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농민 몫, 생산비 폭등의 굴레

  • 입력 2023.06.04 18:00
  • 수정 2023.06.05 07:0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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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31일 경남 창녕군 성산면 정녕리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마늘을 캐고 있다. 이날 만난 농민은 “마늘은 재배 특성상 열흘에서 보름가량 집중적으로 수확을 하는데, 그 사이 비까지 내려 인건비가 18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정말 하루가 다르게 인건비가 오른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경남 창녕군 성산면 정녕리 들녘에서 농민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이 마늘을 캐고 있다. 이날 만난 농민은 “마늘은 재배 특성상 열흘에서 보름가량 집중적으로 수확을 하는데, 그 사이 비까지 내려 인건비가 18만원까지 치솟았다”며 “정말 하루가 다르게 인건비가 오른다”고 혀를 내둘렀다. 한승호 기자

 

“오르지 않은 게 없다. 물가 따라 비료값·농약값·기름값은 물론, 인건비와 전기요금까지 다 올랐다. 그런데 유독 농산물 값만 그대로다. 비교해보면 농산물 값은 20년 전이나 지금이 다르질 않다. 근데 그걸 농민들만 지적하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늘날 농촌 현장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다. 전국 어디를 가나 똑같고,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굳이 다른 점이랄 게 있다면 해를 거듭할수록 그 강도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농민들은 생산비 폭등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대책은 매우 미흡할 따름이다. 그마저도 범위와 대상이 한정적이며 규모도 약소하다. 게다가 정부는 물가에 역행하는 농산물 값을 소비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매도, 농산물 값이 조금이라도 오를라치면 그보다 앞서 저율관세로 외국의 농산물을 수입하는 식의 수급대책을 지속해 농가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다. 물론 소비자 물가를 당초 정부 계획대로 잡아냈는지도 의문이 따른다.

지난 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농가 구입가격지수는 2021년 대비 12.7% 상승했다. 이는 2021년 농가 구입가격지수 상승 폭인 4.7%와 비교해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농가 구입가격지수는 농업경영체의 가계 및 경영활동에 투입된 421개 품목의 가격지수를 의미한다. 지난해 상승한 농가 구입가격지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부문은 바로 재료비(32.2%)였다. 비료비(132.7%), 사료비(21.6%), 영농자재비(29.2%) 상승의 여파다.

반면 지난해 농가 판매가격지수는 2021년 대비 2.3% 하락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농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울러 통계청은 지난달 18일 ‘2022년 농가경제조사 결과’를 통해 지난해 농가소득(4,615만원)이 전년대비 3.4%(161만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영비 급등과 주요 품목의 가격 하락으로 농업소득(949만원)이 전년대비 26.8%(348만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2022년 농업소득은 경영비 증가 등으로 감소한 반면, 농업외소득·이전소득은 각각 7.4%, 2.9% 증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농업소득이 1,000만원 이하로 떨어진 건 2012년 이후 10년 만의 일인데,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과거 어느 정부보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해 2021년 10월 이후 지속 하락하던 산지쌀값이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 발표 직후 16.7% 반등했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을 분노케 한 대목은 더 있다. “농촌융복합산업 및 농촌관광 지원 강화 등 정책의 영향으로 농업외소득(1,920만원)이 전년대비 7.4%(132만원) 증가했다”, “농업인의 국민연금 수급 인원과 금액이 증가해 이전소득(1,525만원)이 전년대비 2.9%(44만원) 증가했다”, “2022년말 기준 농가 평균 자산은 6억1,646만원으로 전년대비 5.3% 증가, 부채는 3,502만원으로 전년대비 4.3% 감소함에 따라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5.7%로 축소됐다”는 등의 발표다.

이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과, 통계청 표본조사에 대한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모든 걸 차치하고 한 가지 분명한 건 농민들이 그간 담배연기인지 한숨인지 모를 것과 함께 내뱉곤 했던 “언제까지 농사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이 현실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이에 <한국농정>은 정부·지자체의 생산비 지원 대책을 톺아보고,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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