는 그린워싱에 반대하고, 농업 전반에 드리워진 다국적 기업을 보이콧하며 생물다양성을 대표하는 숲을 되살리기 위한 활동들을 지속해야 한다.

세네갈 농민 

세네갈은 기후위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홍수피해로 어업 종사자들과 농민들이 직업을 잃고 있고, 특히 어민들은 이민을 떠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친 초국적기업 등을 국제적으로 고발하는 조치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나라에서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용들을 계산하고 분석한 다음 이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과테말라 농민 

기후위기는 지역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테말라의 기후변화는 수자원의 고갈로 이어지며 농사에 공급할 충분한 물이 없어지는 현상을 낳고 있다.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물이 부족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밖에 숲이 사라지며 벌도 타격을 크게 입고 있고, 이는 농업 생산에 영향을 준다.

기후변화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농민들은 지속하고 있는데, 생태농업으로 벌을 키워내고 수자원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 공동텃밭을 함께 운영하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농민/ 사마 

지구 온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특히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경우 이러한 기온 상승이 대기에 잘못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점령으로 인한 전쟁까지 겪어냄으로써 특히나 대기와 수자원 등이 오염되고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농업 생산량의 감소는 물론 식량주권의 손실까지 연결되고 있다.

파라과이 농민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숲이 파괴된 나라가 파라과이다. 극심한 가뭄과 겨울 폭염으로 발생한 산불 때문이다. 아울러 파라과이 보존지역인 ‘구피로’ 역시 기후변화로 파괴됐다. 2019년 아마존 우림 산불 이후 매년 대규모 산불이 반복되고 있으며, 산불은 숲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대기질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기후위기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파라과이 농민단체에서는 농생태학을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주창하고 있다. 농생태학 중심의 공공정책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연대하며 숲을 다시 재건하기 위한 활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니제르 농민 

기후변화는 아프리카 사헬(세계 최대 규모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과 세계 최대 사바나기후 지역인 아프리카 중부 사이의 동서방향 띠모양으로 분포하는 지대)의 온도를 급격하게 상승시켰다. 다른 지역에 비해 온도 상승률이 50% 이상 높았고, 이로 인해 400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지를 잃고 떠나가야 했다. 가뭄과 홍수로 인한 피해도 심각했다. 자원에 대한 접근마저 차단됐으며, 니제르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를 특히 많이 겪고 있다. 극빈층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다.

이에 우리 모두 기후위기에 대응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최대한 지역 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전 세계 많은 관계자가 모였지만,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싶다. 비아캄페시나 안에서 소농들이 직접 나서 우리의 대안을 제시하고 알려내야 한다.

팔레스타인 농민/ 후세인 

전 세계에서 다양한 유형의 기후위기가 발생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의 경우 이스라엘 점령의 문제가 더해져 기후변화의 속도가 더욱 빠른 편이다. 팔레스타인의 토지를 대부분 이스라엘이 소유하고 있는 까닭에 팔레스타인 농민이 심어둔 농지 위 올리브 나무들을 이스라엘 점령군이 베어내고 있으며, 다른 작물도 모두 파괴시키고 있다. 수자원도 점령당해 팔레스타인 농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며 높은 물값을 징수하고 있다. 농민들이 땅을 지키며 살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농경지 감소로 이어지고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농지가 늘어남으로 인해 해당 농지에 공장이나 태양열 발전소 등이 지어지며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농민 연합에선 이러한 흐름에 반대하며 농민들을 돕고 있는데, 테러단체로 낙인찍혀 고초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농민 연합은 빗물을 모아 관개하는 방법 등 농생태학에 근간을 둔 교육을 농민 대상으로 지속하고 있다.

한국 농민/ 양옥희 전여농 회장 

기후위기는 전 세계의 문제다. 가속도를 내며 지구를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아울러 기후위기는 사회적 위기며, 가난한 계층에게 가장 가혹하다.

이러한 기후위기는 한두 나라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자본을 앞세운 미국과 다국적 기업에 함께 맞서 싸워야 하고, 지구가 회복할 시간이 넉넉지 않은 만큼 빠르고 확실하게 대응해야 한다.

프랑스 농민 

기후변화는 농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탄소 배출의 주범인 초국적 기업 등은 농민의 토지마저 수탈하고 있다. 또한 산업적 이유로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숲이 없어지고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비아캄페시나에선 우선과제를 설정하고 실행해야 한다. 국제적 단위에서 워킹그룹을 만들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총회 기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기후위기 관련 활동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더 많이 연대하고, 그 안에서 농촌지역의 문제를 도시로 가져와 공유해야 한다. UN의 잘못된 해결책과 식민주의적인 토지 점령에 대해서도 알려내야 하며 국제적 협력을 통해 농민들이 얘기하는 생물다양성과 농생태학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 농생태학 관련 가짜뉴스도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간결하고 정확하게 농생태학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왜 농생태학을 택할 수밖에 없는지 알려내야 한다.

브라질 농민 

초국적 기업들은 항상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토지를 점령하고 사람도 착취하려 한다. 또 농민들은 초국적 기업들에 땅을 뺏기고 착취 당하는 것은 물론 기후위기의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다. 구체적 제안을 계속해서 마련해야 하며, 올해는 COP28을 보이콧했지만 앞으로 있을 COP30에 대비해 우리가 어떤 대안을 내세울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한국 농민/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ICC 

2023년 3월 모잠비크를 방문했다. 당시 모잠비크는 일주일 전 발생한 폭우와 홍수로 농경지가 물에 잠겨 강을 이루고 있었다. 배를 타야만 농경지를 건너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도 2023년 극심한 기후위기를 겪어냈다. 폭염으로 들끓었던 여름 탓에 겉은 멀쩡하나 속이 썩어버린 자두를 농민들은 모두 폐기해야 했고, 생전 처음 겪는 이상기후로 포도는 검게 익기도 전 잎이 모두 떨어져 버려 제대로 수확을 할 수조차 없었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예견할 수 없는 형태로 농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농민의 손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꿀벌을 죽이고 우리의 환경을 파괴하는 농화학에 대항해 투쟁해야 한다. 앞서 브라질 농민이 얘기한 것처럼 COP30이 2025년 브라질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미리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감한다.

콩고 농민 

기후위기에 대한 투쟁은 ‘우리의 투쟁’이다.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만큼 이를 일상적인 투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모두가 기후위기라는 결과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기온 변화, 환경 변화 등 앞으로 더욱 다양한 문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삶을 보호하고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구현할 수 있는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농업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걸 알려야 한다.

온두라스 농민 

기후변화 관련 전략으로 농생태학학교를 계속해서 지원해야 한다. 국제적 단위의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도미나카공화국 농민 

농촌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하지만, 사실 모두가 기후위기로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다.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모두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신자유주의정책과 자본주의,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농촌에선 특히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대규모 캠페인을 조직할 필요가 있고, 관행에서 생태농업으로 방법을 바꿔가며 식량주권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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