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쏠리는 눈 … 쌀 생산‧수급안정 대책 제시해야

여‧야 쟁점은 ‘의무시장격리’
 
현장 초점은 쌀값 안정 효과

“수급‧가격안정, 새 판 짜야”

  • 입력 2023.03.28 19:20
  • 수정 2023.03.31 09:5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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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27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이춘우(59)씨 시설하우스에서 못자리에 나선 농민들이 볍씨가 뿌려진 모판을 가지런히 배열하고 있다. 이날 하우스 못자리에 나선 이씨는 “약 3,000개의 모판에 오대쌀 품종의 볍씨를 뿌렸다. 3만평의 논에 모내기할 수 있는 양”이라며 “우리 농민들에겐 못자리가 일 년 농사의 절반이다.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내기는 이달 말부터 5월 초 사이에 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 수정안은 쌀이 수요량의 3~5%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평년가격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수확기(10~12월)에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지난 27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시설하우스에서 못자리에 나선 농민들이 볍씨가 뿌려진 모판을 가지런히 배열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우여곡절 끝에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수정안이 여전히 험로를 걷고 있다. 다음 달 4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거부권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정작 농민들은 쌀값안정과 수급안정을 위한 ‘다른 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는 중이다. 주식인 쌀 문제에 정쟁만 남고 정책은 없는 소모적인 정치권 상황에 농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28일 국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황근 장관은 “쌀값 하락, 식량안보 저해, 타품목 형평성 논란 등 농업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보고하면서 “국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수정안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으며, 쌀이 수요량의 3~5% 이상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평년가격 대비 5~8% 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수확기(10~12월)에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또 타작물재배에 관한 정부의 연도별 관리‧재정적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쟁점은 ‘쌀 의무매입’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개정안으로 제출했던 쌀 의무매입 요건은 초과생산량 3% 이상, 가격 5% 이상 하락이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쌀 공산화법’ 등 색깔론을 꺼내고 ‘무조건 남는 쌀을 매입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며 강력히 반대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2차례나 중재안을 제시했다. 여야 합의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다. 결국 민주당은 개정안에 국회의장 중재안 중 일부를 반영, 수정안을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문제는 여전히 정부‧여당이 ‘쌀 의무매입’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건데, 실상 수정안을 따져보면 반대 명분이 약하다. 정부에 재량권을 실어준 것은 물론 의무매입 조건도 대폭 완화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이 법안이 확정되면 쌀값이 평년대비 8%나 떨어져야 의무매입을 한다는 건데, 2021년산 쌀값이 45년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을 때 7.8%가 떨어진 것이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은 이전보다 더 후퇴한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덮어놓고 법안 통과’의 맹점에 ‘덮어놓고 법안 반대’라는 볼썽사나운 정쟁이 계속될 뿐 농민을 살리는 정책은 실종된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은 지난 24일 성명을 통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법안”이라고 민주당을 공박하고, “시장격리 의무화 자체를 거부한다는 국민의힘은 더 큰 문제”라고 맹비난했다.

전농은 “국민의 주식인 쌀의 안정적 생산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법적‧제도적 장치로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일말의 고려도 없이 시장 타령만 하는 것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본말이 전도된 상황에서 우리는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없다. 식량위기를 대비해 국민의 주식인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본질이며, 이는 곧 생산비가 보장되는 쌀 최저가격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 정부에 이송되면 이후 15일 안에 국무회의에서 공포 또는 재의요구(거부권)가 결정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28일 현재 정부 이송 전이며, 오는 4월 4일 국무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무회의에서는 담당 부처 장관이 재의요구를 건의하면 심의 후 대통령 의결에 따른다. 재의요구가 난 법은 다시 국회로 회부돼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통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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