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거래 의무화 이후, 예정된 진통 겪어내는 산지

  • 입력 2023.07.21 09:00
  • 수정 2023.07.21 17:2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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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4월 배추 팰릿 하차거래가 의무화된 이후 여름배추 주산지인 고랭지에선 당초 우려했던 진통을 고스란히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산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농민과 산지유통인 등은 경사가 심한 고랭지 환경과 그로 인한 작업 시간·비용 증가, 불락 시 다른 시장으로의 운반 문제 등을 지적했지만, 악습 중 하나인 ‘재’가 사라져 시장에서 정상적인 시세가 형성될 경우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17일 강원도 정선군에서 만난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당초 예상보다 실제 산지 팰릿 출하 작업 시 수반되는 비용이 더욱 크다. 팰릿에 배추를 싣고 랩핑한 뒤 지게차로 5톤 차에 물건을 싣는 과정 모두 평지에서 이뤄져야 하다 보니 경사진 포전과 평지의 거리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비 오면 작업을 못 한다는 점도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회장은 “가락시장에서 불락 시 다른 시장으로 옮길 수 없다는 게 고충인데, 이미 차에서 내린 팰릿을 싣는 것도 문제고 회송할 차를 구하는 것과 옮기는 과정에서 추가되는 비용 부담, 그 과정에서 썩어버리는 배추까지 농민들 피 말리는 것밖에 안 된다”고 토로했다.

배무림 정선군 임계농협 과장보 또한 “계약재배 30만평 물량 전부를 가락시장에 내고 있는데 팰릿 출하로 인한 농민 부담이 큰 편인 건 맞다. 농민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재배면적이 작은 경우 팰릿 출하에 필요한 지게차, 발전기, 랩핑기 등의 장비를 마련할 상황이 안 된다”면서 “팰릿 하차거래도 물론 시간이 흐르며 방향을 찾아갈 테지만 비용과 작업시간 증가, 가격 하락을 최근 동시에 겪는 농민들에 대한 대책은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정리했다. 아울러 배무림 과장보는 “작업시간이 이전보다 오래 걸리고 강우 시 작업이 어려워 출하 작업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배추가 망가진 경우도 지금 포전에서 되게 많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편 대아청과 배추 경매사인 고행서 차장은 배추 팰릿 하차거래가 불러온 긍정적 영향을 짚었다. 예를 들어 이전의 경우 5톤 차 단위로 거래가 이뤄져 중도매인의 경매 참여가 저조하고 여러 중도매인이 무리를 이뤄 경매에 참여하는 등의 상황이 적지 않았는데, 팰릿 하차거래 시엔 5톤 차 당 14개 팰릿이 실려 이걸 4개·4개·4개·2개 등으로 나눠 경매하다 보니 중도매인 경매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선군 임계면에서 10만평 규모로 최고 경매가 배추를 출하하는 산지유통인 이재천(52)씨 또한 “가락시장에 배추 출하만 30년 가까이 한 사람으로서 팰릿 하차거래로 물류비용이 증가한 건 확실하다. 평당 생산비가 1만원이라면 작업비·자재비·운반비·수수료 등 물류비 또한 8,000원 수준으로 들어가고 있다. 생산비와 맞먹는 수준인 거다”라면서도 “팰릿 하차거래로 유통비용이 늘어났지만, 상차거래 시 존재하던 ‘재’가 없어진 건 농민이나 산지유통인 입장에서 반길 일이다. 하지만 이것도 물론 정상 시세일 때 이야기고, 지금처럼 출하량 많고 정부 비축물량 방출까지 겹쳐 바닥과 다름없는 시세가 계속되면 사실 소용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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