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전망 2023 - 농업동향과 농가경제] 농가소득·농업소득 ‘상승’ 전망 … 농민들 “현실 모르는 소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 ‘농업전망 2023’ 대회 개최

전년대비 농가소득 2.2%·농업소득 10.7% ‘상승’

“농자재비 지원 등 올해 경영비 부담 크게 줄어들 것”

농민들 “겨울농사 연료비만 전년 2배에 농사 포기”

  • 입력 2023.01.20 11:02
  • 수정 2023.01.20 11:1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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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이 지난 18일 개최한 ‘농업전망 2023’ 대회에서 올해 농가소득은 4,802만원으로 전년대비 2.2% 상승하고 농업소득은 1,223만원으로 전년대비 10.7% 상승한다고 밝혔다. 농자재비가 지원되는 등 경영비 부담이 크게 감소한 것을 소득 상향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겨울작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올해 더 참담하다”며 정반대의 현장 체감 전망을 말하고 있다.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3년 만에 ‘대면행사’로 열린 농업전망 2023 대회,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사전등록 인원이 1,300여명이었고, 온라인으로도 동시중계하며 이날 발표 내용을 알렸다. 농업전망 2023 대회 주제는 ‘농업·농촌의 혁신과 미래’다.

김홍상 농경연 원장은 인사말에서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로 경제활동 위축, 빈번한 기상재해, 가축질병 등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 및 에너지 문제도 주요 이슈로 부각했다”며 이같은 상황은 식량안보와 치유공간을 비롯한 농업·농촌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특히 급변하는 사회에 농업도 ‘미래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혁신성을 강조했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농업전망 2023' 대회에서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이 '2023년 농업 및 농가경제 동향과 전망'에 대해 발표하며 농가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농업전망 2023' 대회에서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장이 '2023년 농업 및 농가경제 동향과 전망'에 대해 발표하며 농가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가소득·농업소득 전년대비 모두 ‘증가’

2023년 세계경제성장률은 2%로 전망된다. 공급망 불안 여파에 따른 에너지·식량수급 차질과 금리상승, 고물가 등이 성장폭을 둔화시킨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역시 같은 어려움 속에 경제성장률은 1.7%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농업분야 전망은 2022년보다 전반적인 여건이 좋아지는 것으로 발표됐다.

정민국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장은 2022년 농가소득은 전년대비 1.6% 감소한 4,699만원이고 농업소득은 전년대비 14.7% 감소했다고 동향을 설명했다. 생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이 없었을 경우 농업소득은 더 곤두박질쳐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전망에 대해 정민국 농업관측센터장은 “농가소득이 전년대비 2.2% 증가한 4,802만원”이며 “농업소득은 농업총수입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농업경영비가 더 크게 감소해 전년보다 10.7% 증가한 1,223만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농가소득·농업소득 모두 상승하는 이유는 ‘자재 구입비 지원’이라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올해 농업소득은 농업총수입이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농업경영비가 더 크게 감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불금 영향으로 이전소득 1.3%, 비경상소득 3.7% 각각 증가하나 농외소득은 2.3% 감소할 전망이다.

농가인구는 감소세가 유지된다. 지난 2021년 농가인구는 221만5,000명으로 2002년부터 연평균 약 2.5% 감소 중이다. 2022년엔 219만1,000명, 2023년에는 216만7,000명으로 전망된다.

2032년 농가인구는 200만명 밑으로 감소해 194만3,000명으로 추정된다. 농가인구 감소세는 총인구 감소세보다 상대적으로 커 총인구 중 농가인구 비율이 올해 4.2%에서 2032년엔 3.8%로 줄어들게 된다. 65세 이상 농가인구 비율도 꾸준히 늘어 2022년은 전년과 비슷한 46.8%로 추정되나 2032년엔 52%로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농가호수는 지난해 102만1,000호로 추정되고 올해 101만호, 2027년 98만2,000호, 2032년 95만7,000호 선으로 전망된다.

농지면적도 계속 줄어든다. 2023년 경지면적은 151만7,000ha로 전년 대비(153만2,000ha) 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151만7,000ha의 경지면적에는 개발제한구역 농지 6만3,700ha(2021년 기준)도 포함돼 있어 농지보전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농민들, 겨울농사 연료비만 ‘2배’

지난해보다 농가소득(2.2%)·농업소득(10.7%)이 ‘나아진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발표에 현장에선 “무슨 근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충남 예산에서 23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조광남(50)씨는 “올해가 더 참담하다”면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지인이 봄에 조금 빨리 출하하려고 겨울철 가온을 계획했다가 한 작기에 500~600만원 드는 난방비가 1,200만원까지 치솟는 상황이라 결국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조광남씨는 “원가만 2배 더 들어가는데, 농산물값은 그대로다. 어떻게 농업소득이 늘어날 수 있나. 말도 안된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전남 순천에서 33년째 벼농사와 한우사육을 하는 농민 윤일권(56)씨도 농업소득 상향 수치에 대뜸 “어떤 근거냐. 농업소득이 10.7%나 올라간다는 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계산이다”고 헛웃음을 보였다. 윤일권씨는 “농산물로는 소득을 내기 어렵고 그나마 축산이 괜찮은 편이었는데, 한우값이 지난해도 힘들었지만 올해 연말부터 내년에 더 어렵다고 말한다”면서 “쌀 대신 콩을 많이 심게 한다는데, 제작년(2021년) 콩값이 좋기도 하고 정부정책도 따른다고 작년(2022년)에 콩을 많이 심어 가격이 폭락했다. 올해도 소비대책이 없으면 보나마나 콩값은 또 떨어지게 돼 있다”면서 탁상농정의 한계를 꼬집었다.

농업전망 2023 대회는 올해로 26번째 열렸다. 하지만 현장 농민들은 농업전망대회가 열리는지 어떤 내용이 발표되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황 속에 농정당국과 농업관련 기관, 업계 관계자들의 새해 첫인사 자리로 명맥을 잇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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