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예견됐던 논콩 사태, 결국 또 ‘농민 몫’이 돼 버린 피해

  • 입력 2024.01.01 00:00
  • 수정 2024.01.01 00:1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8월 16일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육리 들녘에서 열린 ‘호우피해 논콩 전액보상! 농민생존권 쟁취 국가책임농정 확립을 위한 정읍농민 논콩 갈아엎기 투쟁’에서 농민들이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논콩 2필지를 여러 대의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8월 16일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육리 들녘에서 열린 ‘호우피해 논콩 전액보상! 농민생존권 쟁취 국가책임농정 확립을 위한 정읍농민 논콩 갈아엎기 투쟁’에서 농민들이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논콩 2필지를 여러 대의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논콩’ 재배 농민들은 기후위기의 직격타를 맞았다. 쌀값 하락의 원인에 ‘과잉 생산’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적정 쌀 생산’을 목표로 내걸며 논에 쌀 대신 밭작물인 콩을 심게 한 정부의 책임이 무엇보다 가장 크지만, 나날이 그 강도를 더해가는 이상기후의 여파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는 논콩 재배면적이 가장 컸던 전라북도에 단연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전북 정읍시에서 만난 황양택 정읍시농민회장은 “논콩 5필지 중 2필지는 경작불능으로 중간에 갈아엎었고, 나머지 3필지에서도 평균의 20~30%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할 때 농협에선 1,200평 한 필지 생산량을 1,150~1,200kg 정도로 잡던데 실제 수확량은 250~300kg에 불과했다”라며 “정부에선 대파대나 농약대를 복구비로 지급하는데 농작물재해보험과 중복 지급이 불가한 데다, 보험금 역시 피해율을 낮게 잡는 탓에 자부담을 제하고 나면 보험이라는 의미가 무색해질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덧붙여 황 회장은 “논에는 벼를 심는 게 맞다. 정부는 쌀값 하락의 원인을 소비 부진, 과잉 생산으로 몰아 직불금까지 챙겨주며 논에 벼 대신 콩을 심으라 했는데 올해 역시 쌀값은 하락했고 논콩을 재배한 결과 역시 이렇지 않느냐”라며 “올해 콩을 심어 피해 본 논에 벼를 심었다면 같은 시기에 같은 양의 비가 쏟아졌더라도 피해가 이렇게 크진 않았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익진 정읍시농민회 정책실장 역시 “지난해에는 논콩 파종과 동시에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가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시작되기도 했고, 장마 동안 강한 비가 수차례 쏟아진 탓에 미처 싹도 틔우지 못한 상태에서 콩이 물에 전부 잠겨 피해가 컸다”면서 “배수시설이 정비되지 않아 물이 빠지지 않았고, 장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틀 이상 물에 잠긴 논이 많았다. 결국 4필지 중 3필지를 중간에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남은 한 필지에서 수확한 논콩의 양도 600kg밖에 안 됐다”라고 전했다.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 농민들이 직접 계산한 바에 따르면, 1,200평 한 필지에서 논콩을 재배하는 데 소요된 생산비는 480여만원에 이른다. 논의 경우 밭보다 임차료가 비싸기 때문에 필지당 250만원 정도가 소요되고 농기계 임대료와 작업비와 종묘비, 비룟값·농약값을 비롯한 인건비를 모두 합산한 금액이다.

전략작물직불금과 재해복구비 또는 재해보험 보험금을 더한다고 해도 생산비가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임이 확실하다. 논콩 재배 농민들이 지난해 적자 농사를 면할 수 없었던 이유다.

이밖에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머잖아 밭농사를 할 수 있는 지역이 얼마나 남을까 싶다. 기후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위기감이 들 정도다. 논콩이 잠길 만큼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졌지만 논콩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 3~4달 전만 해도 농업용수가 부족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고 결국 모심는 걸 일주일 미루는 사태가 벌어졌었다”라며 “당장 지금도 겨울이 너무 따뜻하다 보니 내년 농사 걱정이 앞선다. 날이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보험제도를 현실화하고 농업재해보상법을 제정해 손쓸 수 없는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농민이 농업을 지속할 수 있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