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배추 하차거래 의무화 이후, 김장철 맞은 산지 모습

늘어난 비용도 문제지만 마땅한 상차 작업장소 찾기 어려워
대개 도로 안전지대 등에서 작업, 민원 발생·사고 위험 높아

  • 입력 2023.11.19 18:00
  • 수정 2023.11.19 18:1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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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3일 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일원의 도롯가에서 수확된 배추를 팰릿 상차작업 중인 모습.
지난 13일 전남 해남군 황산면 우항리 일원의 도롯가에서 수확된 배추를 팰릿 상차작업 중인 모습.

 

가락시장에 마지막 남은 차상거래 품목이었던 배추가 하차거래로 전환되고 첫 김장철을 맞았다. 배추 하차거래 의무화 이후 봄배추, 고랭지배추 등의 거래가 그간 가락시장서 꾸준히 이뤄졌지만, 본격적인 김장배추 출하철을 맞아 수확에 매진 중인 현장에선 하차거래에 어려움과 불편함을 쏟아냈다.

수확이 한창이던 지난 13일 전남 해남군 문내면 일원에서 만난 산지유통인 이승필씨는 “아마 곳곳에서 작업 중인 걸 보고 오셨을 거다. 지금 포전에서 배추를 수확한 다음 상자에 담은 뒤 1톤 차로 날라 팰릿 작업이 가능한 곳에서 상차작업들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5톤 화물차를 수확하는 밭 인근에 대고 수확 즉시 망으로 작업해 날라 실었는데 지금은 작업이 몇 단계로 더 늘어난 상태다”라며 “지게차는 필수고, 지게차를 나르기 위한 차량, 1톤 화물차 2대 이상이 필요하고 팰릿에 배추를 쌓기 위한 작업틀과 래핑기, 래핑기를 쓰기 위한 전력장치 등 상차에 필요한 장치·자재가 확연히 많아졌다. 팰릿 사용료는 물론이고, 수평을 맞추기 위해 사이에 끼워 넣는 두꺼운 종이까지 전부 다 유통비용에 추가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산지유통인 A씨 역시 “대강 따져봐도 5톤 한 차 작업하는데 드는 비용만 50% 이상 올랐다. 이전에는 60만원 정도 들었다면 지금은 90만원 이상 소요된다. 시간도 더 많이 걸려서 하루 작업 가능한 양이 훨씬 줄었는데 배춧값은 형편이 없어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탄식했다.

이어 이씨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팰릿 작업을 할 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라며 “경사지지 않고 넓은 장소가 별로 없다 보니 포전에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도롯가에 빗금 친 안전지대 등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는 허다하고, 작업시기가 겹치다 보니 그마저도 경쟁이 붙어 장소를 물색하러 돌아다니기 바쁠 지경이다. 시장에서 거래하기는 편리해졌을지 몰라도, 인근 산이면에서는 팰릿 상차작업 할 공간이 없어 수확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질 만큼 주산지 상황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해남군 황산면 인근 삼거리에서 팰릿 상차작업을 하던 유통인 김종주씨 또한 “5톤 한 차 작업에 6시간이 걸린다. 작업틀이 있다고는 하지만, 5톤 차에 싣기 위해선 팰릿 위에 배추를 수평 맞춰 잘 쌓아야 해서다. 또 포전이 멀면 수확한 배추를 1톤 화물차로 나르는 시간이 더 걸리다 보니 그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면서 “작업할 공간이라도 곳곳에 있으면 좋은데, 지금도 2km 조금 안 되게 떨어진 포전에서 수확한 배추를 여기로 실어다 작업하는 거다. 포전에서 배추는 막 수확되는데 작업할 공간은 없고, 민원이 빗발치는 데도 어쩔 수 없이 이런 도롯가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한참 작업이 진행되던 와중에 마을 이장이 찾아와 김씨에게 작업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장은 “민원이 들어왔다”며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씨는 “아무래도 교차로 같은 곳에선 큰 차를 세워놓고 작업을 하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 지나다니는 차들도 사고 위험이 있고, 도로 한가운데서 작업하는 작업자들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라며 “작업할 공간이 없으니 민원 들어오면 다른 데로 쫓겨가야 하고 제대로 작업을 할 수가 없다. 해남은 배추 주산지인데도 이렇다. 올 한 해만 하고 말 것도 아니고 계속 작업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지자체나 정부에서 작업공간을 곳곳에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회장 최병선, 한유련)에서도 산지유통인의 작업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하차거래에 따라 증가한 유통비용과 작업 어려움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작업공간에 대한 민원이 많다. 하차거래 시행 전 농식품부에 공동작업장 설치 등을 요청한 바 있으나, 지자체에 역할을 돌렸고 지자체에서는 예산 등을 이유로 사업이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라며 “김장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도 더 안 좋은 상황이라 유통인을 비롯해 농민들 부담이 클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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