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위기 시대, 먹거리돌봄정책 더 강화돼야"

먹거리 단체들, 미래세대 위한 먹거리 공공성 보장 방안 토론회

임산부꾸러미,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 예산 복구·확대하라

  • 입력 2023.05.03 16:09
  • 수정 2023.05.08 09:18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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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누구나 누려야 할 먹거리기본권이 사회 규범으로 안착되고 있지만,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정부의 먹거리 정책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울러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공공성 확보를 위해 ‘임산부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초등돌봄교실과일간식 지원사업’을 지속하라는 촉구가 이어졌다.

전국 먹거리, 친환경농민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국회도서관 대강에서 ‘먹거리 위기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올해 정부 예산에서 임산부,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친환경 먹거리 지원 사업비가 전액 삭감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먹거리연대환경농업단체연합회농정전환실천네트워크GMO반대전국행동한국친환경농업협회가 주관하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가 주최했다. 토론회에는 단체 관계자를 포함해 농민, 생협활동가, 소비자 등 전국 각지에서 4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먹거리 위기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친환경먹거리 예산 즉각 복원"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일제히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먹거리 위기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친환경먹거리 예산 즉각 복원"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일제히 들어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과 2020년부터 각각 시행한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과 임산부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을 올해 돌연 중단했다. 두 사업은 전체 예산이 229억원으로 소규모지만 정책 만족도가 80~90%를 상회할 만큼 현장의 평가가 좋았고, 그간 당국도 널리 홍보하며 적극 추진해 온 정책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중단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저소득층 농식품바우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5년부터 두 사업을 농식품바우처와 통합·운영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먹거리 단체들은 바우처사업은 저소득 취약계층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으로 당초 두 사업의 목표 및 대상, 지원물품 등 그 내용이 전혀 다르며, 먹거리기본권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날 토론에 앞선 인사말에서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두 사업은 그 효과와 반응이 매우 우수해 작년 농해수위는 전년도 예산보다 증액해 각각 196억2,000만원, 222억원을 의결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예산결산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오늘 토론회 의견을 바탕으로 예산을 복원하고, 국민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권옥자 전국먹거리연대 상임대표는 “미래세대로 상징되는 임산부와 초등돌봄 어린이를 대상으로 생활 형편과 관계없이 양질의 안심 친환경농산물을 제공해 바른 먹거리를 생활화하고 저출산 극복에 기여, 나아가 친환경 생산 기반을 확장해 기후위기, 식량위기 시대를 극복하고자 한 종합적 미래정책”임에도 “2023년 정부 예산에서 전액 삭감된 두 사업의 완전한 복구와 확대 필요성을 확인하고, 먹거리 공공성을 확장하기 위해 이 토론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국 먹거리, 친환경농민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먹거리 위기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전국 먹거리, 친환경농민 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먹거리 위기 시대,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어 황영모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이 두 사업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 지원정책,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황 연구위원은 “139개 지자체가 먹거리계획, 먹거리돌봄정책을 추진하는 등 먹거리 공공성 확대가 사회 규범화되고 있다. 이는 먹거리 지원이 경제적 취약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국민 모두의 먹거리 취약성을 보완하고 확대하겠단 것이자 국민 생애주기에 걸친 먹거리 돌봄 지원 체계”라면서 “그럼에도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사회적 규범화 흐름에 거꾸로 가는 것이자 미래세대의 밥상을 걷어차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업 효과가 크고, 잘 안착되고 있는 사업을 왜 의도적으로 줄이는지, 어떤 정책적 효과를 거두려는 것인지를 시민사회가 따져 물어야 한다”면서 “지원대상은 물론 기대효과 면에서 엄연히 다른 바우처와 통합하겠다는 것은 먹거리 생산기반과 소비기반을 줄이고 결국 먹거리 정책의 후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두 사업을 중단한 정부의 결정은 먹거리 돌봄에 관한 법적 근거에도 배치된다. 지난해 1월 「농업·농촌식품산업기본법」이 개정되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모든 국민에게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하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 황 연구위원은 “이는 먹거리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법률에 반영됐다는 의미인 만큼 이번 사업의 중단은 정책 후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미진 경기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김옥주 한살림동서울생협 조합원, 조대성 홍성유기농영농조합 대표, 강혜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장도 두 사업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미진 집행위원장은 국비 지원 중단에도 규모를 줄여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을 이어가고, 2018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경기도 어린이 건강과일 공급사업 현황을 소개했다. 이어 「식생활교육지원법」, 「농업·농촌식품산업기본법」에 법적 근거가 존재하는 만큼 먹거리 지원은 학교 급식을 포함해 국가 책임이자 사명으로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이 임산부의 건강 증진은 물론 출산 여건 개선 효과도 있다는 연구 결과(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시범사업 성과평가 연구보고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2)를 들며, “홍보까지 했던 사업을 중단한 것은 정부 스스로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출산, 양육하기 좋은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에 먹거리의 중요성 크다”면서 “120대 국정과제 중 안심 먹거리를 적시한 만큼 실제 정책 과제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사업의 수혜자인 김옥주씨는 이 사업이 단지 먹거리 지원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적 육아, 가족을 위한 건강 밥상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면서, “아이들의 먹거리를 부모가 고민하듯 국민 먹거리는 정부가 중요하게 나서 이끌어야 할 사업이다. 사업 확대 요구가 높은 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업을 복원하라. 꾸러미를 통한 먹거리 교육 실행을 고민하고 바우처 사업으로 인한 정책 공백을 무겁게 느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산부꾸러미와 학교급식으로 매출을 올려온 조대성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학교급식 매출은 줄었지만 임산부꾸러미로 매출이 증가하고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시골 영농조합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됐고, 가공품 매출도 늘어 열심히 해보는 계기가 됐지만 (사업 중단으로) 올해 1분기 매출이 임산부 꾸러미만큼 바로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조 대표는 “다 팔아준다고 해야 생산자들이 가장 비쌀 때 조합에 납품하는데 조합이 잘 못 팔면 다른 시장에 낼 가능성이 크고, 연속 생산도 어려워진다”면서 “판매처가 줄면 기존 조합원 간 작부 편성 시 갈등이 생길 수 있고, 매출이 줄면 생산자 물건을 못 받게 되니 영농조합으로서 기본 동력을 잃을 수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강혜승 서울지부장은 “전국 초·중·고생 모두 차별 없이 친환경 무상 급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선별적 무상 급식은 공짜 밥이란 낙인효과로 비교육적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차별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후진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면서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되 기존에 안착된 초등 간식 지원은 전국 전국 초·중·고교로 확대하는 것이 먹거리 기본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5~6월 전국 15개 권역에서 먹거리예산 복원 시민토론회와 기자회견이 진행될 예정이다. 토론이 확정된 지역은 서울, 전북, 경남(2), 충청, 경기(2), 대구, 부산이며 나머지 지역은 논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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