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도 저기서도 ‘을’ … 한계 호소하는 농민들

최대 18만원까지 오른 인건비 … 수확하면 오히려 ‘적자’
수확기 맞은 마늘·양파 재배 농민들, ‘농사포기’까지 고민

  • 입력 2023.06.04 18:00
  • 수정 2023.06.05 07:0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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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물가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한 자재값도 모자라 인건비까지 최고점을 찍었다. 몇십 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으니 계속하긴 하는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 못하겠다.”

최근 내린 강우 탓에 마늘·양파 수확기 일정에 대단한 차질을 겪고 있는 경남 일부 시·군 농민들의 전언이다. 아울러 농민들은 “외국 인력 하루 인건비가 18만원까지 치솟아 수확 포기까지 고민 중이다”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31일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일원에서 만난 성유경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 사무처장은 “인건비가 18만원까지 오른 건 처음이다. 서남부채소농협에서 얼마 전 20kg 상품 양파 한 망 수매가를 1만6,000원으로 책정했는데, 하루 인건비가 18만원이면 다른 생산비 따질 것도 없이 적자인 거다”라며 “인건비만 오른 게 아니라 자재값이며 하다못해 운임비까지 싹 올라서 kg당 1,000원, 20kg 한 망 2만원은 보장돼야 한단 주장을 그간 계속해왔는데 오른 생산비, 물가는 안중에도 없이 농식품부는 농산물 값 내리기에만 혈안이 된 채 농민들 고혈을 짜내는 실정이다. 수매가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된 데다 이상기후로 수확량과 상품성까지 떨어져 오른 자재값과 인건비는 고스란히 농가 부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또 정필식 (서)전국마늘생산자협회 창녕군지회 사무국장은 “비 소식이 잡히고 예정대로 비가 오자 하루에 1만원씩 인건비가 계속 올랐다. 여기다 인력사무소에서는 대놓고 ‘우리도 한 철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내뱉고 있다”면서 “일정 맞춰 수확 작업해야 하는 농민들이 무슨 죄인도 아니고 당장 들인 생산비가 있으니 수확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현장에서 체감 가능한 인건비 관련 대책은 전무해 답답하다. 자재값 지원도 필요한데, 코로나19 이후 부족한 인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현장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와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농가 영농일지를 바탕으로 조사한 경남 창녕의 마늘 생산비는 평당 약 1만8,248원이다. 지난달 말 농민들과 직접 계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종구값 △농작업 대행비 △농약값 △영양제 등을 비롯해 수확기 평균 인건비가 17만원 수준을 유지 중인 만큼 올해 생산비는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올해는 이상기후 여파로 농가별 농약 방제 횟수 및 비용 등의 편차가 큰 데다, 수확기 강우 이후 포전 상황에 따라 작업 속도 등에도 2배 가까운 차이가 존재해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정 사무국장은 “비료업체가 가격 올리면 올린대로 내야 하고, 농약회사가 가격 올리면 올린대로 내야 하고, 인력중개소에서 인건비 올리면 올린대로 내야 하는 농민들은 수매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포전 매매하는 유통·가공업자들에게도 ‘을’일 뿐이다”라며 “실제 수확을 안 하겠다는 말도 주변에서 들린다. 대체 작목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마늘·양파 농사가 얼마나 이어질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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