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최악’ 엇갈린 강원도 여름배추 주산지 작황 진단

장마 이후 날씨가 관건, 8월 중순부터 출하량 감소 전망 우세
저장 재고·비축물량 방출로 저조한 시세 계속, 농가 근심 가중

  • 입력 2023.07.21 09:00
  • 수정 2023.07.21 17:2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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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7일 비가 잠깐 그친 틈을 타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 일원의 고랭지 배추 포전에서 방제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17일 비가 잠깐 그친 틈을 타 강원도 태백시 매봉산 일원의 고랭지 배추 포전에서 방제를 하고 있는 모습.

국내 배추·무 최대 도매시장법인인 대아청과㈜(대표 이상용)와 지난 17~18일 강원도 태백시·강릉시·정선군을 방문해 여름배추 주산지 작황을 살펴본 결과, 아직은 ‘양호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일부 포전에선 무름병이 관측되는가 하면 적지 않은 산지유통인과 농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강우와 머잖아 닥칠 고온 등의 영향으로 ‘최악’의 작황이 예상된다는 엇갈린 견해를 전했다.

먼저 지난 17일 방문한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일부 포전에서는 농민과 산지유통인 대부분이 ‘최악’의 작황이라는 한탄을 쏟아냈다. 태백시 제2개간지와 매봉산 일대에서 만난 산지유통인 정승래씨는 “30년 넘게 고랭지 여름배추를 유통했는데 작황이 안 좋은 편이다. 예전에는 태백시 기온이 30℃ 넘는 경우가 1년에 15일이 채 안 됐고 매봉산의 경우 특히 기온이 30℃를 넘는 날이 아예 없었는데 지금 이곳 매봉산도 한낮 기온이 33℃까지 치솟는다”며 “올해는 또 시간당 50mm가 넘는 비가 7월 초 무렵 일주일 동안 계속돼 유실된 포전이 많다. 남아 있는 배추도 밑둥을 보면 무름병 증상이 일부 보이고, 잎이 노랗게 변한 경우도 적지 않아 출하할 물량은 전체의 60%가 채 안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작황 점검에 함께 나선 고행서 대아청과 차장 역시 “매봉산 선충 피해면적만 6만평에 달한다고 하는데 연작으로 인한 휴경지도 적지 않다. 유실된 배추도 많고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라며 “고랭지배추의 상징과도 같던 매봉산 입지가 많이 무너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발 778m의 정선군 사북읍 일대 포전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무름병이 다른 곳보다 심한 편이다. 비가 많이 온 탓인데,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반면 지난 18일 찾은 정선군 임계면과 강릉 안반데기 포전에선 현재 작황이 나쁘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변무림 정선 임계농협 과장보는 “비가 계속 더 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 배추 상태는 아주 좋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릉시 안반데기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최선동 강릉시 고랭지채소 공동출하협의회장 역시 “올해 안반데기 50만평에는 양배추나 감자 등 다른 작물 없이 배추만 심겼는데 지금으로선 생육이 좋다. 안반데기는 비가 계속 온 게 아니고 스콜처럼 한 번 퍼붓고 그쳐 생육과 성장이 모두 빠른 편이다”라며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작황 전망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데, 지금 상황에선 바이러스도 하나 없고 좋다. 생육 막바지에 비만 많이 안 온다면 무사히 출하할 수 있을 거라 내다본다”고 말했다.

상반된 전망을 내면서도 산지유통인과 농민 대부분은 7월 말~8월 초 날씨 영향으로 작황이 크게 변할 거란 우려를 전했다. 아울러 8월 중순 출하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세 발생 예측도 조심스레 덧붙였다.

지난 17일 강원도 태백시 제2개간지 포전의 무름병 증상 배추.
지난 17일 강원도 태백시 제2개간지 포전의 무름병 증상 배추.

 

생산·유통비 오르고, 경매가는 ‘널뛰기’

출하를 앞둔 고랭지 여름배추 생산농민들의 촉각은 작황 전망과 더불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매가’에 쏠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 비축물량 발표로 인한 물량 증가와 가공업체의 봄배추 재고 여파로 경매 참여도가 저조해 지난해 대비 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진 채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에 지난 17일 고랭지 여름배추 주산지에서는 대아청과 관계자들을 향한 쓴소리가 적지 않게 이어졌다. 실제 대아청과 10kg 그물망 배추 경매 시세는 최근 그야말로 ‘널뛰기장’을 방불케 한다. 지난 14일 10kg 배추 상품 시세가 7,300원을 기록한 이후 15일에는 1만4,900원으로 폭등했고, 17일에는 하락해 4,300원을 기록했다. 이후 18일 시세 또한 5,200원으로 저조했고 19일이 돼서야 가격은 1만3,300원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20일 기준 상품 배추 10kg 한 망의 시세는 다시 6,300원으로 내려앉았다.

이렇게 불안정한 배추 시세는 △김치 소비 시장 축소 △가공업체 재고 물량으로 인한 경매 참여 저조 분위기 △정부 비축물량 방출 및 홍수 출하 등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고행서 대아청과 차장은 “지금 시장에 들어오는 준고랭지 여름배추 대부분이 식재 후 생육 초기 고온의 영향을 많아 받아 숙기가 60~65일에서 55~60일 정도로 앞당겨졌는데 분명 그 영향도 있다. 웃자람의 영향으로 물량이 조금 늘어났고, 흔히 말하는 물배추도 많아 시장 도착 직후부터 녹아내리는 현상이 발생해 시세 형성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널뛰기장도 모자라 계속되는 비로 인한 작업 불편 및 작황 우려가 산재한 가운데 김시갑 강원도 무·배추 공동출하회 연합회장은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고 지금 다른 지역의 경우 침수 피해가 심각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또 이러한 현상들이 추석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고심하는 눈치다. 정상적으로 자라 수확을 할 수 있을지에 초점이 쏠리는 가운데 시세마저 불안정하다 보니 전체적인 수급이 어떻게 흘러갈지 고민이 많다”라며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호우 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대적인 약제 지원 등을 해서 선제적으로 차질이 생기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야지 수급에 문제가 생긴 다음에 또 수입을 한다거나 하면 시장이 안정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9일 ‘집중호우에 따른 농축산물 수급 영향 점검회의’를 열고 “장마 이후 폭염이 지속될 경우 고랭지 배추·무의 병해 및 가축 질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고랭지 배추·무의 경우 장마 이후 병해 확산 방지를 위해 적기 방제를 지도하는 한편, 수급 불안 시 정부 비축물량(배추 1만톤, 무 6,000톤)을 적기에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출하를 앞둔 현장 분위기는 한층 어두워지는 모양새다. 봄배추 품질 저하와 관리 문제 등으로 시장 방출이 벌써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정부 차원의 비축물량 방출 발표까지 더해져 재고 등을 이유로 거래 일선에 잘 나서지 않는 대형 소비처가 더욱 위축될 우려가 있어서다. 이에 한 농민은 “그저 갑갑할 따름이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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